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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월급 제도’ 손보는 일본 [JAPAN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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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월급 제도’ 손보는 일본 [JAPAN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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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인재는 외국 기업을 선호한다


일본의 급여 제도는 독특한 면이 많다. 일단 외국계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월급제를 채택하고 있다. 월급을 주는 날짜도 대부분 기업은 25일이다. 매월 25일이 되면 일본 금융기관에는 시스템 안정을 위해 초비상이 걸린다.

월급 외 각종 명목의 수당도 많다. 교통비와 주거비가 비싼 대도시 직장인의 경우 통근수당과 주거수당은 기본이다. 여기에 정기적인 상여금 제도도 운영한다. 상여금은 통상 6월과 12월에 여름·겨울 상여금 명목으로 지급된다. 정규직의 경우 기본급의 최대 6개월 치까지도 받는 경우가 있어 상여금이 전체 급여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연차가 오를수록 급여가 상승하는 호봉제도 여전하다. 연봉 계약을 한 뒤 전체 금액을 12분의 1로 나눠서 주는 서구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 때문에 일본 내부에서도 일본만의 독특한 방식이라는 의미에서 ‘갈라파고스 급여 제도’라는 용어를 쓴다.

최근 일본 기업 중 이러한 급여 지급 방식에 변화를 주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올해부터 소니그룹이 겨울 상여금을 없애고 이를 월 급여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통해 올 4월에 입사한 신입사원은 월 3만8000엔의 급여 인상 효과가 얻어졌다. 여기에 1만엔의 올해 임금 인상분을 포함하면 전체 인상분은 월 4만8000엔(약 46만원)으로 늘어난다. 겨울 상여금은 없애는 대신 여름휴가를 위해 여름 상여금은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4월 열린 일본 종합상사 이토추의 입사식 모습. (이승훈 특파원)

지난 4월 열린 일본 종합상사 이토추의 입사식 모습. (이승훈 특파원)


日 기업, 상여금 없애고 연봉제 도입

신입사원 초봉 올리고 인재 모시기

일본 유명 건설부동산 기업 다이와하우스도 올해 상여금을 없애는 대신 대졸 신입사원 연봉을 10만엔 올려 35만엔으로 정했다. 건담 시리즈로 유명한 완구 기업 반다이는 상여금을 활용해 초봉을 22만4000엔에서 29만엔까지 인상했다.

일본 기업이 그동안 상여금 제도를 유지한 것은 기본급의 경우 한 번 올리면 내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기업 실적이 부진해진 2000년대 이후 많은 일본 기업이 기본급 인상은 최대한 억제하고, 상여금 비중을 높여 인건비를 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뀌는 것은 지나치게 낮은 월급 구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본 내 우수 인재는 일본 기업보다 급여 수준이 높은 일본 내 외국 기업에 입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일본 기업이 이를 만회하려면 급여가 높아 보이도록 할 필요가 있는데, 어차피 매년 두 차례에 걸쳐 줄 상여금을 월급에 포함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던 월급 구조에 변화를 준 것이다.


상여금의 상당 부분이 실적에 연동돼 지급된다는 점도 고려됐다. 실적이 안 좋은 해에는 한 해 동안 받는 급여가 지나치게 낮아지는 문제가 생기는 것. 반대로 상여금을 많이 받기 위해 무리하게 실적을 내고 이것이 나중에 문제가 되는 경우도 빈번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상여금에도 변화를 주기 시작한 셈이다.

최근에는 근로 연수에 따라 급여가 오르는 호봉제 방식에 변화를 주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일본 기업 급여 제도는 초임이 낮더라도 매년 꾸준히 급여가 오르기 때문에 정년을 채울 경우 충분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형태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는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젊은 층에는 통하지 않게 됐다. 최근 대졸 신입사원이 입사 3년 이내 이직하는 비중은 30%를 넘는다. 업무 불만도 이유지만 완만한 호봉제 임금 상승에 대한 불만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막기 위해 성과급제나 연봉제 등 다양한 방식을 적극 도입하는 기업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쿄 = 이승훈 특파원 lee.seungh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1호 (2025.05.28~2025.06.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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