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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 ‘분배’ 외면하는데…1분기 ‘소득 격차’ 더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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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 ‘분배’ 외면하는데…1분기 ‘소득 격차’ 더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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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 편의점에서 시민들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편의점에서 시민들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앞다퉈 성장 공약을 강조하며 재분배 정책이 상대적으로 홀대받는 가운데, 올해 1분기 우리 가계의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지며 양극화가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분배 정책 안보이는데 소득분배 크게 악화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가계동향 조사’를 보면, 소득 계층별로 뚜렷한 양극화 흐름이 포착된다. 소득 상위 20%(5분위)와 하위 20%(1분위) 가구의 소득 격차 수준을 보여주는 5분위 배율(균등화처분가능소득 기준)은 6.32배를 기록해 2년 만에 다시 6배 넘게 벌어졌다. 2018년 7.53배를 기록했던 5분위 배율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강력한 재분배 정책 등으로 추세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5.98배까지 떨어졌으나, 2년 만에 크게 반등했다.



분배지표 악화는 소득 수준에 따라 증감 흐름이 엇갈리면서 나타났다. 지난 1분기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88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오른 반면, 1분위 가구는 114만원에 그치며 오히려 전년보다 1.5% 감소했다. 가구소득 가운데 비중이 큰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보면, 5분위 계층은 각각 840만원과 194만원으로 전년보다 4.1%, 11.2% 증가했지만 1분위 계층은 24만원(-0.1%), 9만원(-7.7%)에 그쳤다.




반면 올해 1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35만원으로 1년 전보다 4.5% 증가했다. 7개 분기 연속 증가다. 물가상승을 고려한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 증가율은 2.3%로 집계됐다. 이지은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1분위 가구에서는 고령층과 자영업자 가구 비중이 줄어들며 전반적으로 소득이 감소했으나, 5분위 소득은 주요 대기업의 성과급 지급과 자영업자 비중 확대 등의 영향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내란 충격에 고소득층도 지갑 닫아





‘12·3 내란사태’가 촉발한 탄핵 정국에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며 가계의 소비지출 증가율도 4년 만에 1%대로 주저앉았다. 특히 소득 수준에 따라 소비성향에서도 뚜렷한 온도차를 보인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런 상황은 1분위 가구와 5분위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분위 가구 평균소비성향은 147.6%로 전년보다 10.2%포인트 상승했지만, 5분위는 56.7%로 전년보다 2.1%포인트 하락했다. 소득 하위층인 1분위는 세금·이자 등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의 1.5배 가까이 소비하며 적자 폭을 늘렸지만, 소득 상위 계층은 오히려 지갑을 닫고 저축을 늘렸다는 뜻이다. 1분위 가구는 소비지출 항목 가운데 음식·숙박(8.0%), 주거·수도·광열(7.0%), 주류·담배(10.8%) 등에서 소비를 늘렸다. 반면 5분위 가구는 오락·문화(11.5%), 정보통신(6.5%), 주거·수도·광열(7.1%) 등에서 지출이 늘었다. 식재료 등 ‘생활 물가’ 상승 여파로 저소득층 부담만 크게 늘어난 셈이다.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95만원으로 1.4% 증가하는 데 그치며, 4년 만에 1%대로 내려 앉았다. 실질 소비지출은 0.7% 뒷걸음질 치며 2023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올해 1분기 평균소비성향은 69.8%로 3개 분기 연속 하락했다. 전체 가구 평균으로 살펴도 소득이 늘어난 만큼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역화폐 확대 등 보편적 재정 지원을 내수대책으로 내세우는 가운데, 소비 활성화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안태호 최하얀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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