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헌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사진제공=한국주택금융공사 |
최근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공동 심포지엄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빈곤을 동반한 초고령사회 진입을 우려하며 자산인 주택을 연금화하는'주택연금' 제도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우리나라 고령층 빈곤의 대안으로 주택연금의 역할 강조와 기대는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럼에도 연간 신규 가입자가 약 1만5000명에 머무르는 주택연금을 통해 왜 약 122만명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까?
올해 1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70세에 진입하기 시작했고 10년 후에는 2차 베이비부머 세대도 70세에 진입한다. 이는 70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 중 약 13%에서 약 22%로 증가함을 의미한다. 고령층 근로사업소득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층 내에서도 연령대별로 빈곤율이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65~69세 고령층의 빈곤율은 약 20%로, 전체 인구 빈곤율인 약 15%와 괴리가 크지 않으나 70대 빈곤율은 약 42%, 80세 이상은 약 56%까지 증가한다.
70대는 고령층의 실질적 은퇴가 이루어지고 주택자산 처분이 시작되는 연령대이다. 인구구조상 고령층의 본격적 자산 처분 방식이 본격적으로 관찰 가능한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70대 고령가구의 증가가 주택연금 기대 성장 요인인 반면 지금까지 주택연금 이용가구는 고령가구 증가와 비례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분석해 주택연금을 이용할 경제적 유인이 있는 55세 이상 자가가구(부채가 적은 소득 1·2분위)를 식별해보면 약 32%가 해당된다. 이는 현재 주택연금 이용률과는 괴리가 있는 수치이다.
주택연금 수요와 관련된 고령층의 선택은 특정 금융상품, 제도에 대한 선호로 국한해 논의할 것이 아니라 고령층 소득 및 소비 행태의 연장선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고령층은 소득이 줄어들면 소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며 자산 처분은 최대한 미룬다. 고령층의 자산 처분은 앞으로 소득 및 지출에 대한 예상, 보유자산 가격에 대한 기대, 상속 의사, 개인의 건강 상태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된 위험 회피적 결정이다.
주택연금 수요실태조사에 따르면 주택연금 이용자들의 주택연금 가입 전 주소득원의 비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이를 주택연금으로 대체하는 경향이 확인된다. 또한 비이용자들에 비해 의료비와 같은 필수적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이 확인된다.
고령층의 소극적 주택자산 활용 행태는 초고령사회에서도 지속될 수 있고 이는 주택연금 성장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초고령사회 주택연금 역할에 대한 기대가 절실한 만큼 수요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될 것이다. 이를 검토할 때 고령층 선택의 본질에 대한 이해 없이 제도 개선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아닌지, 제도 변경에 따라 추가될 수 있는 리스크는 무엇이 있는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택연금이 고령층에게 접근 가능한 대책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함과 동시에 지속적인 방안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고제헌 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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