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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일 참 잘해요" "김문수에 표 모아야"...1200만 경기도 표심은

머니투데이 수원·화성·성남(경기)=김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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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일 참 잘해요" "김문수에 표 모아야"...1200만 경기도 표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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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대선 승부처 민심 르포③ 경기도

경기 수원시 팔달문 앞에 설치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유세차량. 팔달문 뒤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대형 현수막이 보인다. /사진=김도현 기자

경기 수원시 팔달문 앞에 설치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유세차량. 팔달문 뒤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대형 현수막이 보인다. /사진=김도현 기자



"이재명이 일을 참 잘하잖아요. 성남시민은 압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누가 와도 이재명처럼 일 못할 거에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는 박금주씨(58·여·이하 가명)는 대선 사전투표를 사흘 앞둔 26일 경기 성남 서현역 인근에서 만난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성남 분당 주민인 박씨는 성남시장·경기지사를 지내며 행정가로서의 능력을 입증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했다.

인구 1400만명의 국내 최대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의 표심은 대체로 이재명 후보를 향하고 있었다. 경기북부를 중심으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적지 않았으나 인구밀도가 높은 경기남부 지역에선 이재명 후보의 지지층이 우세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를 뽑겠단 이들 사이에선 사표(死票)에 대한 불안감도 보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경기도의 유권자 수는 1171만명이다. 두 번째로 많은 유권자가 모여있는 서울(828만명)의 1.4배에 달한다. 경기 표심의 향배에 따라 대선의 승패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번 대선은 경기지사 출신 후보(이재명·김문수 후보)와 '100만 도시' 화성에서 국회 입성의 기회를 얻은 이준석 후보 간 3파전이란 점에서 경기도민들에겐 더욱 의미가 크다.

1987년 직선제 개헌 후 열린 역대 대선에서 경기 표심과 대선 결과가 엇갈렸던 적은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 극도의 혼전 양상을 보인 13대 대선(1987년)과 윤석열 전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후보)이 당선된 20대 대선(2022년)을 제외한 14~19대 대선에서는 경기에서 가장 많은 표를 거둔 후보가 대권을 거머쥐었다. 가장 최근인 2022년 대선의 경우 경기지사 재임 중 대권에 도전한 이재명 후보가 경기에서 윤 전 대통령(45.6%)보다 높은 51%의 득표율을 보인 바 있다.

작년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대승을 거뒀다. 민주당은 총 60개 의석이 걸린 경기에서 53개 의석을 확보했다. 254개 지역구 가운데 161개 지역구에서 승리한 민주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한 곳 역시 경기도였다. 국민의힘은 휴전선·강원도와 접한 지역구를 중심으로 6석을 얻는 데 그쳤다. 개혁신당은 화성을에서 승리하며 유일한 지역구 의석을 확보했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이준석 후보다.

경기 지역의 20대 대통령 선거 결과/그래픽=김지영

경기 지역의 20대 대통령 선거 결과/그래픽=김지영

경기 지역의 제22대 총선 결과/그래픽=김지영

경기 지역의 제22대 총선 결과/그래픽=김지영



경기남부 "이재명 뽑겠다"

"범죄자를 어떻게 뽑아."

"그래도 윤석열이 돌아오면 안 되잖아."

지난 26일 수원 팔달문 인근 노상에서 두 어르신이 팔기 위해 내놓은 나물을 다듬으며 이같은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한 어르신은 여러 혐의를 받는 이재명 후보를 범죄자라고 확신했고, 다른 노파는 김문수 후보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사실상 한 몸으로 인식하는 듯했다.

팔달문은 조선 정조 때 축성된 수원 화성의 4개 대문중 하나로 속칭 '남문'이라고 불린다. 팔달문 일대는 조선시대부터 경기 남부를 대표하는 상권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경기 남부 개발이 본격화하고 대형 쇼핑몰 등이 들어서면서 과거에 비해 위세가 많이 약화했으나 여전히 이곳 주변에만 6개 전통시장이 몰려 있어 늘 주민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이런 이유로 선거 때마다 팔달문 일대는 정치인들이 반드시 거치는 필수 코스로 통한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 김문수 후보는 지난 15일, 이재명 후보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방문한 26일 각각 이곳을 찾아 유세를 했다. 이 후보의 유세에 앞서 만난 시장 상인들은 대부분은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당시 경험한 '지역화폐'의 효능감을 거론하며 이재명 후보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11월 이재명 후보와 김동연 경기지사가 민생을 살피기 위해 방문했을 당시 호떡을 나누어 먹었던 못골시장 초입의 분식집 종업원은 "(당시 선거철이 아님에도)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렸다. 수원에선 늘 이재명 후보의 인기가 좋다"고 전했다. 인근의 통닭집 점주도 "이재명 후보가 지사 생활을 길게 하진 않았으나 일 처리 하나만큼은 시원시원하다는 느낌이 컸다. 그런 모습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 같다"고 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 중앙공원 인근에 걸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현수막. /사진=김도현 기자

경기 성남시 분당 중앙공원 인근에 걸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현수막. /사진=김도현 기자



평균연령 39.3세로 전국에서 가장 젊고 출생아 수도 1위를 기록 중인 '젊은 도시' 화성에서도 이재명 후보의 인기가 가장 높았다. 화성에서도 가장 젊은 유권자들이 몰려있다는 동탄신도시의 경우 오산천을 기준으로 서쪽(1신도시)이 전용기 민주당 의원 지역구이고 동쪽(2신도시)이 이준석 후보 지역구지만, 양쪽 모두에서 이재명 후보를 뽑겠단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이준석 후보 지역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동탄점에서 만난 박호정씨(35·여)는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민주당에 표를 줄 생각이다. 신랑도 마찬가지"라며 "이준석 후보에 대한 비호감이 커 쉽게 마음이 가질 않는다"고 했다. 같은 장소에서 만난 강은희씨(46·여)도 "지금은 민주당이 승리해야 할 때"라며 "김문수·이준석 후보에 표를 나눠줄 때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당시 가장 적은 표 차이(75표)로 이재명 후보가 우위를 보인 성남에서도 적지 않은 이들이 이재명 후보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성남시장 재직 당시 일 처리뿐 아니라 분당구 수내동 자택과 중원구 성남시청을 걸어서 출퇴근하며 주민들에게 인사를 했던 점을 높이 평가하며 이번에도 지지하겠단 반응이었다.

중앙공원에서 만난 박성오씨(49·남)는 "과거 성남시장을 뽑을 때는 이재명 후보를 뽑았고 지난 총선에서는 안철수 후보를 뽑은 바 있다"며 "이번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에게 표를 줄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 우리가 일 잘했던 모습을 기억하고 체감한 바가 있기 때문에 걱정 없이 표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북부 "이재명이 싫어서"

이번 대선에서 김문수 후보를 뽑겠다고 한 이들 중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이재명이 싫어서"라고 했다.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이준석 후보에 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유권자들도 많았다. 이들은 신선하고 새로운 정치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동두천 지행역 앞에서 만난 김철수씨(57·남)는 "2번(김문수 후보)을 찍을 생각이다. 정치를 아무리 잘한다 해도 능력보다 중요한 게 도덕 아니겠나"라며 "(이재명 후보는) 그런 면에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을 채용이라 생각해보면) 국민이 '공무원 대장'을 뽑는 것이 대선"이라며 "직장생활을 해봤다면 공감하겠지만 능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도덕성이 별로면 좀 그렇지 않나"라고 했다.

경기 동두천 중앙시장에서 상인들이 영업을 하는 모습. /사진=안재용 기자

경기 동두천 중앙시장에서 상인들이 영업을 하는 모습. /사진=안재용 기자



인근에서 만난 이재훈씨(40·남)도 "(이재명 후보의 공약인) 호텔경제론·에너지고속도로 등이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 생각한다"며 "사법부 겁박하고 입법 독재하는 것도 보기 싫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작은 당 보다는 보수 본당(국민의힘)에 표를 모으는 게 맞는 것 같아 김문수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에서 만난 이영수씨(69·남)는 "이재명 후보는 여러 혐의가 있지 않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 맞지만 그래도 이 후보는 도저히 못 뽑겠다"며 "이준석 후보도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투표는 해야한다고 생각해 김문수 후보에게 표를 줄 생각"이라고 소개했다.

김문수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이들 중 일부는 이런 결심을 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별다른 설명 없이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동두천중앙역 인근에서 만난 황동혁(80대·남)씨는 왜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냐는 물음에 강한 어조로 "더 캐묻지 마라. 나는 그냥 정했다"고 답했다. 분당 중앙공원에서 만난 유미자씨(75·여)씨도 "살면서 민주당을 뽑아본 적이 없다"며 "일단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을 찍어줄 생각"이라고 했다.

이준석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지행역 인근의 김상길씨(80·남)는 "젊은 사람들이 정치를 뒤엎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을 주로 찍어 줬었는데 이번에 보니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썩을 대로 썩은 것 같다"며 이준석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고양에 거주하는 이수영씨(37·남)는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공약을 많이 제시한 이준석 후보에 표를 주고 싶다"며 "현실적으로 2강에 밀려 당선이 어려운 건 알지만 다음에는 제대로 한번 노려보라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수원·화성·성남(경기)=김도현 기자 ok_kd@mt.co.kr 수원·동두천(경기)=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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