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내야 수비가 불안하다는 아킬레스건이 있었다. 게다가 팀 전체적으로 기동력이 좋은 팀도 아니었다. 이에 이 문제를 일거에 해소하고자 심우준 영입에 공을 들였다. 결국 거부할 수 없는 제안에 심우준이 도장을 내밀면서 계약이 성사됐다. 4년 50억 원을 들여 영입한 선수를 벤치에 둘 팀은 없었다. 계약 순간 주전 유격수는 확정이었다. 김경문 한화 감독도 캠프 기간 중 심우준의 수비를 만족스러워했다.
누군가 들어오면, 기존의 누군가는 자리를 내줘야 했다. 후폭풍은 역시 FA 자격을 신청한 기존 팀의 주전 유격수인 하주석(31)에게도 향했다. 한화는 이미 심우준이라는 유격수를 확보한 상황이었다. 하주석 협상에 급할 것이 없었다. 여기에 다른 팀들도 하주석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불미스러운 사고 이후 급격히 떨어진 성적이 발목을 잡았다.
끝내 하주석은 1년 보장 9000만 원, 인센티브 2000만 원 등 총액 1억1000만 원이라는 초라한 계약에 자신의 첫 FA 자격 행사를 마쳤다. 사실상 연봉 계약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화의 구상에 하주석은 앞에 있는 선수가 아니었다. 김 감독은 주전 심우준, 백업 이도윤의 구상을 마친 상황이었다. 그 결과 1군 캠프에도 가지 못했다. 2군 캠프에 갔고, 한동안 잊힌 선수가 됐다.
캠프 한때 리드오프 기용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심우준은 시즌 33경기에서 타율 0.170, 1홈런, 9타점, 3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459에 그쳤다. 수비는 분명 한화의 기대대로였다. 하지만 공격이 너무 안 풀렸다. 그래도 수비적 비중, 공격 반등 기대감으로 꾸준하게 출전했으나 5월 10일 키움전에서 왼 무릎에 공을 맞았고 이것이 비골 골절로 이어지며 1군에서 빠져야 할 상황이 됐다.
2군에서 칼을 갈고 있었던 하주석에게는 기회였다. 심우준의 이탈이 확정된 뒤인 5월 13일 1군에 올랐다. 퓨처스리그 14경기에서 타율 0.404를 기록 중이었던 하주석의 경기력을 더 외면할 수 없었다. 그런 하주석은 1일까지 시즌 24경기에서 나가 83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0.297, 8타점, OPS 0.709를 기록 중이다. 수비에서는 심우준보다 더 낫다고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유격수 경험이 많은 선수다. 공격 생산력은 오히려 심우준보다 앞서 있다.
심우준의 복귀까지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그 사이 하주석의 활약상이 중요할 전망이다. 하주석이 성적으로 확실한 명분을 쌓는다면 한화도 여러 구상을 테스트할 수 있다. 결과가 어찌됐던 하주석이 실력으로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은 분명해 보이는 가운데, 최근 성적이 다소 주춤한 한화가 야수진 구상을 정비해 나설지도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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