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장민수 기자) 진중함과 지루함 사이 경계에 놓인 연극 '킬링시저'다. 그러나 손호준, 양지원, 유승호 세 배우의 열연만큼은 빛난다.
'킬링시저'는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를 원작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원작과 달리 시저 암살로 시작되며, 자신을 해방자들이라 지칭하지만 권력에 대한 야욕과 암투로 무너져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시저를 암살한 브루터스가 겪는 정의에 대한 고뇌, 그를 비난하며 혼란을 주는 안토니우스와 카시우스의 외침이 극을 채운다. 톤은 시종일관 무겁고 어둡다. 인물 간 대화나 사건을 통한 전개보다는 독백, 방백 위주로 흘러간다.
입체적인 원형의 무대세트는 큰 변화가 없다. 여기에 전체적인 템포도 느린 편. 진중함이 지루함으로 느껴질 여지가 많다.
담고 있는 메시지는 시의적절하다. 정의를 향한 서로 다른 시각을 조명한다. 그 방법론에 대한 입장 차이가 빚는 갈등이기도 하다. 한 끗 차이로 달라지는 선과 악, 혁명과 쿠데타. 소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 부를 수 있는 상황들. 그 아슬아슬한 외줄 위에 선 인간의 아이러니가 있다.
과연 무엇이 옳고 그른지, 관객이 생각해 보도록 질문을 던진다. 특히나 정치적 혼란이 여느 때보다 큰 요즘이기에 전해지는 바가 크다.
다만 극적으로 공감을 끌어내는지는 의문이다. 관객을 극에 동화시키기보다는 연설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질문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는 있지만, 마음속 깊이 와닿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킬링시저'를 봐야 할 이유라면 단연코 배우들의 열연이다.
줄리어스, 옥타비아누스 시저를 연기한 손호준은 권력자의 위엄을 무게감 있게 그려냈다. 두 번째 연극 무대에 도전한 브루터스 역 유승호 또한 한층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였다. 역할에 어울리는 탄탄한 발성, 혼란과 고뇌를 묘사한 감정 연기가 인상적이다.
안토니우스와 카시우스 역 양지원의 다채로운 표현력이 특히 돋보인다. 그의 광기 어린 연기가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뮤지컬배우답게 짧게나마 노래 실력을 뽐내는 시간도 팬들로서는 반가울 대목.
한편 '킬링시저'는 오는 7월 20일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MHN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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