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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고급 사무실서 고수익 내세우면 일단 의심”…‘깔세’로 사무실 빌린 다단계 사기범죄 기승

매일경제 안병준 기자(anbuju@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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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고급 사무실서 고수익 내세우면 일단 의심”…‘깔세’로 사무실 빌린 다단계 사기범죄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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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불법 금융 다단계 피해 주의보 발령
단기임대, 일명 ‘깔세’로 사무실 빌려
‘고수익 미끼’ 투자 권유하는 사기 유의해야
은퇴자·주부 등 상대 사기행각 기승
다단계 업체 등록 확인하고 고수익 투자권유 의심해야


다단계·유사수신 사기 업체의 사업설명회 모습. 사진과 기사는 관련 없음.  서울경찰청

다단계·유사수신 사기 업체의 사업설명회 모습. 사진과 기사는 관련 없음. 서울경찰청


퇴직 후 노후 자금을 운용하던 60대 A씨는 지인 소개로 강남 테헤란로에 있는 ‘블록체인 교육센터’를 알게 됐다. 깔끔한 오피스 환경과 전문 강사를 내세워 정상적인 사업체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단기 임대계약 일명 ‘깔세’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불법 다단계 조직이었다.

이들은 “자사 가상자산이 상장되면 10배 수익이 난다”며 투자를 유인했고 A씨는 5000만원을 투자했지만 몇 달 뒤 센터는 폐쇄됐다.

A씨는 “확인 결과 해당 사무실은 중간 브로커를 통한 ‘깔세’ 계약으로 운영되던 곳이었다”면서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강남 테헤란로 일대를 중심으로 일명 ‘깔세’ 방식의 단기 임대 사무실을 차려놓고 고수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자를 유인하는 불법 금융 다단계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은 29일 ‘불법 금융 다단계 피해 주의보’를 발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지역 사기 범죄 발생 건수는 총 2만280건으로 전년 동기(1만8718건) 대비 약 8.4% (1562건) 증가했다. ‘법인’을 이용한 조직적 사기 범죄는 2024년 23개에서 올해 43개로 2배 가량 급격히 늘었다.

특히 시는 강남 테헤란로 일대에 ‘깔세’로 그럴듯한 단기 임대 사무실을 마련해 은퇴자·주부·고령층 등에게 투자를 유도하고 일정 기간 수당을 지급하다 어느 날 사무실을 폐쇄하고 잠적하는 불법 금융 다단계 업체 피해 신고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깔세’는 부동산에서 단기 임대로 전대차 계약을 맺을 때 사용하는 은어이다. 불법 금융 다단계 업체가 오피스가 집중된 지역에 사무실을 운영하며 고수익 사업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흔히 활용하는 임대 수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투자한 사람에게 ‘센터장’, ‘지점장’ 등 직책을 주면서 사람을 많이 모집할수록 후원수당을 지급한다고 강조하지만 실제 상품 판매는 형식적이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으며 다단계 특유의 불법 후원수당 체계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시 관계자는 “최근 은퇴 후 노후를 준비하는 6070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불법 금융 다단계 사기 행위가 증가하는 데다 쉽게 의심하기 어렵게 ‘법인(회사)’을 내세운 조직적인 사기 범죄가 두드러지고 있어 각별한 유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불법 금융 다단계 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적법하게 등록된 다단계 업체인지 공정거래위원회·한국특수판매조합·직접판매공제조합 등을 통해 등록여부, 과거 위반 이력 등을 조회하고, 사무실 임대 기간과 계약 형태 확인도 필요하다. 추천·후원수당 중심 구조는 불법 다단계 위험 신호이니 주의하고, 비정상적인 고수익 보장 문구는 투자 사기 가능성이 크므로 관계 기관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불법 금융 다단계 범죄의 폐쇄적인 특성상 시민 신고나 제보 없이는 범죄 혐의를 포착하기 어려운 만큼 시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불법이 의심되는 다단계 업체로부터 가입을 권유받거나 피해를 입은 경우 적극적으로 제보해달라고 당부했다. 불법 다단계 행위에 대해 결정적 증거를 첨부해 신고·제보 시 최대 2억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강희은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장 직무대리는 “단기 임대 사무실을 내세운 불법 다단계 조직은 외형상 정상적인 회사처럼 보이지만 고수익을 미끼로 한 금융사기인 경우가 많으니 유의해야 한다”며 “투자 권유나 사업 제안 내용이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에 신고 또는 제보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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