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조사 기간 만료 다가오자
산단 업체들 소집해 설명회
주민들 "의미 없는 조사 대신
용역비 보상금으로 지급해야"
환경단체 "합의대로 조사 실시"
여수국가산단의 대기오염 조작사건 조사 기간이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지 이미 10년이 지났지만, 환경오염 실태조사는 아직도 착수조차 못 하고 있다. 여기에 전남도는 조사 종료 시점이 임박하자 부랴부랴 용역 기간 연장에 나서고 있다.
28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는 최근 여수산단 입주 업체들을 대상으로 '환경오염 실태조사 연구 용역 설명회'를 개최했다. 표면적 이유는 그동안 진행된 조사의 경과를 설명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실질적으론 용역 기간 연장을 위해 기업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여수산단 입주 기업들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조작 사건이 드러난 것은 지난 2019년. 같은해 3월 환경부는 여수산단 입주 업체들이 대기오염물질 측정 업체측과 짜고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사 결과 2015년부터 4년간 1만 3,096건의 대기오염도 측정기록부를 조작하거나 허위로 발급한 사실이 드러났고,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이에 전남도와 여수시,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 여수참여연대, 여수환경운동연합, 여수상공회의소, 산단 인근 5개 마을 주민 대표는 민관합동 거버넌스 위원회를 꾸렸다. 이들은 23차례의 회의 끝에 지난 2021년 9월 9개의 권고안을 도출했다. △주변마을 환경오염 실태조사 실시 및 주민 건강 역학조사 △민간환경감시센터 설치 △위반 사업장 민관 합동 조사 및 개선 대책 마련 △유해대기물질 측정망 추가 설치 △환경 지도 공무원 충원 △행정기관 역할 강화 등이다. 이에 전남도 등 행정 기관은 조직과 인력을 확대해 감시 기능을 강화했고, 기업들은 1조 원 규모 환경 개선 대책을 수립했다. 또 여수시 소라면 대포마을과 율촌면 신풍마을에 각각 유해대기 측정망을 추가로 설치했다.
문제는 권고안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환경오염 실태조사와 주민 건강 역학조사는 시작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전남도가 연구 용역 업체를 선정했고, 기업들이 용역비 26억 원을 각출했다. 하지만, 실태조사는 거기에 멈췄다. 조사 실효성을 놓고 지역사회가 좀처럼 합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단 인근 마을 주민들은 "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조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사건 발생 시점으로부터 10년이나 지나 조사를 하더라도 오염물질이 남아있을 리 없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한 지역발전협의회 회장은 "사건 발생 당시 환경오염 실태조사에 착수했다면 당연히 주민들도 환영했을 것"이라며 "10년이나 지나버린 이제 와서 조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주민들을 기만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의미 없는 조사 대신 용역비 26억 원을 보상금 형태로 주민들에게 나눠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거버넌스 개최 당시) 주민들도 합의한 사안을 이제 와서 뒤집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맞서고 있다. 여수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조사가 뒤늦게 진행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부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조사를 지지부진하게 진행한 행정기관과 기업의 문제이지, 이제 와 조사를 하지 말자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이냐 하는 부분에 대해선 일단 조사를 진행해봐야 알 수 있 일"이라며 "거버넌스를 꾸리고 기업들이 조사비를 납부해 환경 역학조사에 나섰다는 사례를 만드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가 연구 용역 기간 연장 절차에 착수함에 따라 대기오염 조작사건은 올해도 결론을 내지 못하게 될 전망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용역기간 연장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하는 한편 주민들이 실태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데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
산단 업체들 소집해 설명회
주민들 "의미 없는 조사 대신
용역비 보상금으로 지급해야"
환경단체 "합의대로 조사 실시"
지난 8일 전남도가 여수상공회의소에서 여수산단 입주업체들을 대상으로 '환경오염 실태조사 연구용역 사업장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
여수국가산단의 대기오염 조작사건 조사 기간이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지 이미 10년이 지났지만, 환경오염 실태조사는 아직도 착수조차 못 하고 있다. 여기에 전남도는 조사 종료 시점이 임박하자 부랴부랴 용역 기간 연장에 나서고 있다.
28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는 최근 여수산단 입주 업체들을 대상으로 '환경오염 실태조사 연구 용역 설명회'를 개최했다. 표면적 이유는 그동안 진행된 조사의 경과를 설명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실질적으론 용역 기간 연장을 위해 기업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여수산단 입주 기업들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조작 사건이 드러난 것은 지난 2019년. 같은해 3월 환경부는 여수산단 입주 업체들이 대기오염물질 측정 업체측과 짜고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사 결과 2015년부터 4년간 1만 3,096건의 대기오염도 측정기록부를 조작하거나 허위로 발급한 사실이 드러났고,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이에 전남도와 여수시,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 여수참여연대, 여수환경운동연합, 여수상공회의소, 산단 인근 5개 마을 주민 대표는 민관합동 거버넌스 위원회를 꾸렸다. 이들은 23차례의 회의 끝에 지난 2021년 9월 9개의 권고안을 도출했다. △주변마을 환경오염 실태조사 실시 및 주민 건강 역학조사 △민간환경감시센터 설치 △위반 사업장 민관 합동 조사 및 개선 대책 마련 △유해대기물질 측정망 추가 설치 △환경 지도 공무원 충원 △행정기관 역할 강화 등이다. 이에 전남도 등 행정 기관은 조직과 인력을 확대해 감시 기능을 강화했고, 기업들은 1조 원 규모 환경 개선 대책을 수립했다. 또 여수시 소라면 대포마을과 율촌면 신풍마을에 각각 유해대기 측정망을 추가로 설치했다.
문제는 권고안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환경오염 실태조사와 주민 건강 역학조사는 시작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전남도가 연구 용역 업체를 선정했고, 기업들이 용역비 26억 원을 각출했다. 하지만, 실태조사는 거기에 멈췄다. 조사 실효성을 놓고 지역사회가 좀처럼 합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단 인근 마을 주민들은 "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조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사건 발생 시점으로부터 10년이나 지나 조사를 하더라도 오염물질이 남아있을 리 없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한 지역발전협의회 회장은 "사건 발생 당시 환경오염 실태조사에 착수했다면 당연히 주민들도 환영했을 것"이라며 "10년이나 지나버린 이제 와서 조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주민들을 기만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의미 없는 조사 대신 용역비 26억 원을 보상금 형태로 주민들에게 나눠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거버넌스 개최 당시) 주민들도 합의한 사안을 이제 와서 뒤집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맞서고 있다. 여수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조사가 뒤늦게 진행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부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조사를 지지부진하게 진행한 행정기관과 기업의 문제이지, 이제 와 조사를 하지 말자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이냐 하는 부분에 대해선 일단 조사를 진행해봐야 알 수 있 일"이라며 "거버넌스를 꾸리고 기업들이 조사비를 납부해 환경 역학조사에 나섰다는 사례를 만드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가 연구 용역 기간 연장 절차에 착수함에 따라 대기오염 조작사건은 올해도 결론을 내지 못하게 될 전망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용역기간 연장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하는 한편 주민들이 실태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데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