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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공약이나 추경만큼 중장기 재정 전략에 관심을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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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공약이나 추경만큼 중장기 재정 전략에 관심을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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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6월3일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가 ‘확장 재정’을 전제로 한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놨다. 하지만 재원을 어떻게 확보하고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거의 없다. 특히 중장기 재정 전략이나 준칙, 지출 구조 개선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사실 이번에 선출될 대통령은 미-중 무역 갈등,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 미국 장기금리 상승, 달러 약세 등 복잡한 대외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성장률 하락, 잠재성장률 저하 등 순환적, 구조적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다른 문제에는 나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대선 전이라고 정치권과 정책 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추가경정예산안과 금리 인하가 결정됐다. 주요 후보들의 공약에도 성장률 제고와 민생 안정을 위한 정책들이 제시되어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추경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하지만 추경 효과는 단기적이지만, 기준 없는 재정 확대는 건전성 훼손이라는 장기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건전성 외 위험도 존재한다. 과거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은 수출 둔화, 내수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에 나섰다. 하지만 이는 결국 자산 버블과 붕괴, 장기 침체로 이어졌다. 재정 정책에 대한 장기적 전략과 기준이 모호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우리 역시 같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 재정 정책은 아직 법적 규율이 부족하다. 직전 정부에서 재정준칙 법제화가 시도됐지만 정치적 갈등으로 무산됐고, 그나마 매년 수립되는 중기재정운용계획은 정권 교체 때마다 방향성의 변화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원래 기능인 실질적 가이드라인이 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2015년 이후 거의 매년 추경이 편성된 것만 봐도, 재정 정책이 중기 전략보다는 단기적인 정치 논리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물론 겉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국가채무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비기축통화국이라는 점, 과거 10년간 34%에서 47%대로 빠르게 상승했다는 점, 그리고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 확대는 국가채무 건전성에 대한 예측력을 크게 떨어뜨린다. 특히 국채시장이 외국인 수요에 부분 의존하는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신호가 불분명할 경우 경제와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금리 상승과 스프레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이번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알 수 있듯, 세출은 정치적 유인으로 늘어나고 세입 확충은 정치적 부담으로 지연되는 구조적 비대칭의 해결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주요 국가들은 이미 재정준칙을 법제화해 지속 가능성을 관리 중이다. 독일은 구조적 균형재정을 의무화한 채무제한 조항을 헌법에 명시했다. 스웨덴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흑자 목표를 설정했다.



대선을 앞두고 투자자들은 추경이나 각 후보가 내세우는 국가 주도 정책만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과 이를 보장할 중장기 재정 전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실효성 있는 재정준칙, 실행력 있는 중기 계획, 세입 기반 확충을 위한 세제 개편 등이 병행되지 않는 한, 반복되는 확장 정책은 재정에 대한 정책 신뢰를 훼손하고, 금리와 환율 등 금융시장의 구조적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최석원 전 SK증권 미래사업부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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