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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직원에 "알아서 나가" 갑질··· 대선 주자들 대책은? [H공약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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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직원에 "알아서 나가" 갑질··· 대선 주자들 대책은? [H공약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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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출산·육아 갑질 관련 설문조사
직장인 42%, "육아휴직 자유롭게 쓸 수 없다"
이재명 '자동육아휴직', 김문수 '육아휴직 공시'
권영국만 "육아휴직 불이익 시 회사 배상하라"
이준석은 직장 내 모성·부성보호 관련 공약 無


임신 출산으로 인해 여성이 겪는 어려움을 표현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임신 출산으로 인해 여성이 겪는 어려움을 표현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임신 사실을 회사에 알리자 '권고사직 처리해 줄 테니, 사직서를 쓰라'고 했습니다. '그냥 버텨도 해고할 수 있다'며 압박하더군요. 계속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이에게 해가 될까 봐 결국 사직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도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못 쓰다가 몇 년 전에 처음 한 여성 직원이 1년을 썼습니다. 그러자 사장이 앞으로 여성은 뽑지 않겠다고 선언하더군요. 해당 직원은 결국 1년 육아휴직 사용 후 퇴사했고, 그 후 채용된 인력은 정말 남자뿐입니다."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지난달 제보된 '출산·육아 갑질' 관련 사례들이다. 지난해 합계출산률 0.75명으로 초저출생 문제가 계속되고 있지만, 부모 직장인의 출산·육아휴직 사용 여건은 여전히 열악하다. 주요 대선 주자들이 앞다퉈 '모성·부성보호' 공약을 내놨지만, 육아휴직 등을 쓴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준 회사를 제재할 규정은 빠져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정규직·소기업은 멀기만 한 육아휴직


1일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올해 2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직장인 셋 중 한 명(36.6%)은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없다고 답했다. 또 열 명 중 네 명(42.4%)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정규직인 경우 46.5%가 출산휴가, 52.3%가 육아휴직 사용이 어렵다고 답해 정규직(출산휴가 30%·육아휴직 35.8%)보다 두 항목 모두 15%포인트 이상 높았다.

민간기업과 공공기업 간 차이, 회사 규모별 차이도 컸다. 공공기관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모두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응답이 80%를 넘었고, 300인 이상 대기업도 두 항목 다 70%를 넘겼다. 반면 5인 미만, 5~30인 규모 기업은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응답이 절반 정도였다.

"이미 있는 제도도 제대로 안 지켜 문제"



남성의 자녀 양육을 표현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남성의 자녀 양육을 표현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직장갑질119는 "대선을 앞두고 각종 저출생 해소 공약이 발표되고 있지만 적지 않은 직장인에게 제도 사용은 여전히 모험"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사전 허가를 받는 대신 고지만 하면 쓸 수 있는 '자동육아휴직 제도 도입'을 공약했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기업 육아휴직 사용 현황 공시 의무화' 공약을 내놨다. 직장갑질119는 "공시를 거부하는 기업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출산 연계 자동육아휴직제도 법제화, 공공 부문부터 성별 균형 육아휴직 목표제를 약속했다.


직장갑질119는 "실제 현장에서는 이미 있는 제도도 사용자가 대놓고 어겨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인데, 이재명·김문수 후보 공약집에는 (사업주 제재) 관련한 공약이 없다"고 지적했다. 권 후보만 '육아 불이익을 주는 기업에 대해 남녀고용평등법 구제 명령 조항 신설'과 '육아휴직 등의 사유로 사업주가 부당 대우 및 차별 처우를 할 때 배상 지급 명령' 등을 약속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10대 공약 기준 모성·부성보호 제도 실효성 제고를 위한 공약이 전무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