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차별 없나 했더니…대선 막판 터진 ‘설화 리스크’

이준석 ‘여성 혐오 발언’에 정치권 ‘맞고발’
유시민 ‘설난영 여사 관련 발언’ 파장
민주 “진보 스피커 신중 기해야” 경계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차 TV 토론회에서 여성 신체에 대한 표현으로 논란이 되는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6·3 조기 대선 종반부 정치권에서 혐오·차별 발언이 터져 나와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발언을 내놓은 이들은 뒤늦게 사과했지만, 본투표 직전 설화 리스크로 유권자 표심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지난 27일 내놓은 ‘여성 혐오 표현’은 한주 내내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여성계는 물론 각계각층의 비판이 빗발치자 이 후보는 지난 30일 당원들에게 보낸 이메일과 문자메시지에서 “부적절한 표현으로 인해 많은 분에게 실망과 상심을 안겨드렸고,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며 “표현의 수위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분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준석 후보를 향해 “이재명 후보와 가족, 나아가 유권자 전체를 향한 명백한 혐오 발언”이라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에 개혁신당도 ‘허위 발언이 아닌, 실존하는 온라인 글을 토대로 한 발언’이라는 취지로 이준석 후보를 고발한 민주당 측에 맞고발로 대응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아내 설난영 여사를 향한 혐오 표현이 나왔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유튜브 방송에서 설 여사가 과거 전자부품 회사 노동위원장이었던 점, 김 후보가 대학생 출신 노동자였던 점을 언급하고 “설 씨가 생각하기에 김 후보는 너무 훌륭한 사람이다. 원래부터 자기하곤 균형이 안 맞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라며 “유력 정당 대통령 후보 배우자 자리에 있어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언급해 여성 노동자 비하 논란이 일었다.

유 전 이사장은 “그 표현은 입에 붙은 말처럼 튀어나왔고, 좀 더 정확하게 표현했으면 비난을 그렇게 많이 받진 않았을 것”이라며 “그건 제가 잘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명하는 과정에서 다시금 설 여사를 향해 “남편을 우러러보는 관계에 있어 비판적 조언을 해주기 어렵다”고 발언해 성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양대 노총에서도 사과 요구가 터져 나온 상황이다.

진보 논객으로 폭넓게 활동했던 유 전 이사장의 발언이 큰 비판을 받자 민주당은 황급히 ‘말실수 경계령’을 내리는 모습이다. 강훈식 민주당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지난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특정인 발언에 대해 말한다기보다 선대위는 물론 모든 민주 진보 스피커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유 전 이사장을 의식한 발언으로, 강 실장은 “민주 진보 스피커만이 아니라 당원 모두가 발언 하나 하나를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한 표 한 표 정성을 모으는 상황에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거나 그로 인해 여러 정성들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걱정과 경계를 갖고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벌어진 ‘막말 사태’로 정치권 네거티브가 거세지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 아들 동호 씨가 온라인상에 부적절한 댓글을 달아 벌금형을 받은 것을 두고 연일 거센 비판을 내놓고 있다. 유 전 이사장을 향해선 ‘진보의 탈을 쓴 채 국민을 조롱하는 세력’이라며 과거 발언까지 재조명하고 있다. 정성욱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청년대변인은 “이번 발언은 민주당에 뿌리 깊은 위선과 특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며 “유시민 씨는 즉각 사과하고,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도 침묵하지 말고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꼬집었다.

민주당도 김 후보의 발언을 거론하며 공세에 나섰다. 김 후보가 출산지원금을 설명하면서 “애를 낳자마자 1억 원씩 통장에 입금시켜주려 했는데 혹시 엄마가 주식에 넣었다가 다 들어먹고 이러면 애를 못 키운다”고 말한 것을 두고 시대착오적인 성차별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김한나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아이 키우는 엄마들을 무시하고 비하한 김 후보는 대한민국의 모든 엄마에게 즉각 사죄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