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 중남미 이민자 50만 명 추방 허용 판결

[카라카스=AP/뉴시스] 9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 있는 유엔 건물 앞에서, 미국 정부가 엘살바도르의 교도소로 강제 이송한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의 가족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16일, 베네수엘라 이민자 260여 명을 '트렌 데 아라과'(TdA) 카르텔 소속이라며 재판 없이 엘살바도르의 악명 높은 세코트 교도소로 추방했다. 2025.04.10. /사진=민경찬

미국 연방대법원이 3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추방을 사실상 허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에 대한 임시 합법 보호조치를 철회하려 할 수 있도록 판결해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법원은 쿠바, 아이티,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 50만 명 이상에게 인도적 사유로 부여됐던 임시 체류 보호 조치를 유지하라는 하급심 판결을 철회했다. 대법원은 앞서 별개의 소송에서 베네수엘라인 약 35만명에 대한 임시 합법 지위를 철회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바 있다.

다만 이번 대법원 명령은 최종 판결이 아니며, 본안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보호 조치를 유지할 수 없다는 의미다. 사건은 보스턴 제1 연방순회항소법원으로 반려됐다.

트럼프 정부는 앞서 매사추세츠 보스턴 연방 지방법원이 이민자 임시 체류 보호 프로그램 종료를 차단하고 항소법원이 판결을 유지하자 대법원에 긴급 상소했다. 이와 관련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자국 내 혼란을 피해 도피한 사람들에게 부여된 보호 조치는 애당초 임시 조치였다"며 "국토안보부가 법원 개입 없이 이를 철회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에 2명의 대법관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혔다.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이번 결정은 법원이 이민자들의 법적 주장을 심리하기도 전에 그들의 삶이 무너져 내리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냐 소토마요르 대법관도 반대 의견에 동참했다.

공정한 집행 센터의 캐런 텀린 대표는 이번 판결이 "사실상 50만명에 대한 추방 명령에 청신호를 준 것"이라며, "이 결정은 매우 파괴적이다. 트럼프 정부가 우리 의뢰인과 수많은 공동 원고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 일터, 지역사회에 대혼란을 초래할 수 있게 됐다"고 비판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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