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검증 차원” 해명에도 ‘젓가락 발언’ 논란 지속
선거철 설화 ‘정치적 프레임’ 만들며 판도 흔들어
선거철 설화 ‘정치적 프레임’ 만들며 판도 흔들어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27일 열린 TV토론회에서 했던 ‘젓가락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다.
이 후보는 29일까지 이틀 간 공개 토론회에서 해당 발언을 했던 취지를 설명하고, 불편함을 느낀 분들이 있다면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후보 TV토론회 당시 이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아들 이동호씨의 음란 댓글 논란을 겨냥한, 여성 혐오 표현이 담긴 질문을 꺼내 파문을 일으켰다.
이 후보는 29일까지 이틀 간 공개 토론회에서 해당 발언을 했던 취지를 설명하고, 불편함을 느낀 분들이 있다면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
21대 대선후보들이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정치 분야 TV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뉴스1 |
대선후보 TV토론회 당시 이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아들 이동호씨의 음란 댓글 논란을 겨냥한, 여성 혐오 표현이 담긴 질문을 꺼내 파문을 일으켰다.
◆특정 지역∙세대 비하 발언…설화 단골
선거철에는 때때로 민심을 흔드는 ‘설화’가 터지곤 하는데,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대표 설화로는 ‘이부망천(離富亡川)’이 꼽힌다.
2018년 6월7일 지방선거를 6일 앞두고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정태옥 전 의원이 TV토론에서 “서울 목동 살다가 이혼하면 부천 가고 더 어려워지면 인천 간다’며 ‘이부망천’을 주장해 지역 비하 파문이 거세게 일었다. 인천∙부천 시민의 분노를 촉발했을 뿐 아니라 주요 격전지 민심을 흔드는 대형 악재로 작용했다.
![]() |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정태옥 전 의원. 뉴스1 |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황급히 정 전 의원에 탈당을 권유해 자진 탈당이 이뤄졌지만 성난 민심을 진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사건이 터지면 일단 ‘정치적 프레임’에 걸려 여론전에서 매우 불리한 입장이 된다.
지역이 아닌 특정 집단 비하 논란을 촉발한 사례도 있었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정동영 대선후보는 3년 전인 2004년 양천구 주민자치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제 60·70대는 집에서 쉬셔야 한다”고 했던 발언이 다시 조명됐다. 정 후보는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노인 비하 프레임’을 걷어내기는 어려웠다.
◆막말 파문으로 수도권 격전지 날아가
거짓말로 충격을 준 사례에는 민심의 철퇴가 가해졌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경기 부천병에 출마했던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차명진 후보는 TV토론회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식 투쟁 당시 광화문 광장에서 텐트 안에서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가 있었다”며 ‘세월호 텐트 음란행위설’을 주장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수도권 격전지에 출마했던 한 후보는 “차명진 때문에 다 죽게 생겼다. 큰일 났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득표율 1∼5%포인트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 격전지에선 설화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이틀 뒤 차 후보를 출당시키며 강하게 선을 그었지만, 수도권 121석 중 16석을 얻는 데 그쳤다.
![]() |
차명진 전 의원. 연합뉴스 |
같은 해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세월호 유가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차 전 후보의 허위사실에 기초한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하고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충격적인 선동 사례도 있었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서울 노원갑에 출마한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 김용민 후보는 2004년 인터넷 방송에서 “라이스(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전 국무장관)를 강간해서 죽이자”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준석 반박에도 논란 지속
이준석 후보는 “순화해 표현했고 어떻게 더 순화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지만, 이번 발언으로 6·3 조기대선에서 ‘설화’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많은 경우 욕설을 인용하는 것도 욕설이고 성희롱을 인용하는 것도 성희롱”이라며 “최초 발언자보다 이준석 후보는 수십만, 수백만배의 큰 스피커를 가지고 있는 대선 후보인 만큼 그 인용 발언이 수백만배 많은 청자에게 가닿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 |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29일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TV토론회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민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 후보를 고발했다.
이 후보는 이에 “(이재명 후보 아들) 문제를 제기한 저에게 혐오의 낙인을 찍는 집단 린치가 계속되고 있다. 정말 성범죄자로 지탄받아야 할 이는 누구냐”며 “저의 질문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단계적 검증이었다. 이재명 후보가 가족의 일탈에 어떤 책임 의식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고 반박했다.
이씨는 음란글 작성 등의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 등)로 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씨의 공소장이 공개되면서 이 후보 발언의 진실성은 높아졌지만, 전 국민이 지켜보는 생방송에서 여성 신체와 관련한 성폭력 발언을 전달한 것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 |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29일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TV토론회 관련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당시 방송을 시청했던 한 40대 남성은 “자녀와 함께 보고 있다가 너무나 깜짝 놀랐다”며 “아무리 검증의 영역이어도 생방송 토론회에서 언급하는 건 부적절했다고 본다. 기자회견이나 페이스북에서 했으면 이렇게 불쾌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했다.
여론조사 ‘블랙 아웃’ 기간인 만큼 이번 논란에 대한 평가는 대선 결과를 통해 확인될 전망이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