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이데일리 언론사 이미지

하수구서 기어 나온 ‘기괴한’ 女…필리핀 대통령까지 나섰다

이데일리 이로원
원문보기

하수구서 기어 나온 ‘기괴한’ 女…필리핀 대통령까지 나섰다

서울흐림 / 24.9 °
마카티 하수구에서 기어나온 노숙자 파장
마닐라 인구 1400만명 중 300만명 이상이 노숙자
필리핀 대통령 “여성 상태 확인하라” 지시
정부 당국 지원…“잡화점 창업 8만 페소 지원”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필리핀 마닐라 번화가 대로의 한 하수구에서 기어 나오는 모습으로 화제가 된 여성 노숙자가 정부 당국의 지원을 받게 됐다.

지난 26일 필리핀 마닐라의 금융 중심지인 마카티 지역의 대로변 하수구에서 여성이 기어 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 인스타그램)

지난 26일 필리핀 마닐라의 금융 중심지인 마카티 지역의 대로변 하수구에서 여성이 기어 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 인스타그램)


3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매체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6일 마닐라의 금융 중심지인 마카티 지역 큰 길가 하수구의 한 구멍에서 한 여성이 갑자기 머리를 들이밀며 땅 위로 기어 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긴 머리에 블라우스와 청반바지 차림을 한 이 여성은 주변의 많은 행인과 운전자들이 놀라서 멍하니 지켜보는 가운데 어디론가 달려 사라졌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아마추어 사진작가는 사진을 찍어 곧장 자신의 SNS에 올렸고, 이는 현지 언론을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기괴한 장면을 본 사람들은 사진 속 여성의 모습이 공포영화 속 귀신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고, 일각에서는 인구 1400만여 명 가운데 무려 300만 명 이상을 차지하는 필리핀 마닐라 노숙자들의 처참한 현실을 보여준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문제의 사진은 결국 필리핀 대통령에게까지 전달됐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사진 속 여성의 상태를 확인하라고 담당 부처에 지시했다. 결국 사회복지개발부는 마닐라 빈민가에서 여성을 찾아냈다.


쓰레기를 수거, 판매해서 생계를 잇는 ‘로즈’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자신이 하수구에 사는 것은 아니고 당시 배수구에 빠뜨린 커터 칼을 찾기 위해 들어갔을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지 경찰 당국은 로즈 같은 노숙자들이 하수관을 통로로 삼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즈가 빠져나온 하수구에서 셔츠 등 여러 물건을 경찰이 발견하기도 했다.

이에 렉스 가찰리안 사회복지개발부 장관은 지난 29일 로즈를 직접 만나 그가 동네에 잡화점을 열 수 있도록 8만 필리핀페소(약 200만 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가찰리안 장관은 또 로즈의 배우자가 용접 기술이 있지만 일자리가 없어 노숙하고 있다면서 일자리를 찾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일회성 도움이 노숙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한 필리핀 시민은 자신의 SNS에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먼저 그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집과 식량을 확보한 뒤에 일하거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적절한 교육이나 훈련 없이 돈을 주면 그냥 낭비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