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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막판 '보수 단체 댓글 조작 의혹'… 리박스쿨 파장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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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막판 '보수 단체 댓글 조작 의혹'… 리박스쿨 파장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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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항의 방문 등 민주당 총공세
李 "리박스쿨 배후에 국민의힘"
국힘 "민주당의 음습한 공작 냄새"
김문수 "리박스쿨 전혀 모른다"
경찰 수사 착수, 교육부 전수조사
교사단체까지 참전… 파장 확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대구 동대구역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대구=고영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대구 동대구역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대구=고영권 기자


6·3 대선을 이틀 앞두고 댓글 여론 조작 의혹이 급부상하며 대선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강성 보수 성향 단체 '리박스쿨'이 댓글팀을 운영하면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되면서다. 여기에 리박스쿨 단체 관계자들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돌봄 및 방과후 프로그램인 늘봄학교에 강사로 취업한 정황까지 드러나며 파장은 일파만파 커지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배후에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리박스쿨 게이트'라 공세를 퍼부었고, 국민의힘은 "정치공작"이라고 발끈하며 격돌했다. 경찰은 리박스쿨 의혹 사건을 1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2대에 배당하는 등 본격 수사에 나섰다. 교육 당국 역시 늘봄학교 강사 채용 의혹 관련해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청 항의방문까지… 민주당 '리박스쿨 총공세'


민주당은 리박스쿨 의혹을 키우는 데 당력을 총집중했다. 가장 먼저 윤호중 민주당 선거대책위 총괄본부장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이번 사건은 선거 부정, 댓글 내란 사건"이라며 "2012년 MB정부 국정원 댓글사건과 박근혜 정부 때 국정교과서 사태의 종합판이라고 할 만한 심각하고 충격적인 국헌문란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당 차원에서 진상조사 기구를 설치해 의혹을 파헤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앞서 뉴스타파는 지난 5월 30일 리박스쿨에서 '자손군(댓글로 나라는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의 약칭)'이라는 댓글팀을 통해 여론을 조작해왔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리박스쿨 교육 수료 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늘봄학교의 강사 자격증이 지급되는데, 이를 통해 리박스쿨 관계자들이 늘봄학교 강사로 취업한 의혹도 제기됐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찾아 리박스쿨 의혹과 관련해 항의 방문을 마친 뒤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회 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윤 의원, 채현일 민주당 의원. 뉴스1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찾아 리박스쿨 의혹과 관련해 항의 방문을 마친 뒤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회 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윤 의원, 채현일 민주당 의원. 뉴스1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등 야3당 의원들은 리박스쿨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경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온라인 여론공작으로 국민의 눈을 가리고, 편향된 교육으로 아이들의 생각까지 조작하려 했다"며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전날 공직선거법상 유사 기관 설치 금지 위반 등 혐의로 리박스쿨 대표 손모씨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재명 후보도 가세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마이TV와의 인터뷰에서 리박스쿨 의혹에 대해 "헌정질서를 파괴한 '내란'"이라면서 "엄정히 수사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후보는 특히 "(리박스쿨은) 국민의힘을 위한 댓글을 작업한 것"이라면서 배후에 국민의힘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국힘 "후보나 당과 관련 없다… 법적 조치 할 것"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일 경기 의정부시 태조 이성계상 인근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 호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일 경기 의정부시 태조 이성계상 인근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 호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선거대책위 종합상황실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나 저희 선대위 그 누구와도 관련이 없다. 국민의힘과는 더더욱 관련이 없다"고 발끈했다. 오히려 "이 댓글공작에서 늘 해왔던 민주당의 음습한 공작 냄새가 난다"며 "대장동 커피 시즌2"라고 반격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줬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과 연루된 것처럼 몰아갔던 상황이 연상된다는 취지다.

김 후보도 이날 유세 도중 기자들과 만나 "(리박스쿨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김 후보는 민주당이 제기한 리박스쿨 영상 출연 정황 등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민주당 신속대응단은 "2020년 리박스쿨이 유튜브에 게재한 활동 보고 영상에 기독자유통일당 점퍼를 입은 김 후보가 등장한다"면서 김 후보 배후설을 제기한 바 있다.

1일 더불어민주당 신속대응단이 기자회견을 통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리박스쿨과의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대응단이 공개한 영상은 2020년 21대 총선 당시 리박스쿨 측에서 공개한 활동 보고 영상으로, 당시 기독자유통일당 후보로 출마했던 김 후보의 사진이 담겨 있다.

1일 더불어민주당 신속대응단이 기자회견을 통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리박스쿨과의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대응단이 공개한 영상은 2020년 21대 총선 당시 리박스쿨 측에서 공개한 활동 보고 영상으로, 당시 기독자유통일당 후보로 출마했던 김 후보의 사진이 담겨 있다.


전교조, 초등교사노조 등 교사단체도 참전


교사단체도 대응에 나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난달 31일 긴급 성명을 내고 "극우 정치 세력이 초등교실에 침투하는 경로를 정부가 사실상 방조한 것과 다름없다"며 "교육부는 관련 전수조사에 착수하고 모든 늘봄학교 강사에 대한 이력 검증을 전면 실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초등교사노동조합과 서울교사노조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리박스쿨 의혹을 규탄하고 교육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리박스쿨 측은 조직적인 여론 조작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해당 단체는 '댓글은 공론장이며, 국민의 권리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댓글을 쓰고, '좋아요' 또는 '싫어요'를 누르는 것은 명백히 합법적이고 헌법에 보장된 시민의 정치 참여 행위"라며 "리박스쿨과 자손군을 가짜뉴스 생산 조직인 양 묘사한 것은 심각한 명예훼손이자 국민 주권에 대한 모욕"이라고 반박했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