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제자리 걸음
美서 보안 문제 대두…국산화 노력에도 더뎌
정부도 “강요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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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손미경 기자 sssmk@ |
미국이 ‘트로이 목마’로 지목하고 퇴출 수순에 들어간 중국산 항만 크레인이 국내에서는 여전히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안 리스크와 산업 자립 측면에서 명백한 경고 신호임에도 한국은 사실상 ‘관망 모드’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해양수산부의 최신 집계 자료(2024년 6월 기준)에 따르면 국내 항만에 설치된 크레인 937기 중 487기(51.9%)가 중국산으로 집계됐다. 국산은 389기(46.9%), 미국·일본산은 10기(1%)였다. 중국산 비중은 2년 전(2022년) 54.6%에서 고작 2.7%포인트(p) 줄어드는 데 그쳤다.
특히 컨테이너 크레인(STS)의 경우 전체 215기 중 123기(57.2%)가 중국산이다. 배에서 컨테이너를 육상으로 내리는 핵심 설비를 사실상 중국 장비가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트랜스퍼 크레인(컨테이너 야적 및 이송용)도 전체 652기 중 364기가 중국산으로 점유율은 55.8%에 달했다. B.T.C(Bridge Type Crane), L.L.C(Level Luffing Crane) 등 일부 특수 장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항만 핵심 작업에 중국산 장비가 투입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산으로 뒤덮인 항만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항만에서 쓰는 크레인 중 전체 80%가 ‘메이드 인 차이나’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중국산에 대한 퇴출 작업에 돌입했다. 중국산 항만 크레인을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면서다. 미국은 2023년부터 자국 항만에 설치된 중국산 크레인을 통해 화물 흐름, 물류 경로, 항만 운영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국내 항만공사들도 당시 신규 크레인 발주 시 국내 기업에 하는 방침을 세우는 등 중국산 줄이기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한국 정부는 실제 운영 중인 장비 비중이나 보안 리스크에 대한 정밀 조사를 사실상 놓고 있다. 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한 기술적 검증도 공개된 바 없다. 해수부 관계자는 “공식 집계된 수치는 없지만, 현재 제작 중인 크레인까지 합하면 국산화율은 60%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2030년까지 ‘스마트항만 기술산업 육성’을 위해 항만 장비 연구에 집중하고 전체 항만 장비 국산화율을 기존 29%에서 65%까지 끌어올린다고 공언했다.
정부는 ‘교체시기가 되지 않은 장비를 강제로 바꾸라고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이 같은 소극적 접근이 오히려 항만 보안의 구조적 리스크를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체계적인 로드맵도 부재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항만공사들은 신규 발주시 국내 장비 사용을 장려하고 있지만 기존 장비의 교체 주기나 위험도, 점검 기준은 통일돼 있지 않다.
한 항만 장비 전문가는 “항만에서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물류 데이터와 컨테이너 흐름 정보는 주요 국가 기반시설의 보안 이슈와 맞닿아 있다”며 “미국이 대응을 강화하는 이유를 한국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투데이/정진용 기자 (jj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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