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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집사 게이트④ HS효성 조현상, 개인리스크 막으려 회사 돈 35억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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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집사 게이트④ HS효성 조현상, 개인리스크 막으려 회사 돈 35억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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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뉴스타파는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한 부실 기업에 184억 원을 투자하고 그 가운데 46억 원을 김건희의 집사로 불리는 인물이 가져간 사실을 보도했다. 뉴스타파가 ‘김건희 집사 게이트’라고 이름 붙인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투자, 특정인에게 막대한 이득이 돌아가는 이 투자에 누가, 왜 돈을 냈는가’다.

이번 주 뉴스타파는 ‘김건희 집사 게이트’ 두 번째 보도를 통해 184억 원을 투자한 기업과 투자·금융기관의 명단을 공개한다. 투자에 나선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투자 당시 정권과 관련한 ‘현안’이 있었다. (편집자 주)

김건희 집사, 부실 벤처 앞세워 46억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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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HS 효성 조현상, 개인 리스크 막으려 회사 돈 35억 동원?

'신이 숨겨둔 직장' 한국증권금융의 수상한 50억 투자

김건희 일가의 ‘집사’로 불리는 잔고증명 위조범 김 모 씨, 그의 46억 엑시트를 가능하게 한 수상한 투자. 뉴스타파는 예고한대로 이번 주 이 수상한 투자에 돈을 댄 대기업의 명단을 공개한다. 첫 번째로 공개한 카카오모빌리티에 이어 두 번째로 공개할 기업은 재계 순위 60위권의 대기업 HS효성이다. HS효성은 4개 계열사를 동원해 35억 원을 투자했다. HS효성이 투자한 시기는 그룹의 대주주인 조현상 회장 최측근의 ‘양심고백’으로 조 회장이 위기에 처해있던 시기였다.

4개 계열사에서 35억 원 투자… 담당자 연락처는 동일
김건희 측근이 지분을 갖고 있던 벤처기업 IMS가 유치한 의문의 184억 투자, 여기에는 투자 당시 효성의 계열사들이 여러 곳 등장한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오아시스 투자조합의 조합원 규약에 따르면 더 클래스 효성이 10억 원, 더 프리미엄 효성이 5억 원, 신성자동차가 10억 원, 효성 도요타가 10억 원을 투자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투자조합의 조합원 규약. HS효성 계열사 4곳이 합계 35억 원을 투자한 사실이 나와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아무리 계열사라도 분명 각각 다른 회사인데, 실무 담당자의 연락처가 모두 똑같이 기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기재된 연락처에 연락을 해보니 그는 계열사 중 하나인 더클래스효성의 투자 담당자였다. 담당자가 한 사람으로 되어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오아시스펀드에 출자납입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계열사다보니 제가 취합해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계열사별로 독립적으로 투자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조합원 규약에 나와있는 HS효성 계열사의 담당자 연락처. 계열사이긴 해도 분명 별개의 회사인데 담당자 연락처가 모두 동일하다.
투자한 계열사들이 가리키는 한 사람… 조현상
계열사 간의 장벽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윗선의 배경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 당시 효성 그룹의 지배 구조에서 이 계열사들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따라가봤다.


우선 각각 10억 원을 낸 더 클래스 효성과 신성자동차, 모두 에이에스씨라는 회사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에이에스씨는 고 조석래 회장의 삼남이자 현 HS효성 회장인 조현상 씨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개인 회사다. 5억 원을 투자한 더프리미엄 효성은 신동진이라는 회사의 자회사인데, 신동진은 역시 조현상 씨가 지분 80%를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10억 원을 투자한 효성 도요타는 투자 당시에는 (주)효성의 자회사로 되어 있었지만 2024년 계열 분리 이후 지배구조에서는 HS 효성의 자회사가 됐고 HS 효성의 지배 주주는 역시 조현상 씨다.

정리해보면 아이엠에스에 투자를 한 모든 효성 계열사의 꼭대기에 단 한 사람, 조현상 씨가 있다는 얘기다.


재계 순위 30위권인 효성 그룹은 10여 년 동안 형제간의 반목으로 갈등을 빚다 지난해 계열 분리를 통해 고 조석래 회장의 장남 조현준이 지배하는 효성과 삼남 조현상이 지배하는 HS 효성으로 나뉘어졌다. 재계 순위 60위권인 HS 효성을 온전히 지배하게 된 조현상 씨는 지난해 무려 323억 원의 급여를 받아 국내 재벌기업 총수 중 연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2년차였던 지난 2023년 조현상 씨가 지배하던 계열사 4곳이 김건희 측근이 지분을 갖고 있던 부실 벤처기업 IMS에 동시다발적인 투자를 한 이유는 뭘까.

뉴스타파에 찾아온 조현상의 ‘오른팔’... 조현상의 위기
지난 2022년 연말 전 효성그룹 직원 A씨가 뉴스타파에 찾아왔다. 그는 2002년부터 2020년까지 HS효성 조현상 회장의 ‘오른팔’로 일했던 사람이었다.


지난 2022년 연말 뉴스타파를 찾아온 제보자 A씨. 그는 18년 동안 조현상 씨를 보좌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조현상의 비위를 제보했다.
A씨는 뉴스타파에 찾아왔을 무렵 조현상 회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효성그룹의 수입차 사업 역사의 문제점은 정상 절차와 그에 따른 합당한 세금 신고 없이 부의 증식과 이전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라며 “차명과 세금탈루와 각종 무리수가 기본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불법에는) P3의 지인들이 예외없이 등장했고 P3는 위험과 비용을 관계 법인에게 떠넘겼다”고 말했다. P3는 효성 그룹 내에서 고 조석래 회장의 3남인 조현상을 지칭하는 은어다.


A씨는 편지에서, “P3 편에서 일했던 자의 최소한의 예의로 오래 기다렸지만, 이젠 다 끝났다”며 “내가 관여했거나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을 정상적인 모습으로 바로잡고 원 위치로 되돌려 놓고자 한다”고 말했다.


제보자가 2022년 12월 조현상 회장에게 보낸 편지
뉴스타파는 제보자의 자료와 증언을 바탕으로 이듬해인 23년 2월부터 5월까지 조현상 씨의 비리를 연속 보도했다. 조현상 씨가 아버지와 형제들까지 속이고 차명 법인을 내세워 벤츠 수입사인 더 클래스 효성을 자신의 소유로 만든 과정, 폭스바겐 수입사인 마이스터스 모터스 역시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계열 금융사인 효성캐피탈의 돈을 사적으로 전용했을 가능성을 폭로했다. 가볍게는 계열사 신고의무 위반, 무겁게는 횡령이나 배임같은 형사적인 책임까지 져야 할 심각한 사안이었다.

조현상 회장의 입장에서 더 심각한 것은 제보자 A씨가 폭로를 끝낼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다. 뉴스타파의 연속 보도가 마무리된 시점인 2023년 5월 16일, A씨는 지인들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나는 천하의 못된 놈이고 나쁜 사기꾼입니다. 조현상의 부하이자 행동대장으로서 조현상에게 직속되어 오랫동안 자발적 노예로 살아왔습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나와 조현상이 십수년간에 걸쳐 치밀하게 공모하고 무리하게 실행해왔던 범죄들을 모두 다 밝히고 세상과 법의 엄격한 처분을 받겠습니다.”

십수년 간 지근 거리에서 자신을 보좌했던 최측근이 뉴스타파에 제보를 하고 추가 폭로까지 예고한 상황, 조현상으로서는 일촉 즉발의 위기 상황이었다.

공교로운 시기, 공교로운 35억 투자
HS효성의 계열사 4곳이 IMS에 35억 원을 투자한 것은 공교롭게도 바로 이 시기였다. 주요 타임라인을 작성해보면, 조현상의 오른팔이었던 제보자 A씨의 폭로와 HS효성의 IMS 투자는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린다.

제보자 A씨가 뉴스타파와 처음 접촉을 시도한 것은 2022년 9월이다. 오아시스 에쿼티파트너스가 투자 제안서를 보낸 건 2022년 11월에서 12월 사이다. A씨가 마침내 뉴스타파를 찾아온 것은 2022년 12월 말이다.

조현상 회장의 비리에 대한 뉴스타파의 연속보도가 나간 건 23년 2월에서 5월 사이, HS효성이 아이엠에스에 대한 투자를 확약한 건 4월에서 5월 사이다. 그리고 HS효성이 IMS에 대한 투자금을 집행한 건 23년 6월 말이다.


앞선 기사에서 밝힌 바와 같이 당시 IMS의 재무 상태는 자본잠식에 근접했을 정도로 불량했고, 미래의 성장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김건희의 ‘집사’로 불리는 최측근 김 씨가 투자금 중 46억을 받아 엑시트할 수 있는 투자 구조였다.

IMS 투자 이후 위기 벗어난 조현상
대주주 조현상이 처한 일촉 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김건희 최측근이 지분을 가진 회사에 투자를 결정한 HS효성, 그 대주주인 조현상 씨는 위기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HS효성 계열사의 IMS 투자 8개월 뒤인 2024년 2월, 공정위는 제보자 A씨가 폭로한 사안에 대한 조사 및 의결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계열사 신고 누락에 따른 경고. 징계 처분 중 가장 가벼운 수준이었고 검찰 고발도 하지 않았다.


제보자 A가 폭로한 사안에 대한 공정위 의결서. 징계 처분 중 가장 가벼운 '경고'를 받았다.
공정위 처분과는 별개로 뉴스타파에 나온 의혹을 보고 충분히 조현상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등을 ‘인지 수사’할 수 있었던 경찰과 검찰 등 수사 기관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HS효성의 조현상 회장은 이렇게 위기를 넘겼다.

보험을 들어야 했던 또다른 이유
최측근의 비리 폭로 위협 외에 조현상 회장이 윤석열 정권의 권력 핵심인 김건희 최측근에게 보험성 투자를 할만한 동기는 또 있었다. 바로 효성과 HS 효성의 계열 분리 이슈다.

2024년 6월 효성 그룹은 주주총회에서 계열 분리를 의결했다. 효성 그룹을 인적분할해 효성중공업 등은 장남인 조현준 씨가, 효성첨단소재 등은 3남인 조현상 씨가 지배하는 경영 구조를 만든 것이다.

문제는 주주총회 정족수였다. 계열 분리를 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이 찬성을 해야 했는데, 오너 일가의 지분 합계는 56%에 불과했다. 6.2%를 가진 2대 주주 국민연금의 찬성이 절실했다. 국민연금 측의 찬성을 확보하고 여기에 소액 주주 등의 의결권을 ‘플러스 알파’해야만 안건이 통과될 수 있던 상황이다. 윤석열 정권에 잘 보이기 위한 보험성 투자를 할 만한 또다른 동기다.

당시 국민연금이 인적분할에 찬성할 지는 미지수였다. 부정적인 예측이 더 많았다. 국민연금이 이른바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조현준 조현상 형제의 이사 선임에 꾸준히 반대표를 던져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주총회에서 계열 분리 안건은 무난히 통과됐다. 국민연금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HS효성 “유수 기관 투자에 신뢰 갖고 결정”... 실제로는 HS효성이 후순위 조합원
뉴스타파는 HS 효성에 왜 IMS에 투자를 했는지, 그리고 김건희 집사 김 모 씨가 엑시트를 하게 되는 구조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물었다.

HS 효성은 “신규 사업에 대해 고민하던 중 IMS의 탁송 서비스나 보험대차 플랫폼 사업이 회사에 도움이 될 것 같아 투자”하게 됐다면서도 김건희 집사 김 씨의 엑시트 구조를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또 “투자 수익성과 미래 사업 외에 어떤 것도 고려하지 않았다”며 “카카오 모빌리티나 한국증권금융, 신한은행 등 유수의 기관이 투자하게 되어 있어 신뢰를 갖고 투자 결정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입수한 투자 조합 규약을 보면, HS 효성 계열사들은 모두 후순위 조합원으로 되어 있다. 후순위 조합원은 회사가 폐업해 청산을 할 경우 가장 나중에 돈을 돌려받게 된다. 가장 큰 위험을 감수한다는 뜻이다. HS효성의 주장과는 반대로, 다른 투자자가 안심하고 들어올 수 있는 일종의 보증 역할을 HS효성이 한 것이다.

게다가 조현상 회장은 당시 경영권 승계, 즉 계열 분리에 사용할 현금이 절실했던 만큼, 원금 회수 가능성이 낮은 무모한 투자를 할 이유도 없었다. 이런 리스크를 앞장서서 감수한, 혹은 감수해야만 했던 모종의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유니크, 경남스틸.. 그들은 왜 IMS에 투자했나?
김건희 집사의 46억 엑시트를 가능하게 한 이 이상한 투자에 참여한 기업 중에는 카카오 모빌리티(30억)와 HS 효성 계열사(35억) 외에도 자동차 부품회사인 유니크(10억), 홍준표 테마 종목으로 유명한 철강회사 경남스틸(10억 원)이 있다.

유니크는 뉴스타파 질의에 IMS의 차량용 단말기를 제조한 인연으로 투자를 하게 됐다고 답했고, 경남스틸은 답변을 거부했다. 이 기업들 역시 카카오 모빌리티와 HS 효성처럼 정권에 보험성 투자를 할만한 유인이 있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

그 외 한국증권금융(50억), 신한은행(30억), 키움증권 (10억) 등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기사 ⑤ '신이 숨겨둔 직장' 한국증권금융의 수상한 50억 투자에서 별도로 다룬다.

뉴스타파 심인보 inbo@newsta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