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원의 성장하는 부모]
<6> 아이와 정치 이야기하기
대선(6월 3일)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청소년들도 계엄-탄핵-대선으로 이어지는 급박한 정치적 상황에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 부모와 다른 정치적 입장에 서기도 하고, 특정한 정치적 견해에 큰 영향을 받기도 한다.
고2 준희(가명)는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고등학교에 다닌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놀라 밤새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함께 유튜브 라이브로 뉴스를 지켜보았다. 국회에서 비상계엄해제 요구안이 통과되고 계엄이 해제될 때까지 뉴스 속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검색하며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고, 외신을 찾아보기도 했다. 친구 중 한 명은 경찰과 군인이 국회의원들을 국회로 진입하지 못하게 막고 시민들과 대치 중이라는 뉴스를 보자, 힘을 보태겠다며 기숙사를 나가려고 하기도 했다.
고1 지형(가명) 엄마는 지형이가 요즘 특정 정치인을 비하하는 유튜브 채널이나 소위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를 많이 보고, 탄핵이나 대선과 같은 정치 상황에 대해서 극단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고민이다.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만 하면서 다양한 관점으로 상황을 보지 못하고 극단적인 어른으로 자랄까 걱정이 되는데, 극우 유튜브 채널에 몰두하고 있는 아이를 보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6> 아이와 정치 이야기하기
편집자주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부모도 자랍니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4주에 한 번, 성장통을 겪는 부모들에게 조언과 응원을 전합니다.경기 수원의 고3 학생들이 지난해 4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를 마친 뒤 투표확인증을 들고 인증샷을 남기고 있다. 뉴스1 |
대선(6월 3일)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청소년들도 계엄-탄핵-대선으로 이어지는 급박한 정치적 상황에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 부모와 다른 정치적 입장에 서기도 하고, 특정한 정치적 견해에 큰 영향을 받기도 한다.
고2 준희(가명)는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고등학교에 다닌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놀라 밤새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함께 유튜브 라이브로 뉴스를 지켜보았다. 국회에서 비상계엄해제 요구안이 통과되고 계엄이 해제될 때까지 뉴스 속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검색하며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고, 외신을 찾아보기도 했다. 친구 중 한 명은 경찰과 군인이 국회의원들을 국회로 진입하지 못하게 막고 시민들과 대치 중이라는 뉴스를 보자, 힘을 보태겠다며 기숙사를 나가려고 하기도 했다.
고1 지형(가명) 엄마는 지형이가 요즘 특정 정치인을 비하하는 유튜브 채널이나 소위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를 많이 보고, 탄핵이나 대선과 같은 정치 상황에 대해서 극단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고민이다.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만 하면서 다양한 관점으로 상황을 보지 못하고 극단적인 어른으로 자랄까 걱정이 되는데, 극우 유튜브 채널에 몰두하고 있는 아이를 보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고3 서윤(가명)이는 이번 대선에 생애 첫 투표를 한다. 평소에 아빠와 정치 및 사회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인데, 이번 대선에서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서는 첨예하게 의견이 엇갈린다. 아빠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정책이 제일 낫다고 생각하지만, 서윤이는 그 후보가 여성과 장애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던 것이 마음에 걸린다. 약한 사람, 자신과 다른 사람, 소수자를 존중하지 않는 후보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SNS로 정치·사회 이슈 접하는 10대들
게티이미지뱅크 |
청소년기는 자신만의 생각과 가치관, 정체성이 형성되는 시기이다. 비판적 사고력과 감정조절력이 한참 성장하고 있는 중이며, 스스로 세상의 일들에 대해 분석하고 판단하려고 한다. 그래서 준희처럼 친구들과 정치적인 이야기를 나누거나 행동으로 옮기기도 하고, 지형이처럼 극단적인 정치적 견해에 휩쓸리기도 하고, 서윤이처럼 정치사회 문제에 대한 자신만의 가치관과 신념을 형성해 가기도 한다.
또한 친구들이나 소셜 미디어의 영향을 많이 받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소셜 미디어에는 정치 및 사회 문제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균형 잡힌 관점으로 제시되지 않는다. 관심을 끌기 위한 양극단의 정치적인 견해들이 더 많고, 가짜 뉴스도 많다. 알고리즘을 통해 청소년은 다양한 관점 대신 한쪽 견해만 반복적으로 접하는 '정보의 편식'도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시기의 아이들이 균형 잡힌 정치사회적 견해를 가지고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선을 앞둔 지금과 같은 때에 부모는 자녀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까?
아이와 살기 좋은 사회에 대해 이야기해 본 적 있나요?
게티이미지뱅크 |
첫째, 자녀에게 특정한 정치적 관점을 가르치거나 부모와 같은 정치적 입장에 서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 아이가 균형 잡히고 합리적인 가치관을 키우도록 도와야 한다. 공정하고 정의롭다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사회가 더 합리적이고 살기 좋은 사회인지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아이가 이러한 가치의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판단할 수 있으면, 어떤 정책이 더 공정한지, 어떤 후보가 더 도덕적인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국가와 사회를 만들 수 있는지 이해하고 토론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선거가 진행되는 과정, 각 후보자의 정책들, 사회 문제 등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된다. 선거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이런 문제들과 다양한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더욱 좋다.
둘째, 미디어와 정보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정보의 출처와 신뢰도를 함께 검토하고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서 생각할 수 있도록 물어본다. 아이들이 가짜 뉴스나 편향된 정보에 귀기울이고 있다면 함께 질문을 던져보자. 이 메시지를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그 사람은 왜 이런 뉴스를 만들었을까? 이 뉴스는 모두 사실일까?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거나 특정한 생각을 가지도록 몰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건에 대해 빠져있는 것은 없을까?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뉴스는 없을까? 이런 질문들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미디어와 정보에 대해서 다양한 시각을 탐색하며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또한 평소에 부모와 이런 대화를 자주 나누는 아이들은, 정치와 사회 이슈에 대해 보다 비판적, 합리적으로 문제를 이해할 수 있다. 가정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판단력을 키워줄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
셋째, 대선 후보 토론회나 인터뷰를 함께 보면서 정책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다른 후보나 주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자. 토론회는 후보의 정책뿐 아니라 사람에 대한 태도를 보여준다. 타인을 비난하거나 차별하지 않으면서도 의견 차이를 표현할 수 있는지, 의견이 달라도 상대방을 존중하며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인지 살펴보자. 완벽하게 옳거나 틀린 의견은 없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받아들이고 존중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 사회의 다양한 갈등도 다루고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간에 대한 기본적 존중 없이 특정 집단을 깎아내리거나 비난하거나 농담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은 언제든지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그런 태도를 취할 수 있다. 그래서 후보가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자신의 의견을 설득해가는 법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런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아이의 능력을 키워갈 수도 있다.
어린 게 뭘 아냐고요?
그래픽=송정근 기자 |
마지막으로 아이들도 자신의 생각과 판단력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부모가 자녀를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키우려고 노력할 수는 있지만, 결국 아이는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해나간다. 아이들이 부모와 다른 정치적 의견을 갖는다는 것은, 자기 생각을 할 줄 알고 사회·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격려하고, 부모와 다른 생각에 대해서 공감하고 존중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가정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적인 문제와 상황에 대해 자녀와 대화하는 것은 어렵지만, 아이로서는 세상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과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서로를 깊이 이해하며 존중하는 관계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대선을 앞둔 주말에 아이들과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 나눠보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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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