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와 자녀 대학 등록금. 어느 쪽을 먼저 준비해야 할까. 대부분의 부모는 망설임 없이 후자를 고르겠지만, 그렇게 간단히 생각할 일이 아니다. 노후 준비엔 '타이밍'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기를 놓쳤다간 남들 다 받는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늦었다 생각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연금, 보험 상황을 체크해봐야 하는 이유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상담 부부의 노후 대비 상태를 살펴봤다.
자녀 등록금을 마련하는 방법은 선택지가 많다. 하지만 노후 준비는 그렇지 않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멀게만 느껴졌던 정년퇴직이 어느새 턱밑까지 다가와 불안에 빠진 한양수(가명·53)씨와 그의 아내 오은수(가명·51)씨. 부부가 준비해야 할 건 노후뿐만이 아니다. 이제 중학교 3학년이 된 자녀(16)의 교육비와 대학교 등록금을 대야 하고, 1억원가량 남은 주택담보대출금도 갚아야 한다.
현재 부부의 노후대책은 연금펀드 5만원과 개인형퇴직계좌 5만원 등 도합 10만원이 전부다. 한씨가 주식·펀드 등 뒤늦게 재테크를 시작했지만 수익은 거의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부도 매월 수십만원씩 적자가 나고 있어 부부의 한숨은 깊어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부는 필자와 상담을 진행하면서 가계부 관리부터 지출 습관까지 하나씩 고쳐나가는 중이다.
부부의 가계부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하겠다. 부부의 월 소득은 640만원이다. 벤처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460만원,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내가 180만원을 번다. 지출로는 정기지출 596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60만원, 금융성 상품 40만원 등 696만원이다. 한달에 56만원씩 적자가 발생했다. 부부는 3번의 상담 중 1·2차 상담에서 총 166만원을 줄였고, 그 덕분에 56만원 적자는 110만원 흑자로 전환했다.
이제 이 여유자금으로 부부의 미래를 재설계하면 된다. 부부가 세운 재무목표는 크게 3가지. 자가 아파트(시세 7억원)에 껴있는 주택담보대출(잔여금 1억원)을 갚고, 자녀의 대학 학자금을 마련하고, 부부의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다.
먼저 대출금을 갚기 위해 매월 적금을 5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적금은 특정 기간에 정해진 금액을 꼬박꼬박 모으는 상품이다. 그래서 '10년 안에 1억원 상환'같이 목표를 구체화하기에 좋다. 부수적이지만 심리적 효과도 있다. 매월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므로 '쓴 돈'처럼 체감돼서 소비하고픈 마음을 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자녀 교육비를 위해 부부는 적립식펀드(10만원)를 활용하기로 했다. 현재 딸이 중학교 3학년이니, 대학에 들어갈 때까진 3년가량 남았다. 그럼 단순 계산으로 대학 입학 전까지 360만원을 모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50대가 되면 노후 준비를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대학 등록금으론 모자라지 않을까요?" 부부는 필자에게 이렇게 물었는데, 그렇지 않다.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는 것과 노후를 대비하는 것을 동시에 해야 한다면, 노후 준비가 더 우선이다.
자녀 교육비는 대체 수단이 있다. 딸의 성적이 좋다면 장학금을 노려볼 수 있고, 여의치 않으면 학자금 대출을 받거나 국가 지원제도를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노후 대비는 그렇지 않다. 국민연금만 해도 너무 늦게 가입하면 가입 기간을 채우지 못해 필요한 때에 노령연금을 수령하지 못할 수 있다. 자녀 교육비를 마련하는 선택지는 여러 가지지만, 자신의 노후는 자신밖에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니 노후 준비에 좀 더 신경을 써보자. 먼저 아내는 자신의 명의로 국민연금(9만원)에 가입했다. 과거 회사에 다닐 때 국민연금에 6년간 가입했던 것을 활용하기 위함이다. 10년만 더 채우면 연금을 수령할 자격이 생기므로 무조건 가입하기로 했다.
개인연금의 일종인 연금저축(10만원)도 들었다. 이 상품은 연간 최대 400만원까지 세액공제가 된다는 장점이 있다. 종합소득세·근로소득세를 낸다면 납입액의 16.5%를 돌려받을 수 있다. 55세 이후부터 연금 형태로 수령 가능한데, 이때 발생하는 연금소득세가 3.3~5.5%로 매우 낮다. 저축할 땐 세금을 돌려받고, 수령할 때엔 세금을 덜 내서 이중으로 유리하다.
배당금을 주는 배당주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월 20만원씩 노후 대비용으로 가입했다. 이 상품은 수익성 대비 안전성이 높아 재테크 초보자들이 활용하기에 좋다. 배당금을 통해 정기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장기 보유 시 연금처럼 활용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원금 손실의 리스크가 있다는 점은 잊지 말자.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
마지막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 월 11만원씩 저축한다. 이 상품은 스마트폰에 최적화해 있어 접근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비상금 재원으로 쓰기에 적격이다. 만약 자녀 사교육비가 부족하다면 이를 보완하는 용도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부부의 솔루션이 모두 끝났다. 부부는 110만원을 대출금 상환(적금 50만원), 자녀 교육비 마련(적립식 펀드 10만원), 노후 준비(ETF 20만원, 연금저축 10만원, 국민연금 9만원), 비상금 마련(인터넷전문은행 11만원) 등에 골고루 분배했다. 상담 초반에 걱정했던 것보다 수월하게 솔루션이 진행돼 상담자들은 크게 만족했다.
이제 필자와 함께 짠 코스대로 성실하게 달리는 일만 남았다. 준비된 오늘이 안심하는 내일을 만드는 법. 부부가 욕심내지 않고 하루하루 착실하게 생활하며 미래를 차근차근 대비해 나가길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