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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 또 논란…"인권보호" vs "수사 지연"

머니투데이 이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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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 또 논란…"인권보호" vs "수사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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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후 서울 관악산으뜸공원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5.5.29/사진=뉴스1(안은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후 서울 관악산으뜸공원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5.5.29/사진=뉴스1(안은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공약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이 포함되면서 법조계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은 과거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법원이 추진했던 제도로 당시에도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갈렸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후보는 사법 및 검찰 개혁 공약으로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을 비롯해 △대법관 증원 △법관평가제도 개선 △국민참여재판 확대 △수사·기소 분리 △검사 징계 파면제 도입 등을 내세웠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는 판사가 압수수색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수사 관계자 등 관련자를 직접 심문해 압수·수색의 필요성과 범위 등을 결정하는 절차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찬반 양론이 부딪히고 있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인권 보호를 그 근거로 들고 있다.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국민들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필요한 절차"라고 말했다. 수사가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선 "모든 사건을 심문하는 게 아닐뿐더러 잠깐의 심문 후에 발부하는 과정이라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 현직 판사는 "같은 장소의 압수·수색을 서너번씩 가는 등 남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자택을 압수·수색할 경우 이후 유·무죄 결과를 막론하고 가족 등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행위라 압수·수색영장 발부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검사들은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고 우려한다. 가장 문제를 삼는 부분은 수사가 지연될 가능성이다. 익명을 요청한 검사 A씨는 "늦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말이 안 되는 제도"라며 "검찰은 2023년 대검의 입장과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검사 B씨는 "압수·수색은 신속성이 중요한데 절차가 길어지면 디지털 증거 등은 인멸하기 더욱 쉬워져 수사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압수·수색은 수사 초기에 하는 조치인데 영장까지 심문하는 건 부적절하고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을 거칠 경우 수사의 '밀행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점도 거론된다. 검사 C씨는 "심문 일정을 잡고 사람이 법원의 판단을 받기 위해 왔다 갔다 할 경우 밀행성에 입각해야 하는 수사절차에 차질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검사 B씨도 "현재처럼 기록으로만 왕래해서 압수·수색영장 발부를 결정하는 것과 달리 사건 관련 수사관들이 직접 방문하면 보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법조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지금도 압수·수색을 한다고 하면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현장에서 집어 던지는데 사전에 심문을 열면 피의자들이 미리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일도양단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은 2023년 2월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며 이 제도를 도입하려 했다. 압수·수색영장 사전 심문을 통해 수사기관의 과도한 압수수색과 인권 침해를 막고 사법적 통제를 강화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검찰 등 수사기관들은 난색을 보였다. 압수·수색영장 발부를 위해 법원에 심문을 받으러 가는 과정에서 수사 기밀이 노출되고 절차가 지연된다며 반발했다. 당시 대검은 공개적으로 "수사가 지연돼 신속하고 엄정한 범죄 대응에 심각한 장애를 불러올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혜수 기자 esc@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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