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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E 박종욱 대표가 꿈꾸는 ‘작은 애벌레'의 녹색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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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E 박종욱 대표가 꿈꾸는 ‘작은 애벌레'의 녹색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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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건축현장에서 나온 난연 스티로폼들은 재활용이 불가능하고, 소각은 법적으로 금지되며, 매립지는 포화상태로 갈 곳이 없었다. 이로 인해 폐기물은 불법 투기되거나 바다로 흘러들어가 미세플라스틱이 재확산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MCE는 밀웜을 활용해 이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애벌레 한 마리가 하루에 자기 몸무게만큼의 스티로폼을 먹어치우고, 24시간 후 토해내며 토양을 살리는 검은 금, '휴믹산'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MCE의 작은 기적은 폐기물 처리의 패러다임을 바꿔놓고 있다.




폐스티로폼의 무덤에서 탄생한 생명의 기적


"아버지가 농지에 쌓인 스티로폼을 보며 한숨짓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대전 사무실에서 만난 박종욱 MCE 대표는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용기 안에서는 작은 애벌레들이 스티로폼 조각들을 열심히 갉아먹고 있었다.

공주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던 박종욱 대표의 아버지는 농업용 폐기물 문제에 지속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농업용 스티로폼 상자들이 농지 곳곳에 방치되어 토양을 오염시키고, 바람에 날려 하천과 바다까지 떠돌아다니는 상황. 전국 농가에서 공통적으로 겪는 현실이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특허법률사무소에서 일하던 박종욱 대표는 아버지를 도우며 곤충 관련 특허업무를 접했고, 여기서 밀웜이 플라스틱을 분해한다는 해외 논문을 발견했다.

"2015년부터 스탠포드 등에서 검증된 사실이었지만, 우리는 한 걸음 나아갔어요. 단순히 분해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죠."

2020년 친구의 제안으로 참가한 아프리카 창업아이디어 대회에서는 수상하지 못했지만, 같은 해 12월 FAO 한국지부 공모전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으며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섰다. 그로부터 5년, MCE는 올해 1월 CES 2025 Food&AgTech 부문 혁신상을 수상하며 세계가 주목하는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했다.




밀웜으로 폐스티로폼을 분해해 고품질 휴믹산 비료를 생산하는 MCE(Mealworm Clean Earth, 엠씨이)가 CES 2025 혁신상을 수상하며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박종욱 대표는 "작은 생명체와의 협력을 통해 폐기물을 토양의 생명력을 되살리는 유용한 자원으로 완전하게 전환시키는 기술을 실현했다"고 강조했다. 동남아시아 두리안 농가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MCE는 2028년 IPO를 목표로 탄소배출권 사업과 바이오 소재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밀웜 장속 미생물이 만든 탄소 중립의 꿈

MCE의 핵심 기술은 밀웜 장내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생화학적 변화에 있다. 그는 작은 바이알을 꺼내 보여주며 설명했다. "FT-IR 분석 결과, 스티로폼을 먹은 밀웜 분변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아닌 휴믹 구조체가 검출되었어요. 완전히 다른 물질로 바뀐 것이죠."

휴믹산은 농업계에서 검은 금이라 불리는 고가의 토양개량제다. 기존 연갈탄이라는 석탄을 화학반응으로 처리해 추출했지만, MCE는 이를 생물학적으로 구현해냈다. 석탄 채굴로 인한 2차 환경오염 없이 폐기물에서 같은 효과를 내는 물질을 만들어낸 것이다.

"주력 제품인 MaHa는 뿌리와 잎 성장을 15% 이상 촉진하고, 개화량을 40% 늘려주죠. 무엇보다 기존 휴믹산 제품 중 가장 저렴해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시장조사에서 미국 비료시장 과점기업들과 비교해도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더 놀라운 것은 탄소 저감 효과다. 비료 1병당 12.8kg의 CO2 저감 효과를 낸다. "폐기물 처리부터 곤충 사육까지 전 과정을 평가했을 때, 기존 대비 99% 이상의 탄소배출 저감량을 확보했죠."2022년 환경산업기술원 에코스타트업 지원사업을 통해 국내 인증을 받은 데이터다.

CES 혁신상이 증명한 한국 바이오의 가능성

"Food&AgTech 부문에서 올해 12개 업체만 수상했는데, 그중 하나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 믿기지 않았죠." 박종욱 대표는 CES 2025 혁신상 수상 소감을 털어놨다. 밀웜의 먹이로 폐자원을 활용하면서 동시에 유용물질로 생물변환하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수상 이후 변화는 극적이었다. 북미는 물론 페루, 칠레 등 남미와 동남아시아에서 연이어 러브콜이 쏟아졌다. 특히 중국에 두리안을 수출하는 동남아시아 플랜테이션 농가들의 관심이 뜨겁다. "일종의 사치재인 두리안을 유기농으로 키우려는 농가들에게 우리 제품이 딱 맞는 솔루션입니다."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으로 수출을 시작했고, 장기적으로는 조인트벤처 설립까지 논의 중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정부 차원의 관심을 받고 있다. "민간보다는 현지 농식품부 등 정부기관에서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정책자금 기반이라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거에요."

그는 MCE를 일반 비료 회사로 보지 않는다. "우리의 본질은 효소나 미생물을 이용한 소재 가공 기술입니다. 그린바이오 전반에 걸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죠."



실제로 곤충 단백질을 고부가가치화하는 기술도 확보했다. 기존 사료용으로 팔면 kg당 800원인 대두박이나 2000원인 어분과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MCE는 생명공학 및 미래 식품산업의 핵심 소재가 될 수 있는 아미노산 등 생물학적 제제를 생산한다.



탄소배출권 사업도 본격화한다. 베트남에서 진행하는 실증사업을 통해 올해 하반기부터 UN FCCC 기반 방법론 등록을 추진한다.

"저희 방식은 탄소 저감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어떤 영역을 더하면 탄소가 더 줄어들지 제안하고, 협의가 완료되면 설비를 만들어 납품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죠."

투자 시장에서는 이제 프리A를 마친 단계지만, 2028년 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가전략기술인 합성바이오 영역에서 최종 비전인 폐쇄 순환계 구축의 핵심이 되는 자연 모사형 생물학적 솔루션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박종욱 대표는 기후위기와 관련된 전망도 조심스럽게 전했다.
"솔직히 제가 바라는 미래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근래에 사람들은 기존 삶의 양식을 전부 바꿔야 할 수 있죠."

미래에는 기후변화로 극단적인 환경, 심지어 시베리아나 남극 같은 곳에서만 살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래서 생존가능한 환경을 선제적으로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 솔루션은 짧게는 기후위기 저감에, 장기적으로는 폐쇄된 순환계에서 안정적인 자원관리를 가능하게 하죠. 곤충과 미생물을 활용해 음식폐기물과 플라스틱을 최소의 탄소로 유용물질화하고, 이를 통해 식물을 성장시켜 산소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순환계를 구축하는 겁니다."

박종욱 대표는 "인류를 위한 선순환이라는 회사 비전은 단순한 믿음이 아니라, 기술적 결과물이자 글로벌 시장이 요구하는 솔루션"이라고 강조했다.

문지형 스타트업 기자단 1기 기자 jack@rsqua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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