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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단일화 논의와 프랑스 헌법의 교훈 [한국의 창(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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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단일화 논의와 프랑스 헌법의 교훈 [한국의 창(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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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먹거나 부정합한 현행 헌법 '대선 규정'
'대통령 궐위 선언', '후보 유고'에도 공백
프랑스 헌법을 본보기로 삼아 보완해야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일(5월 29~30일)을 앞둔 25일 서울 예술가의집 담장에 선거벽보가 부착돼 있다. 뉴스1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일(5월 29~30일)을 앞둔 25일 서울 예술가의집 담장에 선거벽보가 부착돼 있다. 뉴스1


국민의 생활헌장이자 민주법치국가의 장전인 헌법규범에 한 치 빈틈이나 공백이 있어선 안 된다. 1987년 헌법체제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파면에 따라 제19대 대선이 실시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 파면으로 제21대 대선이 진행된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헌법규정들이 서로 부정합하거나 아예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서 이를 반드시 정비해야 한다. 이에 주요 자유민주주의 국가 중에서 대통령 직선제를 채택하는 프랑스헌법을 본보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첫째, 대선 기간 중 테러나 건강 등으로 언제든지 대선 후보 유고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헌법에 아무런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은 건 중대한 입법적 공백이다. 1956·1960년 대선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의 신익희·조병옥 후보가 선거 기간 중에 사망함으로써 이승만 후보가 무주공산으로 당선됐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총기 공격을 받았지만 총알이 비켜가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한국에서 양대 정당의 박근혜‧이재명 대표도 테러를 당한 바 있다. 2025년 이재명 후보는 테러 위협으로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유세장에 방탄유리를 장치한다. 프랑스헌법(제7조)과 같이 대선 후보 유고가 발생하면 선거 연기를 명시해야 한다. 즉 ”후보자가 입후보 등록 마감 전 7일 이내에 사망하거나 장해가 발생한 경우”(제6항) 또는 투표 전에 “후보자 중 1인이 사망하거나 장해가 발생한 경우 헌법재판소는 선거의 연기를 선언한다.”(제7항) 등의 조항이다.

둘째, 대통령 궐위 등의 경우 이를 법적으로 선언하는 기관이 필요하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이후 헌법상 대통령 유고를 선언할 기관이 없는 상황에서 국무회의에서 유고를 결정했다. 이에 프랑스헌법(제7조 제5항)과 같이 헌법수호기관인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유고를 법적으로 선언하도록 규정해야 한다.

셋째, 헌법에서 궐위 등에 따른 “후임자 선거”(제68조 제2항)라고만 규정하고 있는데, 그 후임자 임기가 전임자의 잔여임기인지 아니면 새로 5년 임기가 개시되는지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박근혜·윤석열 대통령 파면 이후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후임자는 새로 5년 임기를 시작한다. 후임자가 아니라 프랑스헌법(제7조 제4항)과 같이 “새 대통령 선거”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제3‧제4공화국 헌법에서는 “대통령이 궐위된 경우 후임자는 전임자의 잔임기간 중 재임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단임제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새로 선출된 대통령의 5년 임기를 명시해야 한다.

넷째, 헌법에 명시적 규정이 없지만 대선을 단순 다수대표제로 시행한다. 하지만 현행헌법에서 결선투표제도 가능하다는 논쟁이 제기된다. 차제에 결선투표제 시행 여부를 명확히 해야 한다(프랑스헌법 제7조 제1항). 여야 할 것 없이 대선 때마다 단일화 진통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결선투표제를 심각하게 고려해 볼 만하다. 그 밖에도 “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되는 때에는 임기만료 70일 내지 40일 전에 후임자를 선거한다”(헌법 제68조 제1항). 그런데 대통령 궐위‧사망‧판결 등에 따른 선거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제68조 제2항). 즉 후임자 선거 일정에 10일의 갭이 발생하므로, 프랑스헌법(제7조 제3항·제5항)과 같이 일정을 동일하게 규정해야 한다.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헌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