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를 평가하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지만, 역시 가장 직관적인 지표는 평균자책점이다. 최고 투수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지표이기도 하다. 당분간은 이 폰세의 기록에 도전할 만한 선수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워낙 절정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데다,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거나 혹은 그 언저리에 있던 경쟁자들이 뒤로 후퇴하는 양상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폰세 앞에 도전자가 나타났다. 그것도 꽤 진지하다. 폰세가 현재 가지고 있는 타이틀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다른 선수들이 뒷걸음질치는 사이, 이 선수는 매서운 기세로 계속 치고 나가고 있다. SSG 외국인 파이어볼러 드류 앤더슨(31)이 그 주인공이다. 불꽃과 같은 패스트볼로 당당히 리그 최고 투수 타이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실제 그 위치까지 왔다.
앤더슨은 2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NC와 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5피안타 무4사구 8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비록 팀이 1점 리드로 만든 앤더슨의 승리 조건을 지켜주지 못해 시즌 5승째는 날아갔지만 앤더슨의 최근 상승세와 폭발력을 엿볼 수 있었던 한 판이었다. 앤더슨은 출산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직후인 4월 9일 대구 삼성전부터 이날까지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99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한 앤더슨은 원래 빠른 공을 던지던 투수다. 지난해에도 최고 150㎞대 중·후반대의 빠른 공을 던졌다. 타점이 높지는 않지만 공을 앞까지 쭉 끌고 나와 던진다. 그리고 이 공이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떨어지지 않고 레이저처럼 날아가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하이패스트볼 공략이 정말 어렵다. KBO리그 타자들이 지금껏 잘 보지 못했던 궤적이라 더 그렇다.
다만 지난해 성적이 들쭉날쭉했던 것은 제구력, 특히 변화구 커맨드였다. 원래 체인지업에 자신감이 있었던 앤더슨이지만, 지난해에는 새 공인구와 잘 맞지 않으며 고전했다. 이에 커브와 슬라이더로 레퍼토리를 바꿔 시즌을 마쳤다. 앤더슨의 과제였고, 실제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변화구 커맨드를 집중적으로 연습하기도 했다.
앤더슨은 27일 경기로 자신의 평균자책점을 종전 2.08에서 1.85까지 끌어내렸다. 5월 평균자책점은 5경기에서 0.30으로 난공불락이었다. 29⅔이닝 동안 39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1.63의 폰트에 상당 부분 접근했다. 폰세가 한 경기 못 던지고, 앤더슨이 한 경기 잘 던지면 또 비슷해질 수도 있는 차이까지는 왔다. 폰세가 독주하는 듯했던 탈삼진 부문도 이제는 승자를 알 수 없다. 27일까지 폰세가 97개, 앤더슨이 93개다.
역대 9이닝당 탈삼진 개수 경쟁도 계속 될 전망이다. 이 부문 역대 1위는 1996년 구대성이 기록한 11.85개다. 그런데 앤더슨이 올해 13.22개, 폰세가 12.13개로 역대 1·2위에 나란히 올라 있다. 시즌이 끝나봐야겠지만 두 선수의 구위를 고려하면 구대성의 기록을 뛰어넘어 1위 싸움이 끝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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