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정자로 태어난 67명 중 10명 '암 진단'…이유는?

암 위험 높이는 유전자 돌연변이 보유
"단일 기증자 출산횟수 제한 강화해야"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유럽에서 한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아 태어난 아이 67명 중 10명이 암 진단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해당 남성은 본인이 희귀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모른 채 정자를 기증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게티이미지)

27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프랑스 루앙대학병원의 생물학자 에드비쥬 카스페르는 지난 24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유럽인간유전학회 연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기증자는 암 억제 유전자인 TP53에 유전적 변이를 가진 남성이었다. TP53 돌연변이를 가질 경우 다양한 암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리-프라우메니 증후군이라는 희귀 유전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덴마크에 위치한 ‘유럽정자은행’을 통해 정자를 기증했다. 이 정자는 프랑스, 독일 등 유럽 8개국의 46가족에게 제공됐고, 최소 67명의 자녀가 태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10명은 뇌종양, 호지킨 림프종 등의 암을 진단받았다. 또 다른 13명은 TP53 유전자의 변이를 보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암 발병은 나타나지 않았다.

정자은행 측은 기증 당시 기증자가 유전병 보인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필요 기준 이상으로 검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2만개에 달하는 인간 유전자의 모든 돌연변이를 선제적으로 탐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번 사태로 유럽 내에서는 동일 기증자에 의한 출산 횟수를 더욱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증자 1인당 출산 횟수를 프랑스의 경우 10회, 덴마크는 12회, 독일은 15회까지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전체적으로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다.

앞서 과거 네덜란드 국적의 한 남성은 무분별한 기증으로 500명 이상의 아이를 낳게 한 사실이 드러나 법원의 기증 중단 명령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