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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외투표자 몰리자 투표지 주고 외부 줄세워 … "소쿠리 이어 밥그릇 투표"

매일경제 지혜진 기자(ji.hyejin@mk.co.kr), 김송현 기자(kim.songhyun@mk.co.kr), 홍혜진 기자(hong.hyej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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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외투표자 몰리자 투표지 주고 외부 줄세워 … "소쿠리 이어 밥그릇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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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대선 레이스, 선거 이모저모 ◆

29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서대문구 구신촌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배부받은 투표용지와 회송용 봉투를 들고 투표소 밖에 수십 m가량 줄을 서 있다.  지혜진 기자

29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서대문구 구신촌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배부받은 투표용지와 회송용 봉투를 들고 투표소 밖에 수십 m가량 줄을 서 있다. 지혜진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된 첫날 전국 각지 투표소에서 관리 부실 논란이 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선관위가 바로 관리 부실을 인정하고 사과에 나섰지만 공정 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에 흠집을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투표용지 반출 사고가 일어난 서울 구신촌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 대해 "저희의 잘못으로 유권자들에게 혼선을 빚게 했다"며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다행인 것은 구신촌동사전투표소 마감 결과 관외사전투표자 투표용지 발급 매수와 관외사전투표함 내 회송용 봉투가 정확히 일치했다"며 "반출된 투표지는 없었으며 투표소 밖에서 대기하던 모든 선거인이 빠짐없이 투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이날 사전투표 마감 후 "구신촌동사전투표소 마감 결과 관외투표자 투표용지 발급 매수와 관외사전투표함 내 회송용 봉투 매수가 4243매로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날 구신촌동주민센터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의 외부 반출에 이어 줄을 서서 대기하던 여성 선거인 두 명이 투표용지를 받은 채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대리투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선거관리인이 밥을 먹고 돌아온 두 여성의 신분을 의심하지 않고 황급히 투표소 안으로 들여보냈기 때문이다. 대기줄을 이탈해 투표소를 벗어난 사실이 명백한 선거인에 대해 대리투표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신분 재확인 없이 기표를 진행하게 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인은 투표용지를 받은 후 기표소에 들어가야 한다.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투표소를 퇴장하는 절차에 따라 투표가 마무리된다. 이에 따라 선거인이 기표 전인 투표용지를 받은 상태에서 투표소 밖으로 나가는 행위가 불법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선거관리인이 유권자에게 투표용지를 나눠준 뒤 투표소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것은 투표용지 유출을 방조하거나 조장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도 있다.


현행법상 투표용지의 투표소 반출 가능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안철 법률사무소 다안 변호사는 "투표용지를 받은 후 투표장을 벗어났다면 비밀 투표나 투표 매수 계산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관리위원이 있다 한들 투표소를 벗어나면 통제를 할 수 없기에 관련 법률 개정이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사전투표 관리 부실 문제가 부각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대 대선 사전투표 때는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이 불거지도 했다. 선관위는 당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3월 5일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외출해 사전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하고 참관인이 받아서 대신 투표함에 넣도록 정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확진자의 투표용지를 비닐 팩이나 종이 상자, 플라스틱 소쿠리 등에 담아 옮겨 다니는 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4월 총선 때는 전국의 사전투표소에서 외부인이 설치한 몰래카메라가 발견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선관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소쿠리 투표'도 모자라 이번엔 '밥그릇 투표'인가"라며 "선관위는 지금 당장 전국 투표소에 또 이런 일이 없는지 파악해 국민께 보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소속 문성호 서울시의원과 이진삼 서대문구의원은 이날 직접 사전투표소 현장을 찾기도 했다.

[지혜진 기자 / 김송현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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