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이 터지기 전, KIA는 당시까지만 해도 장타력에 고민을 가지고 있던 팀이었다. 좌·우타자 모두 그랬다. 팀 내부에서 육성이 쉽지 않아 그래서 최형우도 사오고, 나성범도 사온 팀이었다. 하지만 이 거물급 FA 선수들 다음이 문제였다. 그래서 이 감독이 주목한 선수들이 바로 좌타 거포 혹은 중·장거리 타자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오선우(29)와 김석환(26)이었다.
조금씩 기술적인 부분이나 생각하는 부분을 바꾸면 더 좋은 타자가 될 것이라는 게 당시 ‘타격 코치’였던 이 감독의 기대였다. 그 타격 코치가 감독이 된 뒤에도 이들을 잊지는 않고 있었다. 다만 역시 감독이라는 자리가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웠다. 치열한 순위싸움 속에 아무래도 주축 선수들을 먼저 쓸 수밖에 없는 점이 있었고, 또 한 번쯤 콜업 타이밍이 됐다 싶으면 하필 그 시점에 퓨처스리그(2군) 성적이 좋지 않은 시기도 있었다.
이 감독은 두 선수의 과거를 떠올리면서 “프로에 온 정도 선수라면 기회가 계속 주어진다고 하면 분명히 좋은 선수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퓨처스리그에서 재질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더 확률이 높지 않겠나”며 두 선수를 돌아본 뒤 “또 가다가 컨디션 저하도 올 수 있는데 이것을 또 넘어갈 수 있게 지도자들이 해주면 좋은 선수가 한 명 나오는 것이고, 그걸 못하면 매번 200타석에서 끊기는 선수가 나온다. 그게 참 힘든 것 같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올해 두 선수에게 기회가 열렸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과 부진 때문이다. 현재 KIA는 김도영 나성범 김선빈 위즈덤 등 주축 타자들이 상당수 빠져 있다. 이 상황에서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던 오선우와 김석환이 차례로 1군에 콜업됐다. 어떻게 보면 주축들의 부상이 이 선수들의 활용폭을 넓혀준 것이다. 공격력이 크게 빠진 만큼, 퓨처스리그에서 가장 좋은 득점생산력을 보여준 두 선수의 기용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부상으로 빠진 선수들은 아쉽지만, 두 선수에게는 좋은 기회다.
이중 오선우는 주어진 기회를 잘 살리며 자기 자리를 확실하게 잡았다. 2군에서 활약과 별개로 지난해까지 1군 출전 경기 수가 131경기에 불과했던 오선우는 올 시즌 37경기에서 타율 0.308, 5홈런, 1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38을 기록하며 침체에 빠진 팀 타선에서 한줄기 빛으로 떠올랐다. 2루타 이상의 장타를 칠 수 있는 선수고, 여기에 1루와 코너 외야를 모두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팀 내 비중이 높아진 만큼 이제는 특별 관리 대상이다. 예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거듭된 경기 출장에 트레이닝파트에서 “상대 좌완 선발이 나오면 하루 정도는 선발 라인업에서 빼달라”고 요청했을 정도였다.
두 선수는 확실히 강한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들이다. 올해 모두 타구 속도 170㎞ 이상을 기록한 선수들이기도 하다. 기존 KIA 국내 야수들 중에서는 최형우 김도영 나성범 정도가 이 수치를 내던 선수들이다.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은 있겠지만, 최형우와 나성범의 나이를 생각하면 KIA도 두 선수의 1군 활약에서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이 감독의 말대로 신진급 선수에게 성적과 관계없이 200타석 이상의 기회를 밀어주기는 사실 쉽지 않다. 그보다 훨씬 더 적은 기회에서 자기 자리를 잡아야 스타가 된다. 올해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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