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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노동본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개최한 에스피씨(SPC) 중대재해 관련 간담회가 열렸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
지난 19일 경기 시흥 에스피씨(SPC)삼립 공장에서 야간근무 중이던 노동자가 설비에 끼어 숨지는 등 2022년부터 계열사를 통틀어 사망사고가 3건 발생한 에스피씨그룹이 국회에서 민주당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또 한번 머리를 숙였다.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노동본부·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소속 의원 공동주최 긴급 간담회에서 도세호 에스피씨 대표이사는 “안타까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2022년 에스피엘(SPL) 사고 이후, 전 계열사가 안전 강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음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사고가 발생한 에스피씨삼립도 “사고 발생 직후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노동조합·외부 전문기관과 함께 안전점검을 진행했다”며 “사고로 인해 심리적 지원이 필요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협의해 ‘크보(KBO)빵’ 생산을 중단하겠다고도 했다. 크보빵은 내달 1일부터 판매가 중단될 예정이다.
에스피씨는 2022년 에스피엘 끼임사망 사고 이후 발표했던 ‘안전경영 1천억원 투자’ 계획을 확대·연장하고, 외부 산업안전보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그룹사 차원의 안전경영위원회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회가 제안한 노사 안전협의체 구성과 에스피씨 계열사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가입돼있는 한국노총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이 제안한 ‘8개 공장 작업 중단 뒤 노사 공동점검’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은 2022년 발표했던 대책을 ‘확대·강화’하겠다는 수준에 그친다. 그해 12월 에스피씨는 안전경영위원회와 계열사 노조, 인사·노무부서가 참여하는 ‘근로환경 티에프(TF)’를 발족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고 대책으로 거론된 ‘노사 안전협의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당시 티에프의 설립 목적은 에스피엘 사망 사고가 홀로 야간근무를 하던 노동자가 숨진 것이라는 점에서 주·야간 근무체계 개선을 비롯한 안전강화와 근무여건 향상이었지만, 3년도 안돼 ‘야간’ ‘끼임’ 사망사고가 재발했다. 에스피엘은 현재도 사고 당시와 같은 2조2교대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피비파트너즈(파리바게뜨 가맹점 제빵기사)·에스피엘·비알코리아 등 에스피씨 계열사에서 ‘소수노조’인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은 에스피씨 그룹의 노사관계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사고예방도 어려울 것이라 지적한다. 허영인 에스피씨그룹 회장과 피비파트너즈 경영진, 한국노총 식품노련 소속 피비파트너즈노조 위원장 등은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노조 파괴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부당노동행위)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장은 “현장을 바꾸려 바른말 하는 노동자들을 문제 인원으로 찍어버리고 어용노조를 이용해 불이익을 주는 회사의 부당노동행위가 일상인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힘들어도 말 한마디 못하고, 위험해도 참고 일하고 있다”며 “허 회장 재판과정에서 에스피씨가 위험한 근무현장 바꾸자고 만든 민주노조 조합원을 없애 ‘클린사업장’을 만드려고 했음이 드러났다. 건강하고 클린한 노사관계를 만들어야 근본적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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