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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현장체험학습 중 사고로 인솔 교사에게 형사 유죄 판결이 내려진 사건은 전국 교사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예측 불가능한 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을 홀로 져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교직을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는 현장체험학습을 주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다.
이는 교육 현장 전체의 활력을 앗아가는 심각한 위협 중 하나다.
교사들은 늘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교육에 임하지만, 수십 명을 인솔하며 발생하는 모든 돌발 상황을 완벽히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사고 책임이 교사 개인에게 집중되는 현재 구조는 감당하기 어려운 심리적 압박감을 안겨주며, 결국 현장체험학습 축소, 심지어 취소로 이어져 지역경제 위축까지 초래하고 있다.
물론 교사의 책임을 경감하기 위한 학교안전법 개정 등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필요한 안전조치를 다 했을 경우 책임을 면제한다'는 조항이 신설되었지만, '필요한 안전조치'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모호하여 실제 사고 발생 시 교사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가배상법이나 교원배상책임보험 역시 사고 발생 후의 민사적 보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거나, 실제 보상률이 낮아 교사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이에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법률적·제도적인 개선을 통해서 교사들이 안심하고 현장체험학습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첫째, 교사의 형사책임 면책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아닌, 통상적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교사에게 형사책임을 묻지 않도록 학교안전법 등에 명시적 면책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민사 책임에 있어 국가 및 교육 당국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현장체험학습은 공교육의 일환이므로, 사고 발생 시 책임 또한 교육 시스템 전체가 분담해야 한다.
교사의 고의·중과실이 명백히 입증되지 않는 한, 국가나 학교안전공제회가 배상 책임을 우선 부담하고 교사에 대한 무분별한 구상권 행사는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셋째, '교사의 주의의무' 범위를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설정을 한다.
현장체험학습의 유형, 학생 연령, 활동 내용 등을 고려한 명확하고 실현 가능한 안전 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한 교사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학교안전공제회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여, 사고 발생 초기부터 교사에게 실질적인 법률 지원 및 상담, 비용 지원 등이 포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더욱 개편해야 한다.
더불어, 현장체험학습 시 안전 확보를 위한, 자격을 가진 안전요원의 배치를 의무화하고, 이에 필요한 예산을 교육 당국이 책임지고 지원해야 한다.
현장체험학습은 우리 아이들이 넓은 세상을 배울 수 있는 훌륭한 교육과정의 실현 수단이다.
그러나 교사들이 법적 책임 불안감으로 교육 활동을 주저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교육 당국과 국회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교사들이 안심하고 교육에 전념하도록 실질적인 법적 보호막을 마련해야 한다.
교사 보호는 아이들의 학습권 보장이자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밝히는 길이며, 교사가 안심하고 가르칠 때 우리 모두의 행복으로 이어질 것이다.
고영규 충북교사노조 교권국장 충북교사노조,기고,고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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