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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스 플랜: 데스룸' 정종연PD "좀 더 똘똘한 PD에게 맡길까도 생각"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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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스 플랜: 데스룸' 정종연PD "좀 더 똘똘한 PD에게 맡길까도 생각"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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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스 플랜: 데스룸 정종연PD / 사진=넷플릭스

데블스 플랜: 데스룸 정종연PD / 사진=넷플릭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이토록 많은 질타를 받은 적이 또 있었을까. 정종연PD는 화제성 높지만 호의적이지 않은 시청자 반응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프로그램 최종 우승자는 "제가 어리석었다"며 고개를 숙였고, 정종연PD 역시 출연자들에 쏟아지는 질타에 마음 아파했다.

지난 20일 12화를 끝으로 종영한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 데스룸'은 다양한 직업군의 플레이어 14명이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더 지니어스' 시리즈, '대탈출' 시리즈 등을 연출한 정종연PD의 신작으로, 지난 2023년 공개돼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데블스 플랜'의 두 번째 시즌이다.

'데블스 플랜: 데스룸'은 두뇌 서바이벌 예능의 강자로 꼽히는 정 PD의 작품인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난 22일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FUNdex)에서 발표한 5월 3주차 TV-OTT 통합 비드라마 화제성 부문에서 '데블스 플랜: 데스룸'이 1위를 차지했으며, 출연자 정현규는 TV-OTT 비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2위, 이세돌은 4위, 저스틴 H.민은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게임 과정에서 일부 출연자들의 논란, 프로그램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정 PD는 "이 프로그램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 지적하시는 시청자분들의 이야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에 대해 당연히 공감하는 부분들이 있다"며 "제 작품 생활에 또 큰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한 일주일 무서운 피드백을 많이 받다 보니까 기운을 내고 싶어도 잘 안 되는 상황인 것 같다"며 "출연자의 행동은 제가 승인한 내에서 한 것이기 때문에 출연자 개개인에 대해서 과하게 비판하는 부분들은 사실 저한테 와야 할 부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못지않게 부모님 안부 물어보는 DM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정 PD는 "제 시스템 안에서 이뤄지고, 제 책임 하에서 이뤄진 것들이고, 제 작품이고 하다 보니까 피드백은 저에게 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 PD는 프로그램 내에서 불거진 각각의 문제들에 사과하고 해명했다. 먼저 "처음 시즌을 기획할 때는 감옥동과 '감옥매치'라는 시스템이 들어갔다. 거대한 두 팀의 대결이 제일 중요한 테마였다"며 "감옥동에는 이제 '감옥매치'라는 크리티컬한 시스템이 들어갔고 서바이벌다운 서사가 있었고, 생활동에는 그에 상응하는 서사를 만들어주는 어떤 시스템이 있었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잘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에 감옥동 서사에 비해 생활동이 조금 빈약해 보이는 부분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감옥동에서 생활동으로 옮겨갈 수 있는 기회라든가, 아니면 결승전까지 갈 수 있는 피스 개수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 등 밸런스에 대한 부분들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고 저도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 PD는 우승을 양보한 듯한 행동을 보여준 출연자들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상금이 있고 판을 깔아줬다고 해도 나와 함께 했던 사람과의 약속을 중요시한다거나 하는 자기만의 성정과 기준이 있지 않나. 그걸 여기 와서 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기가 쉽지 않다"며 "어떻게 보면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사회에서 내가 살아온 방식, 판단하는 방식을 여기 와서 바꾼다는 게 사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출연자가 소지하고 있던 기름종이를 사용해 편법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 "기름종이가 나왔을 때는 저희도 적지 않게 당황하긴 했지만 그때는 게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기왕이면 흐름을 끊지 않고 하려 했다"며 "시청자분들이 보시기에 부당하다는 느낌이 있다면 하지 말 걸 그랬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활동 히든 스테이지와 보상 사용 타이밍 논란에 대해서는 "녹화는 실제 똑같은 순서대로 됐고, 저의 입장에서는 보상을 쓸 생각임을 미리 들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어느 타이밍에 쓰는 게 맞는지 문의가 있었는데, 연출자 입장에서 너무 빨리 쓰는 것보다는 뒤에 쓰는 게 상황이나 분위기를 압도할 수 있는 그림이 나올 것 같아 뒤에 가는 걸로 하자고 했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히든뿐만 아니라 게임의 진행을 위해 출연자들은 개별 인터뷰 시간에 게임의 룰에 관련한 질의를 진행한다"며 "'데블스 플랜'은 서바이벌이고, 특정 출연자를 위한 조작이나 개입은 전혀 없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며 조작·개입설은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두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대가답게 사람들 간의 연합이나 정치 싸움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감정을 건드리기도 한다. 정 PD는 "어쨌든 다 오픈된 상황에서 하는 다인전 게임을 하다 보면 정치적인 요소가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며 "물론 저도 그런 것에 흥미를 느끼기 때문에 여전히 이런 프로그램을 하고 있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형식의 프로그램을 했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소셜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는 포맷이고 그렇게 진행을 했던 것이다. 어찌 보면 정치적 행위에 의한 결과의 변경은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게임 규칙들이 일반 시청자가 따라가기에는 복잡하고 어려워 장벽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정 PD는 "너무 복잡하고 장황하고 막 보기가 어려운 부분들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제가 '더 지니어스' 때부터 늘 얘기했듯이 쉬운 게임 만드는 게 제일 어렵다. 그런데 쉽고 단순해지면 '아 저런 생각을 하네?' 이런 장면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고, 여러 명이 같이 게임을 하다 보니까 승부를 가르는 미묘한 것들이 게임을 알면 알수록 더 보인다. 그리고 단순한 게임의 뿌리는 결국 몇 개밖에 없다. 제가 그걸 하나 개발할 수 있으면 너무 좋지만 그건 진짜 그야말로 올 타임 한 번 나오는 것"이라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전했다.

정 PD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차기작 관련해서는 따로 일정 발표가 있을 거라 예상한다. 브레인 서바이벌 관련해서는 아마 제작은 할 건데 '데블스 플랜3'로 갈 수도 있고 아예 간판이 바뀔 수도 있다"며 "좀 더 똘똘한 PD한테 더 많은 역할을 주고 저는 슈퍼바이징만 줄 수도 있다. 새롭게 시작할 수도 있는 상황이긴 하다. 그런 부분은 고민 중이다. '대탈출'류의 프로그램도 당연히 여건이 되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