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1심 선고에 출석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2014~2017년 한국타이어가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에서 875억 원 규모의 타이어몰드를 구매하면서 경쟁사보다 비싸게 사는 방식으로 MKT를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2025.5.29/사진=뉴스1(김성진 기자) |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오세용)는 29일 조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일부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졌던 조 회장은 이날 법원 선고로 보석이 취소되고 다시 구금되게 됐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한국타이어 부장 박모씨에겐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상무 정모씨와 한국타이어 법인에 대해서는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조 회장에게 적용된 범죄 혐의는 총 9가지였다. 이 중 조 회장이 한국타이어의 계열사인 엠케이테크놀로지(MKT)에 유리한 조건으로 타이어 몰드를 거래해 회사에 약 131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가져온 혐의와 일부 부정 청탁·배임수재 혐의 등에 대해선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한국타이어의 타이어 몰드 가격 책정 방식이 MKT에 유리하게 왜곡됐다 볼 수 없고 거래에 적용된 가격 도출 방법이 합리적이며 제조원가가 과다 계상됐다 볼 수 없다"고 밝혔다. MKT는 한국타이어와 조 회장과 그의 형 등이 상당 부분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다만 현대차 협력사 리한의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사적 친분을 앞세워 MKT 자금 50억원을 빌려준 혐의 등을 포함해 2017∼2022년 7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는 대부분 유죄로 인정됐다.
조 회장이 계열사인 한국타이어 부장 박씨와 공모해 개인적으로 사용할 차량 5대를 한국타이어 계열사 명의로 구입 및 리스한 혐의에 대해선 유죄로 판단했다. 조 회장 측은 타이어 테스트 목적으로 차량을 사용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조 회장은 테슬라·페라리·포르쉐 등 차량을 최소 19회, 최대 350회 사용했는데 한국타이어 계열사가 사용한 사례는 최대 5~6회에 불과했다"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밖에 △친분이 있는 제3자가 사적 용도로 사용한 한국타이어 계열사들의 법인카드 대금을 회사 자금으로 대납한 혐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고용한 운전기사가 조 회장의 배우자를 전속적으로 수행하게 한 혐의 △개인 이사비용 및 가구비용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자금으로 지급하고 해당 회사 소유 가구 2점을 자신의 주거지로 가져가 사용한 혐의 △지인 김모씨로부터 한국타이어 계열사들의 항공권 발권 등 업무 대행 여행사를 특정 회사로 일원화해달란 부정 청탁을 받고 조 회장이 지정한 제3자에게 약 7800만원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해주도록 한 혐의 △지인 김씨로부터 부정 청탁을 받고 조 회장이 지정한 제3자들에게 아파트를 무상으로 제공해주도록 한 혐의 △상무 장씨로부터 부정 청탁을 받고 조 회장이 지정한 제3자들에게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해주도록 한 혐의도 대체로 유죄가 인정됐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그룹 회장 공소사실 요지 및 재판부 판단/그래픽=김다나 |
재판부는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 총수 일가의 지위를 악용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볼 수 있다. 죄책이 상당히 무겁고 죄질이 불량하다"며 "그런데도 조 회장은 각 업무상 배임을 부인하며 그다지 반성하는 태도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직·간접적으로 운영하는 회사들의 준법 통제시스템을 강화하고 그 통제가 실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며 "법인카드 사용으로 인한 업무상 배임죄 등은 자백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피해가 실질적으로 회복된 점은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2014~2017년 한국타이어가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에서 875억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를 구매하면서 경쟁사보다 비싸게 사들이는 방식으로 MKT에 약 130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이 외에도 조 회장은 회사 자금 50억원을 지인 운영 회사에 사적인 목적으로 대여하고 20억여원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 약 200억원에 달하는 횡령·배임 혐의로 2023년 3월 구속기소 됐다.
조 회장은 같은 해 7월에는 장선우 극동유화 대표가 설립한 우암건설에 끼워넣기식 공사를 발주하고 금품 등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로도 추가 기소됐다.
1심에서 총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직후 조 회장은 법정에서 "많이 반성하고 있겠다"고 말했다. 한국앤컴퍼니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혹스럽고 그룹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며 "항소를 포함한 법적 대응 방안을 변호인단과 신중하게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혜수 기자 esc@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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