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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사전투표율/그래픽=김다나 |
제21대 대선 사전투표에서 지난 대선에 비해 호남지역 투표율은 일제히 상승한 반면 영남지역 투표율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남 유권자들은 결집하고, 영남 유권자들은 낙담해 투표에 소극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보수 지지층 가운데 찬탄파(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찬성) 유권자들이 투표를 기피한다는 관측도 있다.
본투표의 전초전 성격의 이번 사전투표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유리한 고지에 올랐단 평가다.
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9~30일 실시된 이번 사전투표에는 전체 선거인 4439만1871명 가운데 1542만3607명이 참여해 최종 투표율을 34.7% 기록했다. 지난 대선(36.9%)에 비해 2.19%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높은 투표율(56.5%)을 기록했으며 대구(25.6%)가 가장 낮은 투표율을 나타냈다.
권역별로 보면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호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 전남에 이어 전북(53%)·광주(52.1%) 등이 사전투표율 2·3위에 랭크됐다. 지난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호남 광역자치단체 세 곳이 1~3위를 휩쓴 것이다.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직전 대선 대비 사전투표율이 오른 곳은 제주와 함께 이 세 지역 뿐이다. 이들 세 지역을 제외하면 사전투표율 40% 이상을 기록한 곳은 세종(41.2%)이 유일하다.
국민의힘 지세가 강한 영남권은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광역자치단체 중 사전투표율 하위 5개 지역이 모두 영남권이었다. 대구가 가장 낮은 25.6%를 기록한 가운데 부산(30.4%), 경북(31.5%), 경남(31.7%), 울산(32%) 순으로 사전투표율이 저조했다. 경북은 지난 대선에 비해 가장 큰 낙폭(9.5%p)을 보였으며 대구도 지난 대선보다 사전투표율이 8.3%p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사전투표는 평균 연령이 높은 지역에서 참여도가 더 높게 나타나기 마련"이라며 "이번 사전 투표율은 뚜렷한 정치 성향을 보여온 영·호남이 이번 대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십분 반영된 결과다. 호남의 지지·참여도가 높은 것으로 봐 이재명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전국 평균연령은 45.5세다. 대구(46.1세), 경남(46.9세), 부산(47.4세), 전북(48.2세), 경북(48.9세), 전남(49.3세) 등 영·호남 대부분 지역의 평균 연령이 전국 평균 연령을 웃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투표율은 박빙인 승부에서 높게 나타나기 마련인데 이번 대선은 시작부터 어느 정도 (이재명 후보에) 판세가 기운 채 시작됐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 보수층 표심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로 향하지 않고 있다는 데서 (영남권의 저조한 투표율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맞붙어 0.73% 차이로 신승한 2022년 대선 투표율은 역대 가장 높은 77.1%였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22.5%p 차이의 득표율로 압승한 2007년 대선 투표율은 63.0%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대선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승리한 2017년 대선 투표율은 각각 75.8%, 77.2% 등이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이번 사전투표는 (금·토요일에 치러진 지난 대선과 달리) 평일(목·금요일)에 열렸음을 감안하면 굉장히 높은 참여도를 기록했다"며 "다만 영남의 경우 유독 투표율이 저조한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벌어진 선거인데다 막판 변수도 없다 보니 (영남권 보수층에서) 대거 투표를 포기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워낙 앞서가니 민주당 지지자들이 대거 투표를 포기한 바 있다"며 "지금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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