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나타나 스택 오버플로우를 죽였다고 말하기 쉽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AI는 이미 일어난 일에 마침표를 찍었을 뿐이다. 인간 커뮤니티와 자율적 운영에 대한 실험이 납득할 수 없는 실패로 이어진 교훈적 사례다.
스택 오버플로우는 한때 그 자체가 인터넷의 최고 엔지니어로, 개발자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들고 찾아오는 든든한 보루였다. 또한 오픈소스 프로그래밍의 정신과 사고방식이 뿌리내리고 번성했던 기술 공유의 공간이기도 했다.
이러한 종류의 사이트는 스택 오버플로우가 최초도 아니었고 유일하지도 않았다. 그 외에도 많은 차세대 프로그래밍 포럼이 밀레니엄 전환기에 등장했고 일부는 지금까지 존속하고 있다. 이러한 포럼들은 사용자 그룹과 유즈넷의 뒤를 이었지만 이제 대규모 언어 모델(LLM) 시대로 접어들면서 존재의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유형의 포럼이 계속 필요할까?
본격적으로 답을 찾기 전에, 스택 오버플로우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보면서 스택 오버플로우가 어떻게 성공했고 어떤 어려움을 겪었으며 지금의 쇠퇴에 AI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장기간 이어진 사용량 감소
먼저 스택 오버플로우의 월별 질문 수 감소 차트를 보자. 이 차트는 사이트가 처음 시작된 200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차트가 보여주듯이 한때는 매월 20만 개의 새로운 질문이 꾸준히 등록될 정도로 인기를 끌다가 2014년부터 서서히 줄어드는 패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모두가 재택근무를 하면서 반짝 급증했으나 그 후에는 침체가 다시 이어졌다.
2023년, 즉 챗GPT가 등장하고 약 1년 뒤부터는 사용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스택 오버플로우가 붙잡고 있던 마지막 줄을 챗GPT가 끊어버렸다는 것이 명확히 드러난다. 이 사이트의 사용량 감소 추세와 챗GPT의 성장 추세는 거의 정확히 반비례한다.
그러나 생성형 AI는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에 좀더 힘을 보탰을 뿐이다. 스택 오버플로우의 고도 성장을 이끈 힘은 사람들의 상호작용과 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활기찬 문화였다. 스택 오버플로우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상호작용적인 요소를 다른 어떤 사이트보다 효과적으로 포착했다. 그러나 사이트의 실험적 자율 규제가 억압적인 방향으로 흐르면서 한때 플랫폼을 위대하게 만들었던 본질을 운영진 스스로 무너뜨리고 말았다. LLM이 등장했을 무렵에는 이미 스택 오버플로우는 거래형 Q&A라는 무미건조한 비전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즉, 생성형 AI가 스택 오버플로우를 위협할 때 사이트를 구할 수 있었던 유일한 요소인 인간적인 요소는 이미 제거된 상태였다.
평판 게임 : 스택 오버플로우가 인터넷을 정복하고 다시 잃은 과정
스택 오버플로우의 가장 혁신적인 요소는 평판 시스템이었다. 이 시스템 덕분에 스택 오버플로우는 비슷한 종류의 여러 사이트 중에서 군계일학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평판 게임의 효과로 스택 오버플로우는 다른 모든 사용자 중심 개발자 사이트를 흡수하고 대부분을 소멸시켰다.
사용자는 좋은 질문을 할 때와 도움이 되는 답변을 할 때 평판 포인트와 배지를 얻었다. 처음에는 좋은 질문 또는 답변이 무엇인지에 대한 미리 정해진 틀은 없었다. 실제 프로그래머들이 좋은 게시물에 대해 추천을 누르면서 자연스럽게 선별되는 방식이었다.
평판 시스템은 항상 불완전했다. 악용할 수 있었고 실제로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어쨌든 재미있었으며 대부분의 사용자들에게 도움이 됐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스택 오버플로우는 운영(또는 조정) 권한이 평판을 기반으로 부여되는 이른바 자율 운영 플랫폼을 지향했다. 평판이 충분히 좋은 사용자들은 플랫폼의 여러 측면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받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들이 질문과 답변의 “품질”을 심사하는 역할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새로운 모델은 “품질”이라는 매우 주관적인 개념과 결합돼 마치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과 같은 상황으로 이어졌다. 즉, 관리자들은 폭넓은 대화와 행동을 장려하기보다는 자신이 보기에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대화를 없애는 방식으로 평판을 쌓아갔다. 어느 순간, 스택 오버플로우는 더 이상 오랜 개발자 문화에 소속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투기장이 돼 있었다.
평판 게임화의 역효과
게임화는 처음에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의 아름다운 측면, 즉 순수하게 도움을 주고받는 데서 느끼는 즐거움을 포착하고, 거기에 평판을 쌓는 재미있는 요소까지 가미한 덕분이다. 그런데 이 도움의 문화를 이끈 힘은 무엇이었을까? 전에 필자가 스택 오버플로우를 보고 있는데 프로그래머가 아닌 한 사람이 어깨너머로 화면을 쳐다보더니 “사람들은 왜 아무 대가 없이 도울까?”라고 물었다. 자신이 배운 것을 공유함으로써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을 때의 기쁨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렵다.
비유하자면 차가 고장이 나서 길가에 서 있는 사람을 본 것과 같다. 돕기 위해 차를 세운다. 나 역시 길가에서 오도가도 못한 그 상황에 처한 적이 있어서 어떤 기분인지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은 누군가가 자신의 곤경에 공감한다는 사실을 알고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문제의 원인을 발견해서, 가령 “보세요, 냉각수 클램프가 헐거워졌네요”라고 알려줄 때의 짜릿한 기쁨도 있다. 평판 게임이 스택 오버플로우를 장악하면서 이 공유된 즐거움이 사라졌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도움의 문화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이 새로운 LLM 시대에 인간이 서로 돕는 문화가 존속할지다. 인간의 도움은 여전히 필요할까? 아니면 모든 것이 입력과 출력으로 귀결될까? LLM에 공급되는 정확한 데이터를 생성하는 부분에서 인간의 새로운 역할이 생길 수도 있다. 어쩌면 인간은 방대한 합성 데이터의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로 진화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스택 오버플로우와 한때 이곳이 대표했던 커뮤니티로 돌아가 보자. 미래에 극적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AI가 등장하기 전부터 스택 오버플로우가 스스로 만든 막다른 길에서 벗어나야 하는 상황에 처했음은 분명했다. 한때 이곳을 위대하게 만들었던 소프트웨어 개발 커뮤니티와 문화를 빨리 받아들였다면 옛 명성을 되찾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문화는 사람들이 자신을 반긴다는 느낌을 받을 때 번영한다.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엉뚱하거나 주제에서 벗어난 질문을 하는 사람들도 포용해서 더 많은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편안하게 소통하도록 둬야 한다는 의미다. 이 사람들도 언젠가는 경험이 많은 사람이 된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자신이 받은 도움을 되돌려줄 수도 있다.
개발자들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커뮤니티를 원하고 커뮤니티를 가치 있게 여긴다. 그 정신은 dev.to와 같은 사이트에 살아 있고 깃허브 오픈소스 소셜 코딩 모델의 성공에서도 명확하게 볼 수 있다. 깃허브는 코딩 세계의 중심이며 옛 사용자 그룹의 진정한 후계자일 수도 있다. 물론 AI 중심 소프트웨어 세계에서도 여전히 필수적인 툴 중 하나이기도 하다.
결국 핵심은 코딩을 위한 코딩이다. 음악가가 항상 음악을 창작하듯이 소프트웨어 개발자도 항상 코드를 만든다. AI가 멋진 음악을 만들어낸다 해도 음악가는 여전히 음악을 만들 것이다. 인간은 바흐, 베토벤, 비틀즈를 거쳤다고 해서 “이제 좋은 음악은 충분히 있으니 그만 만들자”고 마음먹지 않았다. 인간은 창작 본능을 타고났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는 코딩이 바로 그 창작의 방식이다.
소프트웨어를 쓰고 구축하고 실행하는 과정에는 즐거움과 도전, 보람이 있다. AI는 그 일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AI가 완전히 대체한다면 코딩을 위한 코딩은 점점 골수 애호가들의 취미와 같은 형태로 바뀔 것이다. 대량 생산 가구 시대에 손으로 직접 목재 가구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인간적 요소 잃지 말기
스택 오버플로우와 같은 사이트는 이 그림의 어느 부분에 속할까? 최근 맷 아세이는 평판을 AI 모델 기여도에 연결하는 것과 같은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러나 스택 오버플로우가 진정으로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인간 프로그래머와 그들이 만들어갈 문화에 대해 확신을 가져야 한다. 이곳이 바로 소프트웨어 개발의 인간적인 면이 살아있는 공간이고, 여기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그 기본적인 사명을 뒷받침한다는 명확한 비전이 필요하다.
스택 오버플로우의 성공과 몰락은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플랫폼이 단순히 콘텐츠를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할 때 번영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성공 요인은 개발자들의 열정을 활용한다는 데 있었다. 그러나 잘 굴러가던 민주적인 시스템에서 이해할 수 없는 귀족 계급 구조가 탄생했고, 그 구조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과정에서 그 에너지는 점차 소멸됐다.
정교한 AI의 등장과 시기적으로 겹치지만 AI가 몰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은 아니다. 커뮤니티가 이미 얼마나 활력을 잃었는지 더 명확히 드러내는 역할을 AI가 했을 뿐이다. AI는 앞으로도 기술 환경을 계속 재편해 나가고 그 여파는 계속 우리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스택 오버플로우가 남긴 교훈은 다가올 새로운 세계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의미와 목적을 이끄는 주체는 인간이다. 그 인간적 요소를 배제하면 위험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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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thew Tyson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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