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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생일"→"굶었어요" 배달 주문서에 찍힌 글…손님 실체에 분노

머니투데이 윤혜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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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생일"→"굶었어요" 배달 주문서에 찍힌 글…손님 실체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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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의 딱한 사정에 서비스 반찬까지 챙겨 외상으로 음식 배달을 해 준 자영업자가 사기를 당했다며 분한 심경을 토로했다./사진='아프니까 사장이다' 갈무리

손님의 딱한 사정에 서비스 반찬까지 챙겨 외상으로 음식 배달을 해 준 자영업자가 사기를 당했다며 분한 심경을 토로했다./사진='아프니까 사장이다' 갈무리


손님의 딱한 사정에 서비스 반찬까지 챙겨 외상으로 음식 배달을 해 준 자영업자가 사기를 당했다며 분한 심경을 토로했다.

지난 27일 자영업자 대표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이 글이 손님에게 닿기를'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충북 청주시에서 한식집을 운영 중인 A씨는 지난 3월 7일 배달 앱(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주문을 받았다. 그런데 평소보다 긴 요청사항에 눈이 갔다고 한다. 요청사항에는 '이런 말 드리는 건 부끄럽지만 동생 생일이라 뭐라도 해주고 싶은데 급여가 월요일이라서요. 계좌 적어주시면 꼭 이체하겠습니다. 취소하셔도 됩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A씨는 "당시 배달업계에 '먹튀' 상습범들이 생기고 있다는 글을 종종 봐서 주문을 일단 수락한 후에도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처음 주문을 받았을 땐 요청사항에 적힌 내용이 만약 사실이라면, 정말 동생 생일이라 따스한 밥이라도 먹이고 싶어 눈 꼭 감고 썼는데 거절 당하면 조금은 서러울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마음이 쓰인 A씨는 손님이 주문한 소고기미역국, 삼시세끼 도시락, 어묵채볶음 이외에도 방금 만든 반찬까지 서비스로 챙겨서 보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찝찝한 마음에 A씨는 "저희 담당 사장님에게 해당 주소지와 영수증을 보여주며 말씀드렸다. 사무실과 연합에서 얘기해본 결과, 몇몇 가맹점이 같은 수법으로 당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가맹점 전체에 공지가 내려갔고, 해당 주소지는 블랙리스트 처리됐다"고 밝혔다.


손님의 딱한 사정에 서비스 반찬까지 챙겨 외상으로 음식 배달을 해 준 자영업자가 사기를 당했다며 분한 심경을 토로했다./사진='아프니까 사장이다' 갈무리

손님의 딱한 사정에 서비스 반찬까지 챙겨 외상으로 음식 배달을 해 준 자영업자가 사기를 당했다며 분한 심경을 토로했다./사진='아프니까 사장이다' 갈무리



이렇게 이번 사건이 마무리되는 듯 했지만 A씨를 다시 분노케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26일 똑같은 수법으로 주문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첫 사기 주문 이후 약 두 달 반이 지난 시점이었다.

지난 26일 배달 영수증에 적힌 요청사항에도 구구절절한 사연이 담겨 있었다. 이 손님은 "죄송합니다. 급여가 30일인데 밥을 굶어서요. 염치 없지만 계좌 적어주시면 꼭 이체드릴게요. 안 된다면 주문 취소해주세요. 죄송합니다"라면서 냉오이냉국, 제육볶음, 두부조림 등을 주문했다.

A씨는 "너무 화가 나고 허탈하다"며 "똑같은 주소지, 똑같은 전화번호, 똑같은 수법은 뻔뻔하다. 이 글을 보고 사람이라면 느끼는 게 있으면 한다"고 분노했다.


다른 자영업자들은 "음식 가격보다도 진심으로 챙겨 보냈는데 속았다는 배신감에 더 속상할 것 같다", "저렇게 거짓말하는 가상한 노력으로 나가서 일이라도 좀 해라", "양심이 없어도 너무 없다"며 함께 분노했다.

윤혜주 기자 heyjud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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