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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연 PD “내 설계 안에서 벌어진 ‘데블스 플랜’, 모든 비난은 나에게”[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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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연 PD “내 설계 안에서 벌어진 ‘데블스 플랜’, 모든 비난은 나에게”[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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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연 PD. 사진|넷플릭스

정종연 PD. 사진|넷플릭스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감이 죽었다고요? 네, 죽어가는 나이죠.”

정종연 PD는 멋쩍은 웃음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넷플릭스 예능 ‘데블스 플랜: 데스룸’을 연출한 그는, 요즘 시청자들로부터 쏟아지는 피드백을 매일 같이 마주한다. DM으로 부모님 안부를 묻는 사람도 있다. ‘이 정도면 욕먹어야지’라는 직설도 받는다.

지난 27일 스포츠서울과 만난 정종연 PD는 “모든 커뮤니티를 다 확인하고 있진 않지만, DM(다이렉트메시지) 등을 통해 거센 반응을 확인하고 있다. 비판의 가장 큰 이유는 서바이벌 다운 서사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상황을 뒤집는 게 여의치 않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제가 보기에도 그런 점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데블스 플랜’은 다양한 직업군의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시즌1보다 2명의 플레이어가 늘어난 14명(이세돌, 규현, 강지영, 윤소희, 세븐하이, 이승현, 정현규, 최현준, 츄, 김하린, 박상연, 손은유, 티노, 저스틴 민)의 각 분야 최고의 플레이어들이 출격했다.

플레이어 인원수뿐만 아니라 게임의 구조도 크게 달라졌다. 시즌2에서는 ‘감옥동’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 경쟁 구도를 만들어냈다. 참가자들은 ‘생활동’과 ‘감옥동’으로 나뉘었다. 감옥에 갇힌 이들은 일종의 패자부활전을 치르며 끝까지 생존을 노려야 했다.

문제는 이 ‘감옥동’이 프로그램의 거의 모든 서사를 가져가 버렸다는 데 있었다. 갈등, 반전, 몰입감 있는 이야기들이 대부분 감옥동 안에서 벌어지다 보니, 생활동에 남아 있던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주목도에서 밀렸다.

“감옥동 중심의 서사가 생기긴 했지만, 반대로 생활동은 주목을 받지 못했어요. 서바이벌다운 반전이 일어날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많았어요. 아무래도 생활동은 편안하다 보니 그런 이야기들이 없었던게 사실이죠. 이 부분은 저도 인정해요.”


그렇다 보니 누군가는 묻혔고, 누군가는 정리되지 않은 감정선을 가지고 탈락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도대체 이쪽 이야기는 왜 안 풀려?” 하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 속에서 가장 마음이 쓰이는 건 출연자들이었다. 특히 우승자 정현규를 향한 여론의 반응은, 때로는 연출자인 그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로 다가왔다. 정현규가 방송 중 “산수 할 줄 아냐”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을 때도, 정 PD는 맥락을 강조했다.

“플레이어들은 제가 설계한 시스템 안에서 움직였죠. 그 안에서 인간적인 감정이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해요. 현규는 이야기 만드는 능력이 있었죠. 갈등을 만들어줄 수 있는 좋은 플레이어였습니다. 문장만 떼놓고 보면 공격적인 말이지만, 맥락 속에선 가장 아플 법한 말을 택한 거죠. 현준의 감정을 터뜨리는 지점이기도 했습니다. 빼자니 이야기의 뼈대가 무너지고, 내보내자니 욕을 먹고. 그런 딜레마가 계속됐다고 생각해요.”


정 PD는 자신이 만든 구조 안에서 벌어진 모든 일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시청자의 화살이 출연자에게 가는 게 안타까워요. 저한테 오셨으면 좋겠어요. 시청자분들이 출연자를 미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만들지 않는 게 저의 역할이기도 하니까요. 다시 설계하고, 또다시 배워가겠습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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