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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속에 서는 사람, 우리는 그를 ‘캡틴’이라 부른다 [김양희의 스포츠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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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속에 서는 사람, 우리는 그를 ‘캡틴’이라 부른다 [김양희의 스포츠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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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홋스퍼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열린 25일(한국시각) 손흥민이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들고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토트넘 홋스퍼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열린 25일(한국시각) 손흥민이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들고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토트넘 홋스퍼가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을 차지했다. 토트넘의 우승은 2007~20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 만이었다. 토트넘 우승 확정 직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공식 누리집이나 영국 현지의 비비시(BBC), 가디언 등 언론은 관련 사실을 전하면서 손흥민의 사진을 맨 앞에 세웠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결승전에서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는데도 그랬다. 15년 무관의 한을 푼 축하의 의미도 있었으나 ‘캡틴’에 대한 예우가 강했다.



스포츠에서 완장을 찬 주장(캡틴)의 역할은 크다. 단순한 상징이 아닌 팀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 전술적 리더가 된다. 위기 상황에서 팀원을 다잡고 사기를 북돋우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내부 갈등을 조율하기도 한다. 미국 대학 입시에서 팀 스포츠 리더 출신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협업 능력을 중시하면서 코치, 팀원, 심판 등 다양한 관계자와 소통했던 경험을 높이 사는 것이다.



‘캡틴’은 헌신, 팀워크, 희생정신으로 요약된다. 스포츠 역사에서 위대한 캡틴으로 꼽히는 이는 여럿이 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는 데릭 지터(미국)가 있다. 그는 팀에 대한 헌신과 모범적 태도로 ‘양키스 캡틴’의 상징이 됐다. 그는 야구장 안팎에서 철저한 자기 관리와 팀 퍼스트 마인드를 실천했다. 미국프로농구(NBA)에는 팀 던컨(미국)이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절제된 조용한 리더십으로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5차례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뉴욕 양키스의 영원한 캡틴 데릭 지터. AP 연합뉴스

뉴욕 양키스의 영원한 캡틴 데릭 지터. AP 연합뉴스


리치 맥코(뉴질랜드)는 럭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캡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11, 2015년 럭비월드컵 때 뉴질랜드의 우승을 이끌었는데 포용력과 희생정신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들었다. 전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는 시드니 크로스비가 있다. 2005~2006시즌에 피츠버그 펭귄스 소속으로 프로 데뷔한 그는 2007년 5월, 만 19살9개월24일의 나이로 NHL 사상 최연소 주장이 되기도 했다. 리더십은 나이와 상관이 없다. 크로스비는 오로지 실력만으로 조용히 팀을 이끌면서 3차례 스탠리컵을 품에 안았다. 캐나다 국가대표팀 주장으로도 2010 밴쿠버겨울올림픽 때 결승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국내에는 지난 시즌 뒤 최정상에서 은퇴한 여자배구 김연경이 있다. ‘캡틴 김’ 김연경은 카리스마와 열정, 코트 안팎의 통솔력으로 스포츠 리더십의 교과서가 됐다. 2020 도쿄올림픽 4강의 영광은 김연경없이 이룰 수 없었다.



세계 정치권을 보더라도 미국 41대 대통령이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예일대 야구부 주장 출신이다. 파키스탄 전 총리(2018년8월~2022년4월)인 임란 칸은 파키스탄 크리켓 국가대표팀 주장이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전 총리는 이튼 칼리지 시절 주전 럭비 선수로 뛰면서 임시 주장을 맡기도 했다. 팀 스포츠를 통해 익힌 경쟁, 협업, 그리고 리더십이 그대로 정치로 이어졌다고 하겠다.



지터는 이런 말을 했었다. “캡틴은 쉬울 때가 아니라 어려울 때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맥코 또한 말했다. “캡틴이 된다는 것은 직함을 얻는 게 아니라, 가장 어려운 순간에도 옳은 일을 해내는 것이다”라고. 6월3일 우리나라의 정신적 지주, 전술적 리더가 될 진정한 ‘캡틴’이 뽑히기를 바란다. 태양이 화창할 때만 앞서가는 사람이 아닌, 폭풍이 몰아치는 지금 같은 때 단단하게 팀을 지키는 그런 캡틴이.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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