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철강·알루미늄 수입 상위 10개국. /그래픽=김지영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25%에서 50%로 다음달 4일부터 인상하기로 하면서 EU(유럽연합)과 호주 등이 강한 유감을 표했다. EU는 보복 조치로 맞대응할 가능성을 열어둔 반면, 호주는 일단 맞불조치 없이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철강 산업 타격이 불가피한 한국의 고민도 커질 전망이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이 철강 수입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결정은 글로벌 경제에 추가적인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대서양 양측의 소비자와 기업에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관세 인상은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노력에도 해를 끼칠 것"이라며 "관세 인상에 대응해 추가적인 대응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EU 대변인은 "상호 수용 가능한 해결책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기존 조치와 추가 조치가 오는 7월14일부터 자동으로 발효될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더 일찍 발효될 수도 있다"고도 밝혔다.
유럽지역 철강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독일 철강산업협회 케르슈틴 마리아 리펠 회장은 이날 dpa 통신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철강 수입 관세 2배 인상은 대서양 횡단 무역 갈등의 새로운 고조를 의미한다"며 "이미 위기에 처한 경제에 추가 압력을 가할 뿐 아니라 철강 산업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철강산업은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22개국에 걸쳐 500여개 생산시설에서 25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핵심 제조업으로 꼽힌다. EU는 전체 철강·알루미늄 생산량의 20%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캐나다, 멕시코에 이어 세번째 규모의 대미 수출국이다.
EU는 지난 3월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철강 수입량 제한을 위한 '세이프가드' 조치를 강화하기로 하는 한편, 지난달엔 총 210억유로(약 33조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려다가 대미 협상을 이유로 오는 7월14일까지 90일 동안 보류했다.
또다른 철강 주요 수출국인 호주도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2배 인상 발표를 두고 반발하고 있다. 돈 패럴 호주 통상관광부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에 의존하는 소비자와 기업에 피해만 주는 경제적 자해행위"라며 "관세 철폐를 위해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옹호하겠다"고 밝혔다.
패럴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철폐하고 호주·미국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른 무관세 협정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호주는 다만 EU와 달리 맞대응 조치에는 나서지 않을 방침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패럴 장관은 회견에서 보복관세와 같은 맞불조치는 없을 것이라며 케빈 러드 주미 호주대사를 통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프랑스 파리에서 협상 회담을 진행하자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외곽의 US스틸 공장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현행 25%에서 50%로 인상하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관세 인상은 6월4일 수요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추가 인상되면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관세가 인상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12일부터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해 왔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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