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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만 국적’ 왕수봉 교수 “기술로 성공한 TSMC?⋯잘 설계된 국가 시스템 덕분”[ET의 칩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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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만 국적’ 왕수봉 교수 “기술로 성공한 TSMC?⋯잘 설계된 국가 시스템 덕분”[ET의 칩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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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외부 협력사 '비즈니스 파트너' 대우
'갑을 관계' 인식 한국 기업문화와 대조적
'주 52시간 예외' TSMC와 단순 비교 안돼
탄력근무ㆍ보상 중심 노동 유연화 고민을


왕수봉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겸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재무관리학과 객원교수가 18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본지 인터뷰를 진행 중인 모습.

왕수봉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겸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재무관리학과 객원교수가 18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본지 인터뷰를 진행 중인 모습.


TSMC가 잘해서 반도체 산업이 큰 게 아닙니다. 산업이 잘 설계됐기 때문에 TSMC가 큰 겁니다.


20~23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IT) 박람회 ‘컴퓨텍스 2025’ 현장에서 만난 왕수봉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현 대만 국립정치대 객원교수)는 TSMC의 성공이 단순한 기업 경쟁력이 아닌 국가 시스템의 산물이라고 해석했다. 대만 국적을 가진 그는 경영학과 재무관리 분야의 전문가이자 대만 산업 생태계와 기업문화에 정통한 학자다.

왕 교수는 “대만과 한국은 반도체 강국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기업을 키우는 방식과 산업 구조, 정부의 접근법은 매우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 “TSMC의 성공은 단순히 기술력이 아니라, 시스템과 관계 구조의 승리”라고 했다.

TSMC는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독보적 1위 기업이다. 왕 교수는 “TSMC의 독주는 진입장벽이 높은 파운드리 사업의 구조 때문”이라며 “수조 원대의 초기 투자, 긴 기술 축적 기간, 글로벌 고객사 네트워크 등 모든 요소가 고도로 결합돼 있다”고 말했다.

TSMC가 언제부터 세계 1위로 올라섰는지에 대한 질문에 왕 교수는 ‘글로벌 협업 마인드’를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TSMC는 초창기부터 ‘우리는 대만 기업이 아닌 글로벌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가졌다”면서 “외국 기업과의 협업을 중시했고, 대만 기업들보다 먼저 외부에 눈을 돌린 것이 지금의 경쟁력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는 내수 중심으로 출발해 글로벌 시장에 천천히 적응해 온 한국 기업의 성장 경로와는 대조적이다.

TSMC 로고

TSMC 로고


한국과 대만의 기업문화에 대해서도 분명한 차이를 짚었다. 왕 교수는 “한국에선 고객사와 협력사를 ‘갑을 관계’로 보지만 대만은 TSMC조차 외부 협력사들을 ‘비즈니스 파트너’로 대한다”며 “수평적 관계가 생태계를 키우는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이 커지려면 기술보다 신뢰, 구조보다 문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반도체 업종의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과 관련, TSMC의 사례를 단순히 비교 대상으로 삼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대만은 아직 노조가 없고, 노동권은 상대적으로 후진적인 편”이라면서 “단순히 ‘TSMC처럼 일 많이 시켜서 한국도 반도체 키우자’는 논리는 비약”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연구개발(R&D) 인력의 탄력 근무와 적절한 보상 시스템을 중심으로 노동 유연화를 고민해야 한다”며 선진적 모델을 설계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국발 관세 강화 조치 속에서 한국과 대만 정부의 대응도 대비된다. 왕 교수는 “대만도 여당이 소수당이고 법안 하나 통과시키기 힘든 구조지만 기업을 도와야 한다는 인식은 여야 모두 같다”며 “긴급 예산도 편성하고, 입법도 지원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도 여야가 ‘반도체는 국력’이라는 인식부터 공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급증하는 인공지능(AI) 수요에 대응하는 공급 능력에 대해 그는 “TSMC도 모든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왕 교수는 “대만에는 TSMC 외에도 UMC, VIS 같은 파운드리 기업이 있다”면서 “첨단 공정은 TSMC가, 성숙 공정은 다른 기업이 맡는 등 전체 생태계가 나눠서 감당하는 구조가 이미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든 걸 한두 개 대기업에 집중시키는 한국 산업 구조와 또 다른 차이점이기도 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IT) 박람회 ‘컴퓨텍스 2025’ 개막 하루 전인 19일(현지시간) 대만 뮤직센터 기조연설을 통해 차기 제품 출시 계획과 로드맵, 공급망 등을 공개했다. 황 CEO가 언급한 공급망의 대부분이 대만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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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타이베이(대만)=이수진 기자 (abc123@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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