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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살' 에버랜드 장미축제의 변신…사막여우와 함께 하는 티 파티

비즈워치 [비즈니스워치 정혜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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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살' 에버랜드 장미축제의 변신…사막여우와 함께 하는 티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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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1호 꽃 축제로 시작…6000만명 방문
올해 동화 속 세계관 도입…아티스트와 협업


에버랜드 장미축제의 모습. / 사진=삼성물산

에버랜드 장미축제의 모습. / 사진=삼성물산


40주년을 맞는 에버랜드의 장미축제가 동화 속 티 파티로 변신했다. 장미정원을 장미와 예술을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젊은 연인과 가족 관람객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을 끌어들인다는 구상이다.

전 국민의 추억 속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은 지난 28일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장미축제의 새로운 콘셉트 '로즈가든 로열 하이티(이하 로로티)'에 대해 설명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장미축제는 에버랜드뿐만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1호 꽃 축제'다. 1985년 시작돼 벌써 40주년을 맞았다. 에버랜드가 장미를 심기 시작한 건 자연농원으로 개장했던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버랜드는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뜻에 따라 현재의 로즈가든(장미원) 지역에 122품종, 3500그루의 장미를 심었다. 당시 사전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한 꽃이 장미라는 결과가 나와서였다.

장미를 키우는 일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용인 지역은 장미를 재배하기에 기후와 토양이 적합하지 않았다. 에버랜드는 땅을 1.5미터 깊이로 파내 다른 흙으로 메워 장미를 심었다. 겨울에는 직원들이 장미 그루마다 짚으로 싸매는 등 정성을 들여 보살펴야 했다. 로즈가든의 환경에 맞는 새로운 장미 품종도 끊임없이 도입해야 했다. 그 결과 9년 후인 1985년 에버랜드 로즈가든은 150품종, 5000그루의 장미를 확보하게 됐다.

에버랜드 자체 개발한 품종인 퍼퓸 에버스케이프.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에버랜드 자체 개발한 품종인 퍼퓸 에버스케이프.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에버랜드 장미축제가 시작된 것은 그해 6월이었다. 에버랜드는 놀이시설, 동물원 위주의 관람 패턴을 확장시키기 위해 축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국내 최초로 꽃을 테마로 한 축제였다. 장미축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국내 대표 봄 축제로 자리매김 했다. 장미축제 첫해인 1985년에만 193만 명이 에버랜드를 방문하면서 개장 후 최초로 흑자를 기록했다. 지자체들이 에버랜드를 벤치마킹해 다양한 꽃 축제를 선보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에버랜드 장미축제에서는 지난 40년간 8000만 송이의 장미가 6000만명의 관람객을 맞이했다. 그 동안 에버랜드 로즈가든도 변신을 거듭했다. 1976년 첫 조성 당시 1세대 로즈가든이 장미를 보여주는 전시 공간이었다면 1996년 2세대 로즈가든은 장미축제와 결합해 4개의 테마가 있는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2018년에는 이 4개의 테마를 더 다듬어 다시 한번 리뉴얼 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 2022년에는 국내 최초로 세계장미회(WFRS)가 선정한 '어워드 오브 가든 엑설런스'에 이름을 올렸다. 어워드 오브 가든 엑셀런스는 딱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장미계의 '훈장'이다.


에버랜드는 자체 장미 품종 '에버로즈'도 개발하며 장미 국산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에버로즈는 현재 40종이 개발돼 있다. 강한 향기와 화려한 꽃잎이 특징인 '퍼퓸 에버스케이프' 품종은 국제장미콘테스트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석권하기도 했다.

예술·세계관 입었다

에버랜드는 올해 장미축제 40주년을 맞아 장미축제에 '스토리텔링'을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한 달간 열리는 올핸 장미축제의 콘셉트는 '로로티'다. 300만 송이의 장미가 만발한 로즈가든에서 한 달간 티 파티를 연다는 콘셉트다.

이형기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크리에이티브 팀장은 "그간 장미축제가 장미를 관람하고 조형물과 사진을 찍는 형태였다면 올해 축제는 문화를 끌어들여 예술이 살아있는 새로운 축제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에버랜드는 '세계관'을 만들었다. 에버랜드 동물원이 보유한 가장 유명한 동물 중 하나인 사막여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도나 D. 로지(이하 도나)'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었다. 도나는 장미를 사랑하는 사막여우로 에버랜드 로로티의 가디언이자 장미 품종을 개량하고 가꾸는 장미 전문가, 즉 로자리안이다. 사막여우는 원래 꽃을 보기 힘든 사막에 사는 동물이기 때문에 꽃을 특히 사랑한다는 특성을 담았다.

에버랜드 장미축제가 열리는 로즈가든 빅토리아원 내에 설치된 조형물. 다리아송 작가가 참여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에버랜드 장미축제가 열리는 로즈가든 빅토리아원 내에 설치된 조형물. 다리아송 작가가 참여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


도나는 목에 열쇠를 걸고 있는데 장미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인지 인증한 후에만 이 열쇠로 에버랜드 로로티의 문을 열어준다. 도나는 대부분 자기 연구실에서 장미 연구를 하며 시간을 보내지만 오후에는 좋아하는 친구들과 티타임도 갖는다. 이 티타임에는 홍학, 나비 등과 함께 에버랜드의 인기 판다 쌍둥이 자매 루이바오, 후이바오도 방문한다.

에버랜드는 이 판타지 세계관에 맞춰 로즈가든 곳곳에 조형물, 일러스트 등 다채로운 오브제를 설치해 감성적인 스토리라인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다리아송, 갑빠오, 부원 등 유명 아티스트이 협업한 작품들도 로즈가든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팀장은 "다리아송 작가는 섬세한 일러스트로 비주얼적인 부분을 강조한 작품을 선보이고 부원 작가는 유쾌하고 재미있는 작품들을 선보여 어울리는 곳에 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에버랜드 장미축제에서 쿠치나마리오가 선보이는 애프터눈 티 세트.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에버랜드 장미축제에서 쿠치나마리오가 선보이는 애프터눈 티 세트. / 사진=정혜인 기자 hij@


로즈가든의 4개 테마 정원에서도 숨바꼭질 중인 도나와 친구들, 장미를 가꾸는 도나 등의 모습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에버랜드가 웨딩사업을 하던 당시 신부대기실로 쓰던 장미성도 도나의 아뜰리에인 '로로티 캐슬'로 탈바꿈 해 관람객이 직접 안으로 들어가볼 수 있도록 했다.

배 부사장은 " 로즈가든에서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서 엄숙하게 보는 예술 작품이 아니라 행복하게 편안하게 마음을 내려놓고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작품들을 선보이려고 했다"며 "이런 예술 작품을 장미와 연결 짓고 싶어 이런 콘셉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에버랜드만의 IP로

에버랜드는 관람객이 새 축제 콘셉트와 스토리를 몰입감 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식음(F&B) 상품도 선보인다. 레스토랑 쿠치나마리오에서는 로얄코펜하겐의 티웨어 세트에 담긴 애프터눈 티 세트를 맛볼 수 있고 츄러스부스에서는 로로티 츄러스를, 카페 테라로사에서는 장밋빛 에이드를 파는 식이다.

에버랜드는 예술 작가와의 협업을 한 만큼 로로티의 MD 상품도 70가지 이상 선보인다. 이들 상품은 현재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SSF샵 내 브랜드관에서도 판매 중이다. 또 최근에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팝업스토어도 열었다.

에버랜드는 추후 로로티를 에버랜드만의 IP로 개발해 확대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에버랜드가 장미축제만의 세계관을 만든 것도 로즈가든을 더 알리기 위해서다. 배 부사장은 "다른 지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계절성 콘텐츠를 넘어 이 로즈가든이라는 공간 자체를 '사파리 월드'나 로스트밸리'처럼 우리만의 특화된 콘텐츠로 삼아야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에버랜드 장미축제가 열리는 로즈가든의 비너스원.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에버랜드 장미축제가 열리는 로즈가든의 비너스원.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이처럼 장미축제를 띄우는 것은 고객층을 넓히기 위한 의도도 있다. 일반적으로 놀이공원, 테마파크는 놀이기구를 즐기는 20대 젊은 고객이나 가족 단위 고객이 주로 찾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령화로 5060 인구가 늘고 있고 이들이 여가시간을 보낼만한 공간에 대한 니즈도 커지고 있다.

배 부사장은 "50대 고객이 방문해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지 않으면서도 꽃과 나무를 편하게 즐기고 동물도 볼 수 있는 곳으로 인식시키려고 한다"며 "어린이들과 젊은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는 인식을 넘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배 부사장은 "올해 장미축제는 기존 놀이동산, 테마파크와는 다소 결이 다른 세련되고 예술적인 느낌으로 꾸몄다"며 "에버랜드는 기존 콘텐츠 외에도 이런 새로운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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