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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수출로 먹고 살아…철저한 장사치 논리로 접근해야” [더 복잡해진 트럼프 관세]

헤럴드경제 배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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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수출로 먹고 살아…철저한 장사치 논리로 접근해야” [더 복잡해진 트럼프 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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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경제안보 컨트롤타워…점검회의 정례화”
金 “경제안보교섭본부, 분산된 대응력 통합”
대선 후보마다 공약집에 통상조직 강화 제시
인천 중구 인천 선광남항야적장에 수출 대기중인 중고차량과 컨테이너가 가득 정리되어 있다.  [헤럴드 DB]

인천 중구 인천 선광남항야적장에 수출 대기중인 중고차량과 컨테이너가 가득 정리되어 있다. [헤럴드 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통상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관세를 둘러싼 법적 논란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다양한 법률적 수단을 강구하고 무역뿐 아니라 외교·안보 등 여러 지렛대를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대미수출기업들의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놓이게 된다. 이번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공약집에 통상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통상조직 강화를 제시한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정권교체 때마다 통상 기능 이전을 놓고 부처가 신경전을 벌였지만 “이번 만은 절대 안된다”는 논리도 커지고 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공약집에 경제안보 총괄과 조정 기능 강화를 위한 컨트롤타워 구축과 관계부처 장관 및 경제 4단체 대표 포함한 (가칭) ‘경제안보 점검회의’ 정례화 등을 통해 경제외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제시한 ‘경제안보 컨트롤타워’를 주도할 정부부처는 통상 업무를 전담하는 산업통상자원부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산업부의 에너지부문을 분리해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겠다고 공약 했는데 이는 산업부의 통상기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또 경제안보 관계부처 장관들과 경제4단체장이 참여하는 가칭 ‘경제안보 점검회의’ 정례화를 약속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박을 비롯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민관 공동대응을 위해서다. 경제안보 점검회의에 참여할 경제4단체는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까지 참여시킬 예정이다. 기업과의 상시 소통을 기반으로 급변하는 통상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기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통상교섭본부에 경제 안보 대응 능력을 더한 ‘경제안보교섭본부(가칭)’를 신설해 급변하는 국제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안보교섭본부를 통해 기존의 통상교섭본부를 발전적으로 흡수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안보교섭본부는 통상과 경제 안보 문제를 포괄적으로 담당하는 부처로, 복수 조직에 분산된 경제 안보 대응 능력을 통합해 국제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구체적으로 경제안보교섭본부는 특허·원산지·수출입 전문가 등 분야별 전문인력 운영제도를 확대 적용해 통해 원산지 조작, 사이버 부정경쟁 등 신유형 무역 침해를 대처하고, 우회 덤핑 조사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 후보자는 국가 정상 간 ‘경제전략대화체’ 등 협의체를 정례화하고, 인도 등 글로벌사우스 신흥시장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방침이다.

두 후보자 모두 통상조직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경제안보’를 강조하는 모습다 같다. 경제안보는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산업을 비롯한 공급망, 핵심 기술 보호, 수출통제, 외국인직접투자 등 광범위한 통상·경제·외교·안보·지정학적 고려와 연계돼 국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이슈다.


경제안보는 특정 부처의 관할 여부에 매몰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통령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통상조직 이관 논의 자체가 소모적인 싸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일본, 중국 등 그 어느 나라에서도 지금까지 ‘경제안보’ 때문에 ‘통상’을 ‘외교’ 쪽에 통합해야 한다는 논쟁은 없었다.

통상조직은 1948년 정부 출범 이래 줄곧 외교부가 주도해왔으나 김영삼 정부가 이듬해인 1994년 통상산업부를 출범한 이후 줄곧 산업부와 외교부를 오갔다. 4년 후 출범한 김대중 정부가 외교통상부를 만들어 노무현·이명박 정부까지 15년간 이어졌다. 이후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 직후 산업통상자원부를 출범한 후 현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통상 기능 이관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 왔다. 외교부가 통상 기능 이관을 강력하게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상 기능이 경제가 아닌 외교로 무게추가 기울게 되면,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의 통상 정책이 국익을 기반으로 한 철저한 장사치 논리를 펼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외교부가 통상기능을 갖게 되면 사드(THAAD) 배치나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 등과 같은 이슈가 생겼을 때, 외교·안보·정치를 경제와 분리할 수 없는 구조에서 협상을 해야한다는 점에서 통상정책의 실수요자인 기업들은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다. 경제 이익이 아닌 외교안보 논리에 끌려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2019년 7월 일본이 단행한 한국에 대한 3대 품목 수출규제 조치는 한국 법원이 일본 정부와 기업에 강제동원 노동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로 외교안보 쪽 문제가 발단이 됐다. 반면, 한발자국 떨어져 있는 통상·산업·재정 등 경제부처는 공동 대응해 소부장 정책을 만들어냈고, 100대 핵심 품목의 일본 의존도를 2년 새 31.4%에서 24.9%로 6.5%포인트 낮췄다.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이었던 3대 품목(불화수소·불화 폴리이미드·극자외선(EUV) 레지스트) 중 불화폴리이미드는 대체 소재인 UTG(Ultra Thin Glass) 채택을 통해 대일 수입이 사실상 ‘0’으로 전환되는 성과도 올렸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독일, 일본, 중국 등 제조업 의존도가 큰 국가 대부분은 통상정책을 외교부처가 아닌 경제부처에서 주도하고 있다.

예컨대 제조업이 강한 우리나라는 산업부, 독일은 경제기후보호부, 일본은 경제산업성, 중국은 상무부 등 모두 산업정책 담당 부처가 통상 기능까지 겸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무역 규모 역시 큰 국가란 공통점을 가졌다.통상 전문가들은 “기업의 목소리를 통상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선 산업정책과 통상정책을 한 부처에서 아우르는 현 정부 조직 체계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배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