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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들은 선수? 제지 못한 감독? 김도영 '충격' 햄스트링 재발...과실은 누구에게 있나

스포츠조선 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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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들은 선수? 제지 못한 감독? 김도영 '충격' 햄스트링 재발...과실은 누구에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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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와 KT의 경기,  9회초 2사 1,3루 KIA 오선우의 적시타에 득점한 김도영이 이범호 감독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5.22/

2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와 KT의 경기, 9회초 2사 1,3루 KIA 오선우의 적시타에 득점한 김도영이 이범호 감독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5.22/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말 안들은 선수, 제지 못한 감독...누구의 책임일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그리고 같은 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 '슈퍼스타' 김도영의 부상에 KIA 타이거즈가 휘청였다.

김도영은 올해 3월 개막전에서 왼쪽 햄스트링을 다쳤다. 1도 손상. 비교적 가벼운 부상이라고 했는데, 다친 부위가 잘 낫지 않는 쪽이라 1달이 넘는 시간이 걸려 돌아왔다.

지난 주말 4경기 연속 홈런을 칠 때만 해도 좋았다. 하지만 이범호 감독의 마음 한 켠에 찝찝함이 남았다. 부상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도루를 참던 김도영이, 24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한 경기 2개의 도루를 한 것이다.

이 감독은 키움전을 위해 광주에 돌아와 "본능적으로 뛰려고 하는 건 알겠지만,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뛰지 말라고 얘기했다. 도루 1개 더 하는 것보다, 타선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최대한 덜 뛰게 하고 싶다. 부상이 염려된다. 하지만 본인이 결정할 문제다. 다리 상태를 보고, 정말 괜찮을 때만 뛰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22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와 KIA의 개막전, 3회말 KIA 김도영이 안타를 치고 1루에 나서다 다리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김도영은 윤도현과 교체됐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3.22/

22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와 KIA의 개막전, 3회말 KIA 김도영이 안타를 치고 1루에 나서다 다리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김도영은 윤도현과 교체됐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3.22/



그리고 그 말을 한 날, 김도영은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시 다쳤다. 0-2에서 1-2로 따라가는 적시타를 쳤다. 2사. 다음 타자는 최근 화끈하게 터지는 최형우. 김도영은 자신이 2루에 가면, 최형우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도루는 성공. 하지만 결국 최악의 선택이 됐다. 오른쪽 햄스트링 2도 손상. 1달보다 더 오랜 시간 결장이 예상된다.


KBO리그는 감독의 권한이 세다. 또 팀 내부 규칙, 규율 등도 많다. 때문에 김도영의 부상이 정 걱정됐다면, 김도영에게 '도루 금지령'을 내렸으면 된다. 이례적인 일도 아니다. 어느 팀에서든 볼 수 있는 일이다. 감독은 팀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많다. 그 일환이다. 예를 들어 '무리하게 도루를 시도하면 벌금' 이런 내부 규칙을 만들 수 있다. 아니면 언론을 통해 "부상 방지를 위해 절대 도루는 안된다"고 강력한 메시지를 내는 것도 효과적이다.

20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2025 KBO리그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KIA 나성범, 이범호 감독, 김도영. 잠실=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3.20/

20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2025 KBO리그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KIA 나성범, 이범호 감독, 김도영. 잠실=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3.20/



선수가 미워서, 연봉 안 오르게 하려고 기록을 쌓지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면 선수도 벤치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야구는 팀 스포츠다. 팀을 위해서다.

그래서 이번 김도영 부상 과정이 뭔가 복잡미묘하다.


이 감독은 지속적으로 김도영의 도루 시도에 대해 걱정을 표시했다. KIA 관계자는 "감독님께서 김도영에게도 계속 직접 이 문제에 대해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김도영이 이 감독의 지시를 어기고 뛰다 다친 것일까. 또 그건 아니다. 이 감독은 김도영에게 "부상 위험이 있으니 뛰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한 적이 없다. 다만 "자신의 몸은 자신이 제일 잘 아니, 상태를 잘 체크하고 꼭 필요할 때만 뛰어달라. 물론 무리하게 뛰지 않는 게 가장 좋다" 정도의 권유의 표현 정도였다. 그러니 김도영이 지시 불이행을 한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2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부상에서 복귀한 KIA 김도영의 훈련을 이범호 감독이 지켜보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4.25/

2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부상에서 복귀한 KIA 김도영의 훈련을 이범호 감독이 지켜보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4.25/



그렇다면 누구 봐도 부상이 염려되는 상황에서, 심지어 본인도 걱정을 하면서 선수의 넘치는 의욕을 제어하지 못한게 감독으로서의 오판일까. 이 감독은 "김도영이 팀 생각만 한 것 같다. 이겨야 하니까. 간절한 마음으로 뛰다 다쳤으니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저 안타깝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선수는 열심히 한 거다. 무조건 하지 말라 할 수는 없다. '레드 라이트' 얘기를 하면 항상 선수에게 신호를 줄 수는 없다. 나든, 주루코치든 뛰고자 하는 선수를 계속 못 뛰게 할 수는 없다. 아마 뛰어서 다칠 걸 알면 못 뛰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예상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나. 정답이 없는 문제인 것 같다"고 이번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