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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씨 44도, 모래바람에 온 몸이 익을 뻔"…중동 사막에 우뚝 선 K발전소

머니투데이 사우디·UAE=김사무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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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씨 44도, 모래바람에 온 몸이 익을 뻔"…중동 사막에 우뚝 선 K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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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누비는 에너지 팀코리아]②

사우디 자푸라1 열병합 발전소 현장. /사진=산업통상자원부 공동취재단

사우디 자푸라1 열병합 발전소 현장. /사진=산업통상자원부 공동취재단


지난 2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의 주도시 담맘에서 남쪽으로 약 80㎞떨어진 자푸라1 열병합 발전소 건설현장. 오전 9시, 이미 기온은 섭씨 42도에 육박했다. 한 시간 뒤에는 44도를 넘어섰다.

강렬한 직사광선과 사방에서 몰아치는 뜨거운 모래바람이 온 몸을 달궜다. 고온다습한 한국의 찜통더위와는 또 달랐다. 사우디의 더위는 마치 '오븐' 같았다. 현장 관계자는 지난해 최고 기온이 56도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단 5분만 서 있어도 온 몸이 익는 듯 했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마무리 공사를 위해 장비와 인력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현재 공정률은 97.58%. 지금은 부분 시운전 중이며 오는 10월 준공이 목표다.


해외 최초 수주한 열병합 발전소…사우디 에너지 전환 핵심

사우디 자푸라1 열병합 발전소 현장. /사진=산업통상자원부 공동취재단

사우디 자푸라1 열병합 발전소 현장. /사진=산업통상자원부 공동취재단


자푸라1은 2022년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구성된 팀코리아가 해외에서 최초로 수주한 열병합 발전소다. 2009년 라빅 중유화력발전수 수주 이후 13년만의 사우디 사업 수주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시공을 맡았고 효성, LS산전, 일전전기, 다산DTS 등이 기자재를 공급했다.자금은 한국수출입은행이 조달했다.


사우디는 현재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에너지 전환을 추진 중이다. 대규모 천연가스 개발, 가스복합발전소 건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 등이 핵심이다.

한전을 비롯한 에너지 팀코리아는 사우디 에너지 전환 정책의 핵심 파트너다. 자푸라 가스 플랜트 사업이 대표적이다. 사우디는 셰일가스 상업 생산을 목적으로 중동 최대 셰일가스 매장 지역인 자푸라에 가스 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다. 총 사업비 1000억달러(140조원)가 투입되는 사우디 메가 프로젝트다.

이 지역에는 46억5000만톤의 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가 99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매장량이다. 가스 플랜트가 본격 가동되면 하루에 4만톤의 천연가스를 생산한다.


한전이 수주한 자푸라1 열병합 발전소는 자푸라 가스 플랜트에 전기와 용수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가스 플랜트는 정전 등으로 인한 운영 중단시 경제적·기술적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에 기존 송전망과 분리된 별도의 전용 발전소가 필요하다. 한전이 사우디 대규모 에너지 프로젝트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자푸라1 현장에 들어서자 52m 높이의 주보일러(HRSG)와 60m 높이의 보조보일러 2기 굴뚝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주보일러 옆에는 17.2m 길이의 가스터빈이 연결됐다. 가스를 연소해 얻은 에너지로 가스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남은 열로 주보일러에서 증기를 만든다. 설비용량은 317MW(메가와트), 계통용수는 시간당 180톤이 생산된다.

가스터빈 안쪽에는 지상에서 3층 높이에 떠 있는 축구장 절반 면적의 거대한 구조물이 있다. 구조물 하단에는 직경 4m 크기의 대형팬 15개가 설치됐다. 한국 기업이 자체 기술력으로 만들어 낸 공랭식 응축설비다. 통상 발전소에서는 터빈을 식히기 위한 방법으로 수냉식을 사용하지만 바다로부터 떨어져 있는 자푸라는 수냉식 대신 공랭식을 사용한다.


어떠한 건설 환경에서도 한국 업체의 기술력으로 발전소 설비를 완성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현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사우디 자푸라1 열병합 발전소 현장. /사진=산업통상자원부 공동취재단

사우디 자푸라1 열병합 발전소 현장. /사진=산업통상자원부 공동취재단


한전은 자푸라1 사업에서 단순 건설 수주만 한 것이 아니라 건설 이후 직접 운영을 통해 수익도 창출한다. 건설·소유·운영 후 소유권을 이전하는 BOOT(Build,Own,Operate,Transfer) 방식이다. 한전과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사우디 아람코가 각각 60%, 40%의 지분으로 참여했다. 생산되는 전기는 전량 아람코가 구매하기로 했다. 준공후 20년간 운영을 통해 한전 지분 기준 6억7000만달러의 매출이 보장된다.

김희중 한국전력 사우디 자푸라 법인 건설소장은 "최근 이스라엘과 후티 반군의 전쟁으로 물류가 지연됐지만 EPC(설계·조달·시공) 관리 능력과 다국적 근로자·기자재 등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일정 준수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1단계다. 향후 후속 사업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수주 기회가 열려 있다. 임진웅 한전 사우디 자푸라 사업법인장은 "사우디는 가스와 수소까지 개발할 계획이라 관련 발전소 수요가 계속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임 법인장은 "기술 난도가 높은 아람코 사업을 수주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팀코리아를 통한 국내 기업들의 동반 진출 효과도 뚜렷하다"고 강조했다


가스복합발전소 공사도 한창…사우디-팀코리아 협력 확대

사우디 루마1 가스복합발전소 건설 현장. /사진=산업통상자원부 공동취재단

사우디 루마1 가스복합발전소 건설 현장. /사진=산업통상자원부 공동취재단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북동쪽으로 85km 떨어진 곳에 있는 루마에도 한전이 수주한 가스복합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 20일 방문한 루마1 가스복합발전소 현장도 자푸라1 현장과 상황은 비슷했다. 이제 막 사업이 시작해 발전소 건물 대신 황량한 사막만 펼쳐 있다는 것이 다를 뿐, 40도를 웃도는 기온과 고온건조한 열풍이 사방에서 불어닥치는 환경은 마찬가지였다.

리야드에서 루마로 이동하는 길에는 덤프트럭 등 건설 중장비들이 모래바람을 날리며 쉼없이 도로를 오가고 있었다. 리야드 시내를 빠져나오자 황량한 사막 위에 수많은 송전탑들이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져 있는 장관이 펼쳐졌다.

대부분 인근 발전소에서 리야드로 연결되는 송전망이라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우디는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 2030년 엑스포, 2034년 월드컵 등 주요 국제 행사를 앞두고 곳곳에서 개발 사업을 중인데 이에 따라 전력 수요 역시 급증하는 상황이다.

가스복합발전은 사우디의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할 수 있는 주요 발전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루마 현장도 그 중 하나다.

한전은 지난해 11월 사우디 루마1·나이리야1 가스복합발전소 사업을 동시 수주했다. 설비용량은 각각 1890MW로 총 3780MW다. 이는 2009년 수주한 5600MW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 사업 이후 최대 규모의 수주 성과다. 사업비는 루마1 20억4000만달러, 나이리야1 20억8000만달러다.

권병수 루마·나이리야 프로젝트 한국전력 법인장은 "사우디는 기존에 있던 중유 발전소를 대체하기 위한 목적으로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다수의 가스복합발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축구장 약 100개 크기(70만㎡) 만한 면적의 발전소 부지에서 굴착기 등 장비 120여대를 동원해 땅을 다지는 작업이 한창이다. 터 다지기 작업이 완료되면 6월부터 1차 구조물 구축 등 본격 건설에 들어간다. 2028년5월 준공이 목표다. 루마에서 생산된 전기는 대부분 리야드에 공급될 예정이다.

한전은 단순히 발전소만 짓는 것이 아니라 지분 참여를 통해 건설 후 25년간 직접 운영하면서 수익을 낸다. 한전은 사우디 최대 민간발전사인 ACWA Power, 대표 공기업인 사우디전력공사와 합작법인 리말 에너지컴퍼니를 만들었다. 지분율은 각각 30%, 35%, 35%다.

사우디에서 한전을 비롯한 한국 에너지 기업의 역할은 갈수록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현지에서도 한국 기업의 기술과 노하우, 자금조달 능력 등을 높이 평가하며 협력을 강화하려는 상황이다.

제야드 리말 에너지컴퍼니 대표는 "한전과 함께 협력할 수 있게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효율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전력 생산뿐만 아니라 환경 보호 및 사우디의 에너지 전환 목표 달성에도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루마1 현장에서 인터뷰 중인 제야드 리말 에너지컴퍼니 대표. /사진=산업통상자원부 공동취재단

루마1 현장에서 인터뷰 중인 제야드 리말 에너지컴퍼니 대표. /사진=산업통상자원부 공동취재단



사우디·UAE=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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