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C 2025, ‘’의료 AI, 인류 난제를 풀다’ 주제… 저출산·의료공백 해결하는 AI 기술 공유
유재구 다쏘시스템 메디데이터코리아 세일즈 리더 “AI, 임상시험 설계의 패러다임을 바꿔”
신수용 카카오헬스케어 선행기술연구소장 “카톡으로 아이 건강 묻는 시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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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는 인류가 경험한 그 어떤 기술 보다 빠른 발달 속도를 과시하고 있다. 불과 9년 전인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결을 통해 세상을 충격에 빠뜨린 AI는 6년만인 2022년 챗GPT를 필두로 한 생성형 AI로 글로벌 산업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의료 분야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다. AI는 진단과 신약개발을 넘어 난임은 물론 암과 치매 등 난치병 치료 분야에서도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른바 ‘의료 AI’를 통한 혁신은 지난 22일 성남 판교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의료 AI, 인류 난제를 풀다’를 주제로 진행된 제9회 ‘AWC 2025 in Seoul(이하 AWC 2025)’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AWC'는 국내외 기업과 연구자들이 모여 AI 기술 연구 및 산업 현황을 공유하고 협력을 도모하는 행사다. 올해는 AI 기술의 의료 현장 적용 사례와 산업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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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산·학·연의 의료 및 AI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해 실제 현장에서 진행 중인 혁신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솔루션들을 연이어 발표했다. 1부 세션에서는 고정재 차의료원 난임센터 총괄본부장, 김지훈 인트인 대표, 장민후 휴먼스케이프 대표 등이 나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AI의 역할을 논의했다. 이어진 2부 세션에서는 유재구 다쏘시스템 메디데이터 코리아 세일즈 리더와 신수용 카카오헬스케어 선행기술연구소장이 각각 임상시험 혁신과 소아과 특화 서비스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날 AWC 2025는 단순 기술 컨퍼런스를 넘어서, AI가 실질적으로 의료 시스템 내에 스며들고 있는 구체적 과정들을 짚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AI의 데이터 분석 및 예측 역량은 신약 개발의 병목 현상이나 환자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인 도구로 자리잡고 있으며, 특히 환자 개개인의 조건에 따른 맞춤형 의료 제공이라는 방향성과도 맞물린다.
이와 함께 의료 공백이 심화되는 지역의 진단·치료 접근성을 개선하고, 고령 사회에서 수요가 증가하는 돌봄 서비스와 산후 우울증 관리 등에도 AI가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현장을 찾은 테크42는 그 중에서도 임상시험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AI 기술을 소개한 유재구 다쏘시스템 메디테이터 코리아 세일즈 리더의 발표와 카카오톡 기반 소아 건강 AI 상담 서비스 ‘닥터 라이크’를 공개한 신수용 카카오헬스케어 선행기술연구소장의 발표에 주목했다.
임상시험 병목 돌파구 AI에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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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구 다쏘시스템 메디데이터 코리아 세일즈 리더는 이날 발표에서 “AI를 활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누가 더 빨리, 더 잘 활용하느냐가 앞으로 신약 개발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가 강조한 핵심은 ‘AI를 활용한 임상시험의 혁신’이다.
유 리더는 “임상시험의 80% 이상이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50%는 타깃 환자 확보 자체에 실패하고 있다”며 “환자 한 명도 등록하지 못한 채 종료되는 사례가 30% 이상이라는 점은 구조적 병목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메디데이터가 보유한 3만4000건의 종료된 임상시험 데이터와 현재 진행 중인 8000건 이상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AI 기반 분석 솔루션을 제시했다.
프랑스 소프트웨어 기업 다쏘시스템의 자회사인 메디데이터는 임상시험 데이터 관리와 분석에 특화된 기업이다.
메디데이터는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과 통합해 신약 개발부터 임상시험, 제조 공정까지 생명과학 전 주기를 지원하고 있으며, 전 세계 145개국에서 수집된 의료 데이터를 통해 특정 질환별, 지역별 환자 분포와 연구자 성과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임상 설계에 반영한다.
유 리더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지역에서 어떤 질환의 임상이 유리한지, 연구자의 성과는 어떤지를 평가할 수 있다”며 “이러한 정량적 판단이 실제 임상시험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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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유 리더는 ‘환자 부담 인덱스(Patient Burden Index)’를 개발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 지표는 병원 방문 횟수, 거리, 검사 복잡도, 고령 여부 등 환자가 느끼는 정서적·물리적 부담을 수치화해 이탈 가능성이 높은 구간을 사전 식별하는 데 활용된다.
유 리더는 “중간에 환자가 빠지면 임상을 다시 모집해야 하고 이는 제약사 입장에서 수십억 원의 비용 손실을 의미한다”며 “AI는 이런 리스크를 사전에 예측하고 설계 단계에서부터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강조했다.
임상 이후의 제조 과정에서도 AI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팬데믹 당시 기존 공장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해 서브 공장을 빠르게 복제하거나, 병목 구간을 개선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유 리더는 “AI는 공정 설계와 자재 동선, 인력 배치 등을 시뮬레이션 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다쏘시스템은 미국 FDA와 공동으로 수술 시뮬레이션 기술을 개발 중이며, 심장을 비롯해 뇌, 췌장 등 다양한 장기를 대상으로 가상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발표 말미, 유 리더는 “AI는 이미 치료제를 개발, 제조, 평가하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단순 도구가 아닌 AI의 전략적 역할을 재차 강조했다.
소아 의료 공백 해법, ‘닥터라이크’로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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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 카카오헬스케어 선행기술연구소장은 이날 컨퍼런스에서 “소아과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전문 분야”라고 강조하며 “그만큼 더 많은 의료 인력이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기피 분야가 되고 있다”는 말로 소아과가 당면한 문제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신 소장은 “소아청소년 대상 AI 서비스는 의료 공백 해소에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자신이 이끄는 ‘AI 기반 소아과 의료서비스 개발’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이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과제로 13개 병원과 13개 대학이 협력하는 대규모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 중이다.
이 과제를 통해 개발되고 있는 것이 이날 신 소장이 공개한 ‘닥터라이크(DR.LIKE)’다. 이는 카카오톡 기반의 소아 약물 상담 서비스로, 별도 앱 설치 없이 육아 부모들이 카톡을 통해 자녀 건강에 대해 상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신 소장은 “인터넷에는 틀린 정보도 너무 많다”며 “카톡 기반 서비스를 통해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재 닥터라이크를 통해 가능한 서비스는 모유 수유와 예방접종을 중심의 소아 건강 상담이다. 당장은 AI 모델 기반이 아닌 신뢰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또한 마이데이터 연동을 통해 병원 진료 기록 기반 약물 부작용 정보를 제공하는 소아 약물 상담 서비스가 카카오헬스케어 케어챗을 통해 시범서비스 되고 있고, 소아 희귀질환 상담 서비스는 카카오헬스케어의 당원병 환자 전용 앱인 ‘파스타’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그 외에 카카오헬스케어는 병원 방문 전인 프리케어 단계에서 응급실 방문 여부 판단, 성장·비만 예측, 알레르기 상담 서비스 등을 개발 중이며 병원 내 소아과 의사 등을 대상으로 질병 추천 서비스, 증례 추천 시스템, 약물 처방 보조 서비스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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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신 소장은 닥터라이크 개발과 관련해 “아이가 아플 때 응급실에 가야 할지, 다음 날 병원에 가도 될지를 결정하는 건 부모에게 큰 스트레스”라며 “AI가 이를 판단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닥터라이크 서비스에 활용되는 AI 모델은 카카오가 최근 선보인 ‘카나나(KANAN)’를 비롯해 업스테이지의 ‘솔라(Solar)’, 아이젠사이언스의 ‘미어캣(Meerkat)’ 등 세 가지다.
신 소장은 “가장 최신 모델이 최고의 성능을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에, 특정 모델에 종속되지 않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라이선스를 국내 병원을 통해 직접 확보하고 있으며, 모델 학습에 필요한 Q&A 세트도 의료진이 직접 작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 소장은 “AI 개발에서 저작권 문제 해결은 필수”라며 “출판문화협회를 통해 교과서 데이터를 정식으로 구매하고, 모델 개발 기업에 서브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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