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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구단 역사상 최초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프랑스 축구 역사상 최초의 트레블이라는 역사를 쓴 밤, 수만 관중의 함성보다 더 뜨거운 것이 루이스 엔리케 파리 생제르맹(PSG) 감독의 가슴에서 터져 나왔다.
6년 전 세상을 떠난 딸 자나(Xana)를 향한 그리움과 팬들이 전한 기적 같은 위로에 그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엔리케 감독이 이끄는 PSG는 1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인터밀란(이탈리아)과의 2024-2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5-0 대승을 거뒀다.
전반에만 두 골, 후반 세 골을 몰아치며 이탈리아 세리에A 준우승팀 인터밀란을 완벽하게 제압, 구단 창단 이후 처음으로 유럽 정상에 우뚝 섰다.
전반 12분 아슈라프 하키미의 선제골로 앞서간 PSG는 전반 20분 데지레 두에의 추가골로 점수를 벌렸다. 이어 후반 18분 두에가 멀티골을 기록했고, 후반 28분에는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의 쐐기골이 터졌다. 후반 41분에는 교체 투입된 세니 마율루까지 골 맛을 보면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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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프랑스 리그1(리그앙)과 쿠프 드 프랑스(프랑스컵) 우승에 이어 챔피언스리그 정상 등극으로 PSG는 프랑스 클럽 사상 최초의 유러피언 트레블(3관왕)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프랑스 슈퍼컵 우승까지 포함하면 무려 4관왕이다.
1993년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 이후 프랑스 클럽으로는 두 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며, 결승전 5골 차 승리는 대회 역사상 전례 없는 대기록이기도 했다.
평균 연령 25세 96일의 젊은 PSG가 30세 242일의 노련한 인터밀란을 압도한 것은 유럽 축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알리는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했다.
경기 후에는 감동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엔리케 감독의 가슴 아픈 개인사와 팬들이 만든 기적 같은 순간에 모든 이목이 쏠렸다.
우승이 확정된 직후 PSG 팬들은 엔리케 감독을 위해 준비한 대형 걸개를 펼쳐 보였다.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엔리케 감독이 FC바르셀로나 감독으로 트레블을 달성한 뒤 어린 딸 자나와 함께 그라운드에 바르셀로나 깃발을 꽂던 바로 그 장면이 PSG 유니폼을 입은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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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케 감독은 지난 1월 인터뷰에서 "바르셀로나에서 딸과 함께했던 그때가 생생하다. PSG에서도 같은 장면을 만들고 싶다. 비록 내 딸은 곁에 없지만, 마음으로는 함께할 것"이라며 간절한 소망을 드러낸 바 있다. 팬들이 그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준 것이다.
자나는 지난 2019년, 골육종 진단을 받고 투병 끝에 9살의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엔리케 감독은 팬들이 준비한 걸개를 보자마자 뜨거운 눈물을 참지 못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엔리케 감독은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며 "우리가 이기든 지든 내 인생에서 매일 딸을 생각하고 있다. 내 딸은 언제나 이곳에 나와 함께 있다"며 "팬들이 보여준 마음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서도 눈시울을 붉혔다.
엔리케 감독은 "딸이 세상을 떠난 뒤, 한동안 사진조차 볼 수 없었다. 어머니조차도 집안에서 자나의 사진을 걸지 못했다"면서 "내 딸은 육체적으로는 떠났지만, 내 영혼 속에 항상 살아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챔피언스리그에서 이기든 지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나는 언제나 자나를 느끼고 있다"면서 "이 우승을 통해 많은 이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고, 나의 가족과 자나에게도 이 기쁨을 전하고 싶었다. 자나는 살아있을 때 파티를 무척 좋아했다. 지금 자나가 있는 곳에서도 파티를 즐기고 있을 것"이라고 하늘로 간 딸을 향한 절절한 사랑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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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케 감독에게 이번 우승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2015년 바르셀로나에서 첫 트레블을 일궈냈을 당시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네이마르라는 세계적인 공격수 덕에 이룬 것이라는 평가절하에 시달렸으나 메시와 네이마르, 킬리안 음바페가 모두 떠난 PSG에서 자신의 축구 철학에 맞는 젊은 선수들을 발굴하고 키워내며 누구도 예상치 못한 유럽 제패를 이끌었다.
딸 자나의 투병과 죽음은 엔리케 감독이 잠시 축구계를 떠났던 이유이기도 했다. 스페인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나 딸의 마지막을 지켰던 엔리케 감독은 슬픔을 딛고 그라운드로 복귀해 마침내 유럽 최정상에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역사적인 밤, 엔리케 감독은 트로피만 들어 올린 게 아니었다. 하늘에 있는 딸과 함께 웃고, 함께 눈물 흘리며 영원히 기억될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 PSG의 위대한 승리 뒤에는 한 아버지의 뜨거운 사랑과, 팬들의 아름다운 위로가 함께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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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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