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폭증하는 AI 데이터, '지능형 스토리지'가 대안"

[남도영 기자]

IBM이 인공지능(AI)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선 데이터 인프라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IBM은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하도록 진화한 '지능형 스토리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AI 도입, 폭증하는 데이터부터 해결해야

27일 여의도 한국IBM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샘 워너 IBM 스토리지 부사장은 "AI와 데이터의 상호작용이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생성형 AI의 부상은 데이터 생성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으며, 기업들은 이제 단순히 데이터를 보유하는 것을 넘어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AI의 잠재력에 주목하며 도입을 서두르고 있지만, 그만큼 고민도 늘고있다. 데이터 품질, 보안, 관리의 복잡성도 함께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워너 부사장은 "AI는 데이터를 소비하는 동시에 생성하며, 이로 인해 데이터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기업의 56%는 AI로부터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고 느끼고 있으며, 데이터 품질 문제로 연간 평균 4억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IBM은 하이브리드 및 멀티 클라우드 환경에서 AI를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 혁신을 추진하고 있으며, 'IBM 퓨전'과 같은 AI 최적화 스토리지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 이동 비용 절감과 규제 준수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시대, 스토리지도 '인텔리전스' 품는다

워너 부사장은 AI 애플리케이션 구동을 위한 데이터 파이프라인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AI 모델에 데이터를 적용하기 위해선 서버에 저장된 원시(RAW) 데이터를 추출하고, 작은 단위로 묶고(청크), AI 모델이 활용하기 적합한 형태로 바꿔(벡터화) 벡터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한데, 문제는 끊임없이 새로운 데이터가 생성되면서 벡터 DB를 상시 최신 정보를 반영한 상태로 만들기 어렵다는 데 있다.

워너 부사장은 이로 인해 데이터 소스와 벡터 데이터 간 연결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AI 모델이 기업이 확보한 모든 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권한과 관련한 변경사항이 적용되지 않을 경우 보안 이슈도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벡터 DB를 최신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비용과 시간도 문제다.

샘 워너 IBM 스토리지 부사장이 27일 열린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지능형 스토리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IBM 제공

워너 부사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토리지 운영 방식을 새롭게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스토리지 안에 인텔리전스와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심은 '콘텐츠 인식 스토리지'(CAS)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CAS는 저장 매체로만 쓰이던 스토리지가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도록 진화한 지능형 스토리지 기술로, 데이터 추출, 청크, 벡터화를 처리해주고 벡터 DB를 최신 상태로 유지해준다. 또한 검색증강생성(RAG) 지원과 데이터 검색, 데이터 엑세스 및 변경 추적 관리 등도 지원한다.

워너 부사장은 "AI를 위한 스토리지는 단순한 저장 공간이 아니라 데이터 인텔리전스를 내장한 능동적 플랫폼이 돼야 한다"며 "AI 시대 데이터 인프라는 성능, 보안, 확장성, 자동화를 모두 갖춘 통합 플랫폼이어야 하며, IBM은 이를 실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AI를 위한 스토리지' 고성장

IBM은 AI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스토리지 스케일 시스템(SSS)부터 플래시 시스템, 테이프 스토리지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특히 최근 경기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의 IT 투자가 위축된 가운데 AI 워크로드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전통적인 스토리지 벤더들과 점유율 차이를 크게 좁히고 있다는 게 IBM의 설명이다.

한국IBM 스토리지 사업총괄 박대성 상무는 "한국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AI 도입을 검토하거나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기업이 증가함에 따라 데이터 인프라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IBM은 고객의 AI 도입 및 디지털 전환 여정을 돕기 위해 맞춤형 스토리지 솔루션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데이터 생성, 처리, 저장, 관리, 분석 등 모든 단계를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을 구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IBM의 스토리지 경쟁력은 실제 사례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영상 분석 AI 애드테크 스타트업 파일러는 엔비디아 '블랙웰'(DGX B200) 시스템을 도입하며 폭증하는 데이터 처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IBM 스토리지 스케일 시스템(IBM SSS 3500)을 도입했다. 엔비디아 GPU와의 호환성과 단일 플랫폼 기준 업계 최고의 성능이 도입 이유로 꼽혔다.

한국IBM 스토리지 사업총괄 박대성 상무가 27일 열린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국내 스토리지 시장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IBM 제공

서울시복지재단과 한국전통문화대학교는 IBM 플래시 시스템을 도입했다. 재단은 대규모 사용자 접속이 빈번한 시민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고성능 입출력 처리, 이중화 구조 기반의 안정성, 유연한 인터페이스 구성 등을 갖춘 IBM 플래시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는 디지털 자료의 생성과 활용을 위해 스토리지 인프라 재정비에 나서면서 교육과 연구활동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기반으로 IBM 스토리지를 택했다.

IBM 테이프 스토리지도 폭증하는 데이터 양을 효율적으로 감당하기 위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MBN에 이어 지난해 SBS가 IBM 테이프 스토리지를 도입해 대용량 아카이브 수요를 감당하고 있다.

이처럼 데이터 라이프 사이클에 맞춘 다양한 포트폴리오와 더불어 AI 워크로드를 위한 통합적인 데이터 관리 플랫폼을 갖춘 IBM이 스토리지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워너 부사장은 "AI를 위한 스토리지 시장은 3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며 "AI를 제대로 도입하기 위해선 GPU 만큼 스토리지 역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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