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머니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우보세] 트럼프는 왜 하버드를 괴롭히나

머니투데이 김하늬기자
원문보기

[우보세] 트럼프는 왜 하버드를 괴롭히나

서울맑음 / -3.9 °
[우리가 보는 세상]

[캠브리지(매사추세츠)=AP/뉴시스] 하버드대 졸업생인 빅터 플로레스를 비롯한 학생들이 27일(현지 시간) 한 학생의 연설에 박수를 치고 있다. 이날 수백 명의 학생이 교내에서 열린 반트럼프 시위에 참가했다. 2025.05.28.

[캠브리지(매사추세츠)=AP/뉴시스] 하버드대 졸업생인 빅터 플로레스를 비롯한 학생들이 27일(현지 시간) 한 학생의 연설에 박수를 치고 있다. 이날 수백 명의 학생이 교내에서 열린 반트럼프 시위에 참가했다. 2025.05.28.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석 달간 하버드 대학교를 '쥐잡듯' 잡고 있다. 행정 서류 압박으로 시작해 기부·보조금 끊기, 학생 전수조사 요구에 이어 유학생 전원 퇴출 카드까지 꺼냈다. 하버드 흔들기에 국토부, 교육부, 보건부 등 유관 부처가 총동원됐다.

트럼프 입장에선 나름의 이유와 근거가 있다. 그는 하버드의 채용 및 입학제도가 위헌적이라고 본다. 2023년 미 대법원이 비(非)백인계를 우대하는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는데 하버드가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부 장관은 "하버드 교수 채용을 살펴보면 유색인종과 여성, 논바이너리(제3의 성)라 주장하는 사람 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당초 "급진적인 좌파로부터 (하버드를) 되찾겠다"고 선언한 배경이다. 이렇게 좌파에게 캠퍼스를 장악당한 하버드가 '친테러, 반유대주의' 구호를 방치하고 있다는 시선이다.

일각에선 하버드 원죄설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하버드는 최근 몇 년간 '노 플랫포밍(No-Platforming)을 묵인했는데, 이는 페미니즘과 같은 논쟁적 주제에 관해 연설을 금지하는 일종의 문화운동이다. 처음엔 파시즘과 같은 극단적 증오 표현을 막기 위한 것이었는데, 요즘 캠퍼스에서 이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수단이 됐다는 거다. 보수진영에선 "보수파 학생들이 소외감과 발언권 부족을 느끼고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또 학생들끼리 양립하는 견해를 듣고 논쟁을 벌이며 합의에 도달할 기회까지 빼앗아 '비교육적'이라는 비난도 받는다. FT는 "일부 대학들은 좌파 성향 정서가 지배하도록 방치하고, '노 플랫포밍'이 급증하도록 내버려 두는 지나친 행태를 보인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해법은 잘못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에 개혁을 요구하며 "사회와 캠퍼스에서 반미주의와 반유대주의의 사악함을 근절하겠다"고 선언했다. 캠퍼스를 '애국'과 '반미'의 대결장으로 만들었다. 이는 트럼프 2기 정부가 구사하는 '공포 정치'의 연장선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자신이 연루된 사건 소송을 진행한 로펌에 보복하는 방식, 이민자를 색출하고 추방하는 정책, 중도파 공화당원을 협박하고 굴복시키는 데 있어 '두려움'을 무기로 사용해왔다"고 짚었다.

하버드는 트럼프의 모든 요구에 '아니오(NO)'를 외치며 진리와 자유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를 자처한다. 2000개 넘는 미국 내 대학들이 이 싸움을 지켜보고 있다. 대통령은 하버드의 반유대주의를 비판하고 위헌을 지적하겠다면서 본인이 위헌을 저지른다. 미 정치 전문지 더힐은 "트럼프가 요구하는 것과 하버드가 지키려는 가치 모두 진실일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양쪽이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면 결국 유대인도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하버드 내 유학생은 7000명이지만 미 전역으로 확대될 경우 110만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재정을 상당 부분 의지하는 학교들이 있다. 트럼프 경제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