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스포티비뉴스 언론사 이미지

대학축구에 부는 '새바람'…박한동 회장 “한국형 시스템 구축 나선다”

스포티비뉴스 윤서영 기자, 정형근 기자, 배정호 기자
원문보기

대학축구에 부는 '새바람'…박한동 회장 “한국형 시스템 구축 나선다”

속보
경기 시흥 소래터널서 차량 화재…대응 1단계 발령

[스포티비뉴스=신문로, 정형근, 배정호, 윤서영 기자] 한동안 정체되는 듯했던 한국대학축구연맹이 박한동 회장 취임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다. 칙칙했던 분위기는 걷히고, '세련된 시스템'과 '현실적인 혁신'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명지대와 포항 스틸러스, 한국코레일에서 선수 생활을 마친 뒤 2002년 부상으로 은퇴하고 스포츠 의류 브랜드 '모에즈코리아'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박 회장은 "선수 출신으로 제대로 해보자는 각오로 연맹을 이끌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회장 취임 후 가장 먼저 마주한 대학 축구의 현실은 '예산 부족'이었다. 매년 줄어드는 지원금과 팀 운영의 자부담 증가, 점점 축소되는 U-리그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했다. 박 회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 유치 공모와 상비군 제도 도입, 일본 대학축구 시스템 벤치마킹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울 종로구 사직동 대학축구연맹 사무실에서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한 박한동 회장은 "U-리그 운영도 이제는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대학연맹이 U-리그를 운영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으며 우선은 시스템 정비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대학축구연맹 박한동 회장과 일문일답.

-지난해 12월 열린 선거에서 2표 차이로 앞서 회장에 당선됐다.

"출마 결심은 등록 전날 했다. 그동안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축구계에서 '박한동' 하면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았다. 부산에서 1년에 한 번 모이는 안정환, 이정효, 이을용 등이 함께하는 75년생 동기 모임이 있는데, 15~20년 동안 이 모임에서 장학금 지원 같은 좋은 일을 꾸준히 해왔고, 다양한 축구계 활동을 통해 변화를 바라는 축구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고민하게 됐고, '선수 출신으로서 한번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유병진 초대 대학축구연맹 회장님(명지대 명예총장)을 찾아가서 조언을 받고 출마를 결심했다."

-2월 통영 대회가 임기 시작 후 진행한 첫 대회였다.

"처음 맡은 대회였는데, 통영에서는 이미 12년 넘게 대회를 치러오면서 나름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만 변화를 주려고 해도 현장에서는 버거워하고, 힘들어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변화를 주려면 명확한 명분과 기준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름 태백 대회부터는 내 나름의 확실한 기준을 세우고 적용하고자 한다."


"현재 모든 구장에 스카우터 존과 지도자 존을 명확히 구분해 배치했고, 선수 존도 철저히 분리했다. 특히 지도자가 선수에게 코칭을 하려는데 옆에서 외부인이 근처에 있는 상황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정확하게 분리된 구조를 마련했다. 대학축구는 프로가 되기 위한 마지막 단계이다. 축구는 물론 축구 외적인 요소도 프로화, 전문화가 되어야 한다."

-대학축구 운영에 있어 가장 큰 현실적 어려움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다. 홈경기, 원정 경기 모두 팀마다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다. 처음 U-리그를 시작할 때만 해도 예산 지원이 많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예산이 점점 줄어들었다. 문제는 문체부에서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를 거쳐서 예산이 배정되는데, 시간이 지나니 운동부를 새로 창단하는 대학들이 늘어났다. 한정된 예산은 계속 나눠 써야 하고, 결국 각 대학에 돌아가는 지원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일부 팀만 KUSF에 소속돼 있고 예산 지원도 편차가 크다. KUSF 소속팀은 대략 20~30개 팀뿐이며, 지방 팀들은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U-리그 운영도 이제는 좀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해온 형식에서 벗어나서, 현실에 맞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따라서 KUSF, KFA, 대학연맹이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운영 주체가 된다면, 한정된 예산 내에서도 효과적으로 리그를 알리고 활성화할 수 있다고 본다."


-U리그가 침체해 있다.

"대학축구 U-리그가 전보다 활력을 잃은 것은 운영 여건과 예산 문제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권역별 리그 운영을 하고 싶다. 예를 들어 지역을 하나 정해서, 그곳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9시 경기, 11시 경기 등) 스카우트들과 모든 관계자가 다 와서 볼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U-리그를 운영하고 싶다."

"올해 U리그 시작을 앞두고 KUSF, KFA에서 U리그 운영 의뢰가 왔었다. 좋은 제안이지만 절차와 과정이 중요하다. U-리그를 연맹이 직접 운영하려면 시스템부터 제대로 갖추고 시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일본에 직접 가서 대학축구 시스템을 보고 왔나?

"U-리그 운영에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고자 일본을 다녀왔다. 일본 개막전 현장을 보니 여러 후원사가 함께 참여했고 JR이 메인 스폰서였다. 이런 후원 구조 또한 우리가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U리그뿐만 아니라 대학축구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하여 시스템을 갖추는 데 집중하려 한다."


-대학 축구의 컨셉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대학 축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양가적인 것 같다. '22세 제도'가 있다 보니까, 선수들 사이에서 '22세 이전에 프로에 못 가면 끝이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 인식을 깨 주고 싶다. 요즘 일본이나 베트남 등의 프로팀들은 단순히 은퇴 직전 선수들보다도, 대학에서 열심히 뛰는 젊은 선수들을 더 선호한다. 그래서 그런 국제 교류 무대를 계속 열고, 대학 선수들에게도 새로운 길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U리그 운영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가?

"U-리그의 경우, 작년까지는 팀당 보통 16경기를 치렀다. 그런데 올해는 예산 문제로 인해 약 10경기 정도로 줄었다. 특히 지방 대학들의 경우 대부분 자부담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리그를 진행하는 데 드는 비용 부담이 매우 크다. 문체부에서 내려오는 지원금도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고, 올해 전체 예산은 약 6억 8천만 수준이다. 이 예산으로는 전국적인 리그를 운영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비용 중에서도 특히 심판비, 감독관 인건비 등 인건비 비중이 매우 높고, 학교별 홈경기 운영 시에는 구급차나 현장 운영에 필요한 비용도 모두 자부담이다. 이처럼 대학들이 직접 부담해야 할 항목이 많아 운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몽규 회장님과도 'U리그에 여러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오갔다."

-U-리그 운영을 위해서는 결국 재원 확보가 중요하다.

"현재 리그 운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인건비다. 심판비, 감독관비 등 필수 인력에 대한 비용이 크기 때문에,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그중 가장 현실적인 재원 확보 방식이 지자체로부터 돈을 받는 구조다. 우리 연맹이 지역 홍보를 해주는 대신, 지자체가 대학연맹에 재정적으로 도움을 주는 방식인데, 이전에는 이런 시스템이 전혀 없어서 이번에 지자체 공모를 하기로 했다."

"유치 평가 항목 1순위는 경기장 시설, 다음은 숙박 환경이다. 현실적으로 대회를 유치 못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숙소 부족이다. 경기장은 시·군에서 예산 반영해서 새로 만들 수도 있지만, 숙소는 단기간에 해결이 어려운 문제다. 그 외에도 식당, 주변 인프라, 지역 홍보 역량 등이 평가 항목에 포함된다."

"예전에는 타이틀 스폰서비를 활용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잘 운영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연맹이 예산을 잘 집행해서 선수와 대학팀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했다. 각 팀에는 현금이 아닌 지역 상품권으로 지급해 지자체에도 도움이 되는 구조로 운영했고, 실제로 이 방법은 개최하는 도시 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홍보에 대한 고민도 많은 것 같다.

"여름 태백 대회에서는 또 다른 시도를 할 예정이다. 각 경기장(총 6개)에 대학생 기자단을 배치하려고 한다. 선수들이 경기 끝나고 조용히 떠나는 게 아니라, 부모님이 오시면 사진도 찍고, 학생 기자들이 와서 인터뷰도 하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학교 홍보와 학생 경험까지 연결된다. 선수들에게도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었으면 한다."


- 요즘은 선수들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으려는 추세인 것 같다.

"프로 진출이 활발한 몇몇 대학에만 몰리고, 바로 프로에 진출하는 선수들도 점점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대학 축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프로에 진출하는 선수 열 명 중, 결국 성공하는 건 한두 명 정도다. 대학에 와서 성인 무대도 경험하고, 준비할 기회를 얻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일본은 그런 구조를 제도적으로 잘 마련해 놨다. 선수들이 대학에 다니면서도 프로와 연계된 시스템 안에서 경기를 뛰고, 기회가 생기면 게임을 뛸 수 있는 제도가 되어있다. 우리도 이러한 제도를 잘 만들어만 놓으면, 선수들이 대학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학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을까?

"요즘 대학 총장님들을 직접 만나러 다니고 있다. 선수들이 대학에 와서 결국 프로에 가고 군대를 가더라도 대학을 졸업할 수 있도록 대학 측에서 야간과정을 마련해 달라고 얘기하고 있다. 또 요즘 프로팀 홈경기를 돌며 얼굴을 비추고 있다. 선수들이 프로에 가기 전에 대학에서 운동한다. 실제로 산하 팀 선수 250~300명 정도가 대학 무대에서 뛰고 있는데, 프로에서도 관심을 뒀으면 좋겠다. 서로 입장을 잘 조율해서 우리는 프로연맹으로부터 도움받을 수 있는 부분은 도움받으려 한다."

"앞으로는 상비군 제도를 통해 선수들이 개인 자격이 아니라 상비군 소속으로 해외 트라이아웃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일본과도 잘 컨택했고,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도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다양한 무대에서 선수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선수들이 은퇴 후에도 지속 가능한 진로와 직업적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대학축구연맹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공감한다. 등록 선수가 아니더라도 대학연맹에서 대회 운영을 돕거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게 되면 본인들도 뿌듯함을 느끼고,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더 활성화될 거라 생각한다."

"선수 생활을 그만둔 이후에도 동아리 활동을 통해 계속 축구를 즐기는데, 그런 친구들이 제도권 안에서 연맹과 함께한다면 인적 자원도 풍부해지고,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도 커질 것이다. 일본은 이런 구조가 잘 갖춰있어 후원사들도 많다. 우리도 사업적으로도 이런 부분을 확대해 나가고 싶다."

-일본의 시스템을 참고할 계획인가?

"직접 일본 대학 리그 개막전을 다녀오면서, 일본 대학축구 시스템을 다시 한번 눈으로 확인했다. 초·중·고 시절부터의 육성 시스템, 대학 리그의 구조, 응원 문화, 서포터즈 조직까지 체계가 잘 잡혀 있었다. 우리는 매번 바꾸고 다시 시작하는 방식인데, 일본은 하나의 시스템을 신뢰하며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구조다."

"1부, 2부, 3부로 리그가 나뉘어 있는데 일본은 '부카츠 제도'가 있어 경기에 뛰지 않더라도 서포터즈로 활동하며 운영을 돕고 응원에 참여한다. 또한 대학 리그 개막전에서도 경기장 입장료를 받는 이런 부분들이 인상적이었다."


-한국 대학 축구만의 시스템 구축 방안이 궁금하다.

"일본 대학축구의 규모는 엄청나다. 하지만 일본을 무작정 따라가기보다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은퇴 후 취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기 때문에, 대학 시절부터 이런 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심판위원장이 대학 쪽에 권한을 줘서 심판 자격증을 대학생 때부터 딸 수 있게 하고, 대학생들이 실전에서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또 학생들이 또 에이전트라는 진로도 생각할 수 있도록 에이전트 협회에 FIFA 자격증 강의를 열어달라고 했다. 학생들이 축구만 하는 게 아니라 영어 공부도 병행하면서 자발적으로 여러 진로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선진국 사례, 여러 가지 제도를 검토, 벤치마킹하되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 실정에 맞는 우리만의 육성 시스템, 즉 K-엘리트형 대학축구를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이다. 재능과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을 발굴하고 그에 맞는 훈련, 육성, 교육 등이 어우러지는 커스텀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운동권, 학습권, 인권을 보장하고 훌륭한 선수뿐만 아니라 축구 산업 전체에 필요한 인재들을 키워낼 것이다. 결국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GOAL은 축구를 넘어 대한민국 책임질 인재를 미래에 물려주는 것이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