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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는 한 해 농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무대다. 선수들의 몸을 만드는 것은 물론, 코칭스태프도 선수들의 성과를 확인하고 한 시즌 구상을 짠다. 그런데 KIA는 갑작스러운 사태에 선장 없이 스프링캠프를 진행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한편으로는 현직 감독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고 구속 영장이 청구되는 대망신을 당했다. 구단의 위신이 씻을 수 없이 손상되고 또 추락한 것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후 알려졌다. 이미 박동원 FA 뒷돈 요구 논란으로 하차한 장정석 전 단장의 계좌를 수사하던 검찰은 장 전 단장이 한 외식업체 대표에게 돈을 받은 것을 확인했다. 그중 일부가 김 전 감독에게 흘러간 것도 확인했다. 결국 배임수재 혐의로 프로야구 현직 감독에게 구속 영장이 청구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KIA는 김 전 감독을 즉시 경질하고, 스프링캠프 기간 중 이범호 현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이범호 감독 체제에서 빠르게 팀을 수습한 KIA는 이 여파를 최소화하며 2024년 통합 우승의 대업을 이뤘다. 하지만 김 전 감독, 장 전 단장의 재판이 계속되면서 잊을 만하면 그 아픈 기억이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구단과 팬들의 분노를 부르는 지점이 있다. 1·2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가 나왔다. 구단이 휘청거릴 정도의 큰 사건이었는데, 정작 죗값을 받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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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가 돈을 받은 행위를 옹호한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의 행위가 어떠한 도덕적·법적 정당성이 있는지는 극히 의문”이라고 했다. 도덕적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는 것은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1심 재판부도 마찬가지로 따끔하게 지적한 부분이다. 지난해 10월 1심 재판부 또한 “피고인들이 뭐 하나 잘한 게 없다.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아야 할 상황이란 점은 다 인정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형사적 문제가 됐을 때 그 죄가 성립된다는 것과 직결되진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하는데 그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했다. 2심 재판부 또한 “적어도 검사가 기소한 배임 수재·증재의 형사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원심 판단은 항소심도 수긍한다”고 밝혔다. 도덕적으로 큰 문제지만, 적어도 법리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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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장 전 단장 사건에 이어 김 전 감독의 경질까지 2년 연속 어질어질한 타격을 받았던 KIA는 단순히 지나간 일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지금도 많은 관계자들이 그 사건에 치를 떨고 있는 상황이다. 도덕적으로는 이미 퇴출 선고를 받았지만, 법적으로는 무죄 선고를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더 괴로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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