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뮌헨(독일), 이성필 기자] 첫 우승의 기쁨을 그라운드 난입으로 표현한 파리 생제르맹(PSG, 프랑스)이다.
PSG는 1일 오전(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풋볼 아레나(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4-25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서 인테르 밀란(이탈리아)에 무려 5-0으로 이기며 첫 우승을 경험했다.
경기 하루 전까지는 뮌헨에서 거리가 더 가까운 인테르 팬들의 기세가 대단했다. 차량으로 4시간 정도면 밀라노에서 뮌헨에 오는 것이 가능했다. 파리에서는 9시간 이상은 잡고 와야 하는 대장정이다. 뮌헨 중심가에 인테르 팬들이 대규모 응원전을 펼치는 광경을 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 당일이 되면서 PSG 팬들의 병력 증원(?)이 이뤄지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우승을 해보자는 열의가 너무나 컸던 PSG 팬들은 경기장으로 향하는 지하철 전동차를 장악하며 광적인 응원을 펼쳤다.
함께 탑승한 국내 취재진에게 PSG 응원가를 부르게 했다. "사우스 코리아"라고 외치니 "강인 리"가 절로 나왔고 "김정은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농담이 붙었다.
전동차 위를 두들기여 흥겹게 응원하던 이들의 열광에 밀렸는지 인테르 팬은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질서 유지가 필요했던 독일 경찰은 거칠게 곤공을 휘두르며 진압에 나섰다.
표가 없는 팬들까지 몰려왔다는 점에서 UCL 결승전은 월드컵 수준의 메가 이벤트나 다름 없었다. 전세계에서 몰려온 팬들이 각양각색의 유니폼을 입고 돌아다니는 하나의 패션쇼장이었다.
경기장 안에서도 PSG 팬들의 화력은 대단했다. 인테르가 박수를 치면서 응원하는 전통 방식을 고수했다면, PSG는 대형 응원 걸개는 물론 경기장에서 터트리는 것이 금지된 홍염을 까버리는 대담함을 선택했다. 이 때문에 경기 전반 초반 시야가 흐릿해질 정도였다.
골이 계속 터지자 PSG 팬들은 그라운드를 등지는 일명 포즈난 응원을 펼쳤다. 4-0이 된 순간에도 인테르 팬들이 경기장을 빠져 나가는 모습이었지만, 5-0으로 완벽하게 벌어지자 전의를 상실했고 금지된 담배를 뻑뻑 피우는 이들로 가득했다.
우승이 확정되고 선수들이 우승 세리머니를 한 뒤 우승컵인 '빅이어'를 들고 북측 관중석의 PSG 팬들 앞으로 뛰어갔다. 이미 상의 탈의를 하고 아침 일찍부터 맥주, 와인에 절여져 있던 팬들은 더 흥분했다.
난간 앞까지 다가가 좋아하자 급기야 그라운드로 뛰어드는 PSG 팬들이 있었다. 일반 경비 인력으로는 제어가 어려웠고 급기야 경기장 외곽을 경비하던 경찰이 투입됐다. 허튼짓을 하면 사정 없이 진압하는 독일 경찰의 위엄을 알고 있었던 PSG 팬들은 선수들을 안아주다가 장내 아나운서가 "관중석으로 제발 올라가주세요"라고 외치자 서서히 그라운드 밖으로 물러나며 이성을 되찾았다.
그만큼 우승이 주는 맛은 남달랐던 PSG다. 관중들이 경기장을 빠져 나간 뒤 이번에는 이미 올 시즌 리그앙, 쿠프 드 프랑스에서 우승을 해봤지만, 전혀 다른 UCL의 맛을 본 선수 지인과 가족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내려왔다. 서로 기념 촬영을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이강인은 사복으로 갈아 입고 지인들과 흥을 즐기다가 선수단을 정리해주는 봉사자들로부터 압박 받아 동료들과 멀어지는 작은 사고도 있었다.
그렇지만, 분명 즐거운 시간을 보낸 PSG 팬들이다. 1일 오후 뮌헨 시내 중심가 마리앤 광장에서 미소를 띈 이들은 PSG 팬들이었고 병맥주로 흥을 이어갔다. 파리에서 우승을 축하하는 버스 행진이 기다리고 있어 축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테르 팬들은 조용히 슈니첼을 물고 밀라노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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