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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약속, 이제는 실현될까…WWDC 2025 관전 포인트 7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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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약속, 이제는 실현될까…WWDC 2025 관전 포인트 7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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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WWDC 2025가 애플 역사상 가장 위대한 행사로 남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애플은 지난해 발표해 놓고 아직 완료하지 못한 계획을 정리하기 전까지는 새로운 로드맵을 추진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게다가 시리와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의 지속적인 문제와 미해결 과제는 이번 행사의 전체 분위기에 불쾌한 그림자처럼 드리울 전망이다.


하지만 애플은 가장 밋밋한 행사에서도 몇 가지 숨겨진 기대작을 선보이곤 한다. 무엇보다 WWDC는 애플이 주최하는 연중 행사 중 두 번째로 중요하다.


WWDC 2025에서 필자가 가장 기대하는 7가지는 다음과 같다.



쓸만한 아이폰 AI 기능


맥이나 애플워치 사용자에게는 다소 미안하지만, WWDC는 iOS의 주요 무대다. 올해 업데이트에서는 접근성 기능 강화와 인터페이스 재설계 등 굵직한 변화가 예고돼 있으며, 이미 이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변화는 내부 구조에서 발생할 예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iOS 19에는 AI 기반 배터리 절전 모드가 도입될 전망이다. 사용 패턴을 분석해 사용 경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시간대나 앱에서 전력 소비를 낮추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이를 통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배터리 수명을 효율적으로 연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잠금화면에 완전 충전까지 남은 시간을 표시하는 기능도 새롭게 도입된다. 젠모지(Genmoji) 같은 술책보다 이런 기능이야말로 AI가 사용자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주는 방식이다.



제자리를 찾은 애플 인텔리전스


애플 인텔리전스에 대한 이야기도 이제 지겨울 수 있다. 애플이 내세우는 성과와 외부의 수많은 비판이 반복되는 패턴은 이번 WWDC 2025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정말 궁금하고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애플워치의 애플 인텔리전스 도입이다.


많은 전문가가 워치OS 12 업데이트에서 애플의 AI 플랫폼이 애플워치에 처음으로 탑재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필자 역시 오래전부터 애플 인텔리전스의 자연스러운 무대는 애플워치라고 주장했다. 작은 화면을 가진 애플워치에서는 차세대 메시지 기능과 음성 제어 기능이 단순한 ‘옵션’을 넘어선 필수 요소가 될 수 있으며, 손목에 항상 착용하는 특성상 가상 비서로서의 역할에도 최적화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금까지 애플워치가 AI 기능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연산 성능 때문이다. 올가을 출시될 신형 모델에서도 연산 성능이 눈에 띄게 개선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은 워치OS 12에서 AI 연산을 인근의 아이폰으로 오프로드하는 방식이 도입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하드웨어가 성능을 따라잡기 전까지 사용할 수 있는 매우 똑똑한 과도기적 해법이라 할 수 있다.



현실로 다가온 ‘바벨 피시’


기술 업계는 오래전부터 ‘바벨 피시(Babel fish)’라는 개념에 매료돼 왔다. 이는 더글러스 애덤스의 SF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에 등장하는 가상의 생물로, 귀에 넣기만 하면 어떤 언어든 즉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번역 생명체다. 그리고 실시간 번역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무선 이어버드 덕분에 바벨 피시가 어느 정도는 현실이 됐다.


구글은 이 조합을 이미 2017년부터 제공했다. 당시 픽셀 버즈(Pixel Buds) 혹은 구글 번역 앱과 페어링된 다른 이어버드를 통해 실시간 번역 기능을 활용할 수 있었지만, 여러 제약과 불편이 따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애플이 실시간 번역 소프트웨어와 무선 이어버드의 조합을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지 기대감이 크다. iOS 19와 함께 올해 말 출시될 에어팟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애플의 실시간 번역 기능이 첫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능이 iOS 19 초기 버전에 포함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오는 6월 WWDC에서 애플이 관련 세부 내용을 일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의외일 것이다.


Ap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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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성능의 맥


WWDC는 전통적으로 소프트웨어 중심 행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애플이 6월에 하드웨어를 공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그 기기는 그저 소소한 업데이트에 그치지 않는다. 거물급 제품이 등장하는 순간이다.


맥 제품군의 최상위 프리미엄 모델인 맥 프로(Mac Pro)는 마지막 업데이트가 2023년 WWDC에서 공개된 M2 울트라(M2 Ultra) 버전이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실제로는 맥 스튜디오(Mac Studio)보다 느리고, 풀옵션 맥북 프로(MacBook Pro)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차세대 맥 프로는 M4 울트라(M4 Ultra) 또는 그 이상 등급의 신형 칩셋을 탑재해 현재 최고 사양인 M4 맥스(M4 Max) 기반 맥북 프로 및 맥 스튜디오를 압도하는 성능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맥 프로는 고성능을 요구하는 창작 전문가를 위한 모델이지만, 그간 애플은 이 고객군을 다소 소홀히 대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런 만큼 이번 WWDC에서 맥 프로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은 타당해 보인다.


맥 프로는 다른 애플 제품보다 업데이트 주기가 길다. 따라서 실제 출시는 2025년 하반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M4 울트라 칩셋을 탑재한 맥 프로가 WWDC 무대에 등장한다면, 그 순간부터 올해 행사의 주인공 자리를 단번에 차지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맥의 새로운 ‘비전’


계속해서 맥 이야기를 하자면, WWDC 2025에서 애플이 맥OS 16을 공개할 가능성은 거의 확실하다. 그리고 iOS 19와 마찬가지로 인터페이스가 전면적으로 재설계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맥OS는 애플의 혼합현실 헤드셋인 ‘비전 프로(Vision Pro)’의 시각적 요소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는 기기 간 UI 일관성을 강화하려는 애플의 전략의 일환이다.


애플의 가장 오래된 제품군인 맥과 가장 최근의 제품군인 비전 프로가 UI 철학을 어떤 방식으로 공유하게 될지, 그 결과도 매우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Ap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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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시리”


애플 생태계에서 가장 약한 고리, 가장 눈에 띄는 실패를 꼽으라면 단연 시리다. 아이폰 4s와 함께 출시된 지 무려 14년이 지났음에도 시리는 정확도나 기능 면에서 뚜렷한 개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점점 더 퇴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WWDC에서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을 활용해 시리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AI 기반의 새로운 시리의 출시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예상됐던 iOS 18.4(3월 출시)에서도, 그리고 iOS 18.5(5월 출시)에서도 새로운 시리는 끝내 등장하지 않았다. WWDC 2025에서는 진전된 소식을 듣게 되기를 바란다. 이제는 시리가 제 역할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리고 애플의 아픈 손가락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다음 버전, 즉 “진정으로 현대화된 대화형 시리”에 대한 현실적인 수준의 발표도 기대하고 싶다. 이른바 LLM 시리로 불리는 버전이다. 애초에 “뉴 시리(New Siri)”는 iOS 18에, “LLM 시리”는 iOS 19에 포함될 예정이었지만, 일정은 계속 미뤄졌고 지연 위에 또 지연이 쌓이고 있다. 뉴 시리와 LLM 시리가 기대되지만, 현재 개발이 어떤 상황인지 투명한 설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솔직함


마지막으로, WWDC 2025에서 가장 간절히 바라는 단 한 가지를 꼽으라면 쿠퍼티노 본사의 현재 상황에 대한 가감 없는 솔직함이다. 지난해 발표 이후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수많은 프로젝트가 왜 지연됐는지, 애플 인텔리전스가 다른 AI 플랫폼보다 정말 그렇게 뒤처져 있는 것인지, 이 모든 질문에 대해 정직하고 투명하게 설명해 주기를 바란다.


물론 마케팅 행사에서 진실을 기대한다는 점에서 이런 바람은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전혀 전례 없는 일은 아니다. 과거 애플 지도(Apple Maps)가 출시 초기 심각한 오류와 품질 문제로 비판받았을 때 애플은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했다. 또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문가 사용자층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왔을 때도 애플은 이를 받아들이고 사과한 바 있다. WWDC 2025에서 그런 솔직한 반성이 다시 나올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기대할 이유가 있다.


실패는 모든 기업이 겪는 일이다. 애플 인텔리전스를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하고, 기능이 구현되기 전부터 아이폰 16 판매에 활용한 것은 분명 큰 실책이다. 실수를 인정한다고 해서 애플의 명성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해결책은 솔직함이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설명하고 아이폰 17 출시 시점에 실제로 제공될 기능이 무엇인지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신뢰는 다시 회복될 수 있다.


여기까지 필자가 WWDC 2025에서 기대하는 7가지를 정리했다. 오는 6월 9일, 애플이 과연 얼마나 실현해 낼지 함께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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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Price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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