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용 희귀암 치료제 'PIN-5018' 2029년 가속승인시 연매출 700억~2000억 기대
분자접착제분해제(MGD)로 고형암에 도전하는 글로벌 '퍼스트무버' 전략
내년 상반기 임상 1상 데이터 확보 후 기술성평가 신청 계획
분자접착제분해제(MGD)로 고형암에 도전하는 글로벌 '퍼스트무버' 전략
내년 상반기 임상 1상 데이터 확보 후 기술성평가 신청 계획
이 기사는 2025년05월25일 09시5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타깃단백질분해제(TPD) 신약개발사 핀테라퓨틱스는 TPD 중에서도 분자접착제분해제(molecular glue degrader·MGD) 기전의 저분자물질로 희귀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기술 계약, 인체 검증 데이터 등 상장에 필요한 준비를 갖춰 내년 상반기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데일리는 21일 경기도 성남시 핀테라퓨틱스 본사에서 조현선 대표를 만나 회사의 비전과 앞으로의 전략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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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선 핀테라퓨틱스 대표(사진=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
美 침샘암 환우회 기대 업은 ‘PIN-5018’
핀테라퓨틱스는 2018년 2월 조현선 대표가 설립했다. 조 대표는 서울대 생명과학 학사 및 박사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글래드스톤 연구소에서 박사후 연구를 수행했다. 2016년부터 샌프란시스코 베이에리어에서 생명공학 및 중소기업을 위한 컨설팅 및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창업에 참여한 이력이다.
창업 8년차에 핀테라퓨틱스는 중요한 분기점에 와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핵심 파이프라인인 ‘PIN-5018’의 임상 1상 계획(IND) 허가를 받아 올 3분기 중 인체 투약에 돌입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인체 개념검증(PoC) 데이터를 갖춘다. 최근 기술특례상장에 도전하는 신약개발사들에 인체 PoC 데이터가 요구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
핀테라퓨틱스가 집중하는 영역은 미충족 의료수요(medical unmet needs)가 큰 희귀암 영역이다. PIN-5018은 CK1α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분자접착제저해제로, 침샘암(선양낭선암종·ACC),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MSS형 대장암이 타깃 적응증이다. 임상 1b/2a상 이후 가속승인을 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전략을 짰다. 임상 1a상에서는 국내에서 세가지 암종 환자를 고루 모집해 40명 대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임상 1b/2a상부터는 암종별로 나누어 글로벌에서 개발을 이어간다.
조현선 핀테라퓨틱스 대표는 “2029년 정도에 가속승인을 받을 수만 있다면 700억~2000억원의 연매출이 예상된다”며 “희귀암이기 때문에 국가와 직접 약가 협상을 진행할테고, 이제까지 치료제가 없던 영역이라 우호적인 약가책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 세가지 암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다. 침샘암은 환자 95% 이상에서 관찰되는 바이오마커가 있는데, 이 마커가 변이를 일으키지 않았을 때에 약효가 있을 것 같다. 대장암은 또 다른 바이오마커를 피하면 되고, 전체 환자의 5%에만 해당되는 바이오마커라 커버리지가 크다. MSS타입 대장암 시장은 20조원 이상의 규모라 이 또한 약효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장 기대받고 있는 적응증은 침샘암이다. 미국에서 매년 1400명, 한국에서는 매년 200명의 신규환자가 진단받고 있다. 이는 희귀암 중 환자가 많은 편이나, 치료제가 전무한 상황이다.
미국 침샘암 환우회가 핀테라퓨틱스에 전략적 투자(SI)를 고려할 정도로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중 환우회와 전략적 협약식이 예정되어 있다. 마지막 펀딩인 2024년 7월 시리즈 C에서 주당 1만2150원에 투자받았고, 이번 환우회로부터는 주당 1만3000원 가치에 투자받는다. 투자 규모는 5억원 이하로 작으나, 임상환자 모집 및 상업화 후 마케팅에 환우회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들의 인정과 지지를 받는다는 점은 상당히 유의미하다. 핀테라퓨틱스는 오는 9월 열리는 ACC 연구재단 컨퍼런스에 발표자로 초대받기도 했다.
핀테라퓨틱스는 PIN-5108 외에도 혈액독성이 없는 분해제-항체 접합체(DAC) 페이로드(약물) 개발, 그리고 2개 후속 프로그램의 개발 단계 진입으로 파이프라인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대웅제약과 공동연구개발 중인 유방암 과제, 그리고 pan-KRAS 저해제로 폐암, 췌장암, 대장암 등에 치료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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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선 핀테라퓨틱스 대표(사진=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
글로벌 ‘퍼스트 무버’ 전략
조 대표는 “(당사는) 퍼스트무버(first-mover) 전략으로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들조차 해내지 못한 분자접착제저해제(MGD) 고형암 치료제에 도전한다”며 “남들이 하는 걸 따라가는 게 아니고 우리가 완전히 혁신을 주도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영세한 국내 바이오텍이 세우는 전략치고는 리스크가 크다고 볼 수 있지만 조 대표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빅파마들이 하는 내용에서 조금씩 수정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개발전략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4세대 EGFR저해제 항암제를 개발하던 곳들은 현재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3세대 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에서 개선된 약을 만들겠다는게 4세대인데, EGFR/cMet 이중항체인 아미반타맙과 렉라자를 병용하면 거의 변이가 생기지 않고 있다. 다른 약들은 타깃 환자인구를 잃은 셈이다. 물론 렉라자는 패스트팔로워(fast-follower)전략으로 드물게 성공한 케이스이지만, 한국에서 유일한 성공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핀테라퓨틱스가 개발하는 PIN-5018과 동일하게 CK1α 단백질 타깃 MGD 치료제를 개발하는 경쟁사는 BMS와 글루바이오 정도로 추려진다. 다만 둘 다 혈액암의 일종인 백혈병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형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핀테라퓨틱스와는 다르다.
기타 프로탁(PROTAC) 회사들과도 차이점이 있다. 타깃단백질분해제(TPD)는 떠오르는 차세대 신약 모달리티로, TPD 중에서도 프로탁(PROTAC), 분자접착제분해제(MGD) 등 종류가 나뉜다. 프로탁과 MGD의 차이는 화합물의 구조로 인한 물질 크기다. 궁극적으로는 약의 전달력, 제형 등에 영향을 끼치는 내용이다.
프로탁은 표적하는 단백질에 결합하는 화합물과 세포내 단백질을 조절하는 화합물이 링커로 연결된 이중구조로, 사이즈가 700~1000달톤가량이다. 분해하고 싶은 단백질을 지정해서 개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공정(CMC), 개발과정 및 기간에 비용이 많이 든다.
반면 MGD는 하나의 저분자화합물이 표적 단백질과 결합하고 분해하는 역할을 모두 수행하기 때문에 사이즈가 400~500달톤으로 절반 정도 크기다. 어쩌면 우연하게 결합하고, 표적 단백질을 지정해서 개발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초기 물질 발굴만 성공적으로 이룬다면 경구용 약물로 개발하기 용이하다.
조 대표는 “경구약이라고 해서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하루에 세번 먹는 약은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하루에 한번 먹어서는 약효가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경구로 먹는 약이 체내에서 약효를 보이는 모든 과정을 ‘흡수율’이라고 말하는데, 경구흡수율이 10%인 약과 80%인 약은 천차만별이다. 핀테라퓨틱스의 ‘PIN-5018’은 하루 1회 복용으로 80%~100%의 흡수율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신규 E3리가아제 플랫폼…연말까지 공동연구 계약 목표
핀테라퓨틱스의 마지막 조달은 2024년 7월 완료한 시리즈 C 라운드다. 당시 투자전 기업가치(프리밸류)로 890억원을 인정받았고 196억원을 조달했다. 누적 투자금은 683억원이며, 투자 빙하기에도 290억원 정도를 유치했다. KB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유안타인베스트먼트, DSC인베스트먼트 등이 주요 투자자다. 이 외에도 대웅제약이 전략적 투자(SI)했고, 종근당 산하 CKD창업투자, 동구바이오제약 산하 로프티록인베스트먼트도 투자했다. 회사에는 현재 40여명이 재직 중이다.
대웅제약과는 2022년 투자유치 후 2023년 업프론트를 수령하고 유방암 대상 공동연구개발에 진입했다. 연말까지 비임상 단계로 올릴 후보물질을 확정하는게 목표다.
나아가 연말 혈액독성 없는 DAC 플랫폼 기반 국내외 공동연구개발 및 기술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TPD 신약 개발 분야에서 표적 단백질 인지와 분해에 활용되는 E3 리가아제는 현재 CRBN 또는 VHL이 거의 유일한 선택지다. 이에 따라 새로운 E3 리가아제 발굴은 TPD 신약 개발 기업들에게 중요한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핀테라퓨틱스 역시 이 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조 대표는 “TPD 분야에서 신규 E3 리가아제를 발굴하는 것은 매우 난이도 높은 과제다. 핀테라퓨틱스는 신규 E3 리가아제 플랫폼인 ‘PIN100’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성공 시 시장을 선도할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핀테라퓨틱스는 설립 초기부터 신규 E3 리가아제 개발을 핵심 목표로 삼아왔다. 특히, 혈액 독성 없는 ‘리가아제2’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이 외에도 다수의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현재 국내 기업 한 곳, 글로벌 기업 두 곳과의 공동연구 계약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내년 초에는 기술성평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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